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8호(200610) 뜨거운감자
걱정브리핑 해프닝

유영주 / 민중언론 참세상 편집장   combycom@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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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브리핑을 해야겠다고 첨 맘을 먹은 건 7월 말이다. 7월 21일 편집국 회의 때다. 노무현 대통령이 4대 선결조건 인정하자고 하던 날이다. 6,7월 달 보면서 저거 그냥 내비두면 안 되겠다 해서 국정브리핑 한 놈만 상대하는 사이트 하나 만들자 했다. 뭐 하면 좋은 건데 방울 달 사람이 문제다. 이 동네 사정이 그렇다. 한미FTA와 평택 문제 놓고 시름하는 활동가들 들여다보면 몰골이 말이 아니다. 손을 벌리자니 면목이 없다. 편집국 역량이래야 만만찮다. 걱정브리핑을 세상에 내놓으려면 '한미FTA저지활동가네트워크'같은 데서 활동하는 활동가나 연구자의 도움 없이는 견적이 안 나왔다. 이래저래 재보다 일단 휴가 끝나고 보자며 8월로 넘겼다.

이 즈음은 국정브리핑도 소강상태였다. 그러니까 국정브리핑도 7월 10-14일 2차 협상 기간 동안 있는 힘을 다 쏟아 붇더니, 7말8초 휴가기를 앞두고 호흡 조절 모드로 들어가더라. 물론 느낌은 안 좋았다. 2차 협상 시기 반대 여론이 조금씩 확대되는데 국정브리핑도 가만있을 리 없다...

역시 38억 원의 위력은 만만치 않았다. TV 켜면 나오지, 라디오 틀면 나오지, 신문 펼치면 나오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같은 그래도 생각 좀 한다는 인터넷언론에도 뜨지, 지하철에 깔아놓지,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7월 21일은 희극적인 날이었지 아마. 노무현 대통령이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하면서 반대쪽에서 말하는 4대 선결조건 주장을 수용하겠다고 말해버린 거다. 그런데 바로 그 날 몇몇 신문에는 '4대 선결조건 아니다'라는 내용의 전면광고가 실려있었다. 아구가 안 맞았던 거지 뭐. 알고도 밀어 부쳤을 수도 있겠고. 그는 승부사니까...혹은 조간을 안 챙겼을 수도 있겠다. 경황이 없어서...

이윽고 24일 한미FTA의 원활한 추진 지원을 위해 대통령 소속 '한미FTA지원위원회'를 설립,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한덕수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내정됐다. 느낌이 안 좋다. 7말8초, 아마 찬성 논리 개발에 힘깨나 쓸 걸로 보였다.

편집국이 휴가를 마치고 다시 출근한 건 8월 둘째 주. 국정브리핑은 예상대로 한미FTA 찬성 기획을 쏟아냈다. 그사이 한명숙 총리가 대책회의도 하고, 한미FTA 범정부자료집도 내고, 코끼리밥솥도 월마트도 이겨냈으니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자며 기고글과 기획글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결정타는 노무현 대통령의 8월 9일 연합뉴스와의 단독 기자회견. 만만치 않다. 밀어붙이기로 결심을 굳힌 모양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액션은 8월 15일 광복절 기념연설과 8월 24일 KBS로 내리 이어졌다. 9월 3차 협상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선동은 맥시멈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민중언론 참세상 편집국은 장고를 거듭했다. 걱정브리핑 페이지를 열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러나 그동안 국정브리핑의 횡포를 볼 때 절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6월 24일 연세대 대학생 거짓 인터뷰 사건, 7월 5일 'PD수첩'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에 대한 김창호 국정홍보처의 반발, 7월 13일 이백만 홍보수석의 멕시코 페소화 위기 관련한 엉터리 기사 게재, 7월 23일 스크린쿼터 관련 2000년 16대 국회 결의문에 대한 왜곡... 거짓 주장이 그야말로 난무했다. 걱정브리핑이 세상에 나온 원죄는 전적으로 국정브리핑에 있다.
걱정브리핑 http://www.newscham.net/worrynews/
걱정브리핑의 방식과 내용으로는 △국정브리핑의 한미FTA 관련 기사 실시간 클리핑과 반박글 게재 △국정브리핑의 한미FTA 관련 동영상 패러디 △국정브리핑의 한미FTA 관련 사진 패러디 △필자 이름은 '걱정33호' 식으로 익명으로, 필진 이름은 소개란에서 일괄 공개 △국정브리핑의 한미FTA 콘텐츠 반박 외에는 다루지 않는다 등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욕심만 앞서고, 내용이 못 따라가고 그러면서 한 달이 지났다. 반박글은 좀 게재했나 싶지만, 현재까지 동영상이나 사진 패러디를 하나도 못 만들었다. 편집국이나 익명으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걱정00호' 식으로 가명을 붙여주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국정브리핑의 한미FTA 콘텐츠를 조목조목 따라가기에는 힘겨웠던 게 사실이고 지금도 그렇다. '웹기획'에 대한 짧은 생각은 그렇다. 이 세상에 '좋은 웹기획'이란 건 생산자 마인드를 갖고 만드는 거다. 그리고 '훌륭한 웹기획'이란 생산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획이다. 걱정브리핑이 꼭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뭐...

걱정브리핑 웹페이지 기획 컨셉으로는
△ 웹페이지는 '국정브리핑'-'걱정브리핑'과 '토크토크라운지'-'투덜투덜라운지' 두 개로 간명하게 구성
△ 국정브리핑의 페이지 컨셉 그대로 가져오기
△ 토크토크라운지는 '이슈와포커스' '뉴스' '포토뉴스' 중심으로 반박 콘텐츠와 함께 구성
△ 콘텐츠 본문페이지 디자인도 똑같게
등으로 되어 있다.

음... 머리를 맞대니 아이디어가 쏙쏙 나왔다. 토크토크라운지는 버리기로 했다. 출발부터 벅찼다. 국정브리핑에 집중했다. 국정브리핑의 '정부포털서비스'는 '정부걱정서비스'로 해서 한미FTA 저지 각종 사이트를 링크했다. '일자리 정보'는 '걱정달력'으로 해서 저지 투쟁 일정을 올렸다. '전자관보'는 '전자민보'로 해서 기존 민중언론 참세상의 '진보매체뉴스광장'을 링크했다. 가운데에는 걱정의 글을 올리고 국정의 글을 관련기사 형식으로 처리했다. '국정아젠다'는 '걱정아젠다'로 해서 기고글과 특별기획 글을 업데이트 했다. '공직마당'은 '공작마당'으로 해서 자유게시판으로 사용했다. 국정의 '블로그'는 '진보블로그'의 협조를 얻어 링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맨 아래 국정홍보처를 걱정홍보처로 그럴듯하게 베낀 후 '정보공유라이선스 2.0: 영리금지'를 탑재했다.

페이지를 오픈한 건 8월 22일, 걱정브리핑에 대한 격려가 쏟아졌다. 창간사를 통해 "국정브리핑에 한미FTA 관련 콘텐츠가 실리면 가급적 잘 분석해서 좋은 콘텐츠를 두루 올릴 생각입니다만... 여력 닿는 대로 활동해볼 터이니, 국정브리핑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세요. 유명 인기 사이트는 안티 사이트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뭐, 국정브리핑에 배너 링크라도 좀 걸어주시면 감지덕지 입지요."라고 썼다.

그런데 국정브리핑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끝내 배너를 안 달아주더라. 심지어 덧글 한 줄, 전화 한 통 안 해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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