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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예방법 둘러싸고 정부-감염인 대립 격화
보건복지부가 그간 HIV/AIDS 감염인 단체로부터 '감시통제법'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이즈예방법)의 개정안을 지난달 14일 국회에 제출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이 감염인 인권보호를 위해 △감염인 노동에 대한 사용자의 차별금지 규정 신설 △감염인 사망 시 신고제도의 폐지 △감염인 명부의 작성·비치 및 보고 규정의 삭제 △익명검사제도 신설 △치료권고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행정중심의 체계에서 감염인 중심체계로 전환했다.”라며 “에이즈 예방 효과를 높이는 한편, 감염인 근로권 보장과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기대와 달리 이번 개정안은 그간 감염인 당사자 및 인권단체들이 주장해 온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앞으로 개정 과정에서 이들 단체의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첫째, 우선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에 ‘사용자는 근로자가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근로관계에서 법에서 정한 것 이외의 불이익을 주거나 차별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이 규정을 사용자가 어겼을 경우에 대한 법적 제재 내용이나 감염인의 구제절차 등의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감염인에 대한 차별금지를 선언적으로 규정한 이 조항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둘째,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에 감염인들이 익명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익명검진’ 조항을 신설했으나, 검사 후 양성판정이 날 경우 의료기관이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할 구체적 내용과 범위가 지적되지 않았다. 그간 감염인 단체들은 이에 대해 “검사만 익명으로 이루어지고, 검사 후 또는 의료기관이 신고해야 할 정보의 내용을 보건복지부령으로만 두고 있어 감염인 정보 중 어떤 내용이 보고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라며 “감염인에 대한 실명신고와 보고체계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해왔다.
셋째,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그간 감염인이 사망 시 그 세대주가 보건소에 신고토록 한 사망신고제도를 폐지해 “감염인 가족 인권을 신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정작 감염인 단체들이 ‘거주이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라며 강하게 반발해 온 주소이전 시 신고를 의무화하는 조항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외에도 이번에 정부가 확정한 개정안에는 감염인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치료권고(제14조)와 치료 및 보호조치(제15조) 삭제 △전파매개행위금지의무(제19조) 삭제 △직장 등에서의 집단강제검진 금지 조항 신설 등의 내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앞으로 감염인 당사자 및 인권단체들의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
인터넷실명제 확대 및 의무화 ‘실명제법안’ 발의
인터넷 게시판 등에 실명제 도입을 사실상 전면 확대하고,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이용자실명확인등에관한법률안'(실명제법안)이 발의돼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이상배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이번 법률안은 실명제 적용대상을 공공기관, 언론사, 정당, 포털 사이트 등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네티즌들은 이들 홈페이지 게시판 및 댓글난 등에 글을 남길 시 반드시 실명인증을 받아야 한다. 실명제법안은 인터넷 서비스제공자가 실명확인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시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어 그간 인터넷 실명제에 반대해 온 진보적 인권단체들과 인터넷 언론사들의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실명제법안은 실명인증 수단으로 주민등록번호와 공인인증서 등을 이용토록 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 및 명의도용과 관련된 문제제기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명의도용 문제와 관련해 명의도용을 신고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명의도용을 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처분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법안은 포털 사이트, 언론사 등 기업에 대해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본인확인조치를 한 때는 이용자 명의의 모용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면제’하고 있어 명의도용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서비스제공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환자·보건의료인·사회단체, ‘건강권 파괴, 한미FTA 중단’
한미FTA 3차 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지난 9일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는 환자 및 보건의료단체회원 300여 명이 모여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건강권을 파괴하는 한미FTA 중단과 영리병원 허용 반대 공동행동'을 개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의약센터, 한국백혈병환우회, HIV/AIDS인권연대나누리+ 등 18개 단체 공동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건강은 상품이 아니며, 의료제도는 기업의 이익을 위한 흥정과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한미FTA 협상과 한국 정부의 의료시장화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영리병원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약가정책 등 한미FTA 보건의료 분야 주요 쟁점에 대한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황해평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회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 의약품 관련 협상에 대해 "미국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별도 협상에서 내놓은 16개 요구안 중 2-3개만 들어줘도, 한국의 약값은 2배 이상 폭등할 것"이라며 "미국이 한미FTA 협상에서 한국의 포지티브리스트 도입을 허용했다고 하지만, 16개 요구안은 포지티브리스트는 물론, 한국정부의 약가정책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국 정부는 협상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4대 선결조건을 들어줌으로써 한미FTA는 원천적으로 불평등한 협상이 되어 버렸다."며 "헤비급과 격투를 하는데, 벤턴급인 한국정부가 주제파악도 못 하고 4대 선결조건을 내준 격"이라고 꼬집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최근 정부가 '자발적 자유화 조치'의 일환으로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 기업의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 재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영리병원 도입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이미 한국 정부는 한미FTA와 별개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을 세우도록 했고, 이제는 국내 기업들도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동행동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한미FTA는 약값 폭등, 의료비폭등 그리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 등 국민건강을 파괴하는 것과 더불어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포함한 한국의 사회제도 전반의 공공성을 허무는 반민중적 협정"이라며 "한미FTA는 기업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고 그에 반하는 모든 사회공공제도를 무역장벽으로 간주하는 협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