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9호(200611) 해외동향
첫 발걸음 딛는 유엔 인터넷거버넌스포럼
- 10월 30일부터 4일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려

정우혁 / 네트워커   ohri@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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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걸음 딛는 유엔 인터넷거버넌스포럼
- 10월 30일부터 4일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려

2003년과 2005년 2회에 걸쳐 개최된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가 끝난 후, 유엔(UN)은 후속 프로그램으로 인터넷거버넌스포럼(Internet Governance Forum, IGF)을 만들었다. 이 포럼은 2005년 튀니지에서 열린 2차 정상회의의 결정에 따라서 만들어졌으며, 향후 5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의 주관 하에 운영될 예정이며, 기존의 WSIS에서 제기되었던 정보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제들, 예를 들어,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보호, 스팸, 정보공유와 지적재산권, 정보격차, 표현의 자유, 인터넷주소자원관리 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유엔차원에서의 새로운 틀이다.

2005년 2차 정상회의가 끝나고 유엔은 지난 수개월 동안 이 포럼의 운영과 조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으며,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4일 동안 그리스 아테네에서 첫 번째 공개포럼을 개최한다. 지난 튀니지 결정문에서는 인터넷거버넌스에 대해서 “58. 인터넷 거버넌스란 (ICANN에서 다루는) 도메인과 같은 이름과 주소부여 이외에도 훨씬 많은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중요한 인터넷 자원과 인터넷의 보안과 안전, 인터넷의 활용과 관련되는 개발과 연관되는 여러 가지 이슈들이 우선적으로 포함된다.”고 밝혔으며, 이번 포럼도 인터넷과 관련된 전반적인 이슈들을 총망라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다양한 워크샵들이 배치되어 있다.

첫날 열리는 전체 세션은 정부, 시민사회, 민간, 국제기구 등 각각의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자신들의 관점에서 중요한 의제들을 제기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이 세션에는 지난 WSIS를 진행하면서 국제시민사회진영의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진보통신연합(APC)을 비롯하여 현재 인터넷주소자원을 관리하고 있는 국제기구인 아이칸(ICANN), 그리고 유엔개발프로그램(UNDP), 중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그 밖에도 주요 세션은 크게 공개(openness), 보안(Security), 다양성(Diversity), 접근권(Access) 등 네 가지로 나뉘어 진행되며, 그 이외에 30여 개의 세부 워크샵이 예정되어 있다.

인터넷거버넌스 포럼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참여(multi-stakeholder approach)하는 기존의 WSIS의 참여방식을 채택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유엔은 그동안 정부, 시민사회, 민간영역 등 각계로부터 추천을 받아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WSIS 회의 과정에서는 시민사회의 참여를 강력히 반대했었던 정부들로 인해서 시민사회의 참여 자체가 봉쇄되는 문제도 있었으며, 이번 인터넷거버넌스포럼의 진행과정에서도 이런 비민주적인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는 시민사회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실 기존 WSIS의 공식 선언문과 실천계획에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상당히 반영이 되었으며, 이는 실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기여를 했으며, 또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대립 지점을 해결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엔회의가 기본적으로 정부간 회의이지만, WSISㅤㅌㅡㅌ 통해서 각국 정부들도 시민사회진영이 이제는 중요한 논의 파트너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포럼은 WSIS이후에 인터넷 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 과정에 시민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가장 큰 포럼이다.

또한 기존의 WSIS논의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중요하게 제기했었던 이슈들 중 상대적으로 반영이 잘되지 못했던 내용들을 인터넷거버넌스포럼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WSIS 정부간 회의에서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간에 큰 이견을 보인 현행 지적재산권 체제에 대한 문제는 시민사회의 입장에서도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슈이다. 기존의 정부간 공식문서가 공개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지만, 세계무역기구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WTO TRIPS)이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근본적인 개혁 문제를 다루지는 않았으며, 또한 시민사회가 강조했었던 지식에 대한 공유와 이용권을 높이기 위한 내용은 거의 반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기술에대한소비자프로젝트(CPTech) 주도로 논의되고 있는 '지식에대한접근권조약(A2K)'과 같은 내용이 향후 이 포럼진행과정에서 어떻게 반영이 될지 주목된다. 이번 포럼의 세부 워크샵 중의 하나로 ‘지식에대한접근권조약과 표현의 자유’라는 내용의 프로그램도 배치되어 있다.

시민사회진영에서 중요하게 제기한 또 다른 의제는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보호이다. 특히 WSIS 정부간 회의에서 사이버안보 또는 사이버범죄에 대한 국제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에 관해서는 중요하게 언급하지 않아 시민사회진영은 가장 많은 우려를 표명했다. 프라이버시와 같은 정보인권의 의제는 정보사회에서 시민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번 포럼에서도 프라이버시 주제는 두개의 워크샵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또하나 주목해야 할 의제가 미국 주도로 운영이 되고 있는 인터넷주소자원관리에 대한 개혁논의이다. 인터넷 도메인네임 루트서버에 대한 감독권은 미국에 의해서 관리가 되어 왔으며, 유엔은 WSIS를 통해서 이 구조를 국제적인 다자간 관리체계로 바꾸려고 시도를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의 이런 시도를 계속 거부하였으며, 최근에는 자신들의 감독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WSIS에서는 기존의 구조를 바꾸지 못한 채, 이와 관련된 의제는 인터넷거버넌스포럼으로 넘어왔다. 이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진영에서도 매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다.

이번 회의가 인터넷거버넌스포럼의 첫발을 내딛는 행사인 만큼 정부, 민간,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국내시민사회진영의 대응이다. 2003년 정상회의 이후 국내 시민사회진영의 참여가 많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결정이 거꾸로 국내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논의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참여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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