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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후에도 종이 신문이 남아있을까?
앨빈 토플러와 빌 게이츠가 예언한 '종이 없는 사회', '서류 없는 사무실' 등 종이 종말론에 떨던 출판사, 신문사, 제지업체는 2000년대 들어 늘어난 종이 사용량을 두고 '종이 종말론의 종말'(*1)이라고 하면서 자신들의 생존을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종이 종말론을 미래학자의 섣부른 예언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지나치게 안일한 것일 수 있다. 변화는 사람이 바뀌는 문제이다. 사람이 바뀌는 속도는 언제나 예상보다 항상 느리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가 쌓여 어느 순간 급격한 사회적 변화로 다가온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10대, 20대의 젊은 사람들에게는 종이 신문보다 포탈 뉴스 웹 사이트가 신문을 접하는 더 일반적인 방법이다. 한국제지공업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신문용지 소비량은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2). 컴퓨터 모니터에 익숙해진 지금의 10대가 30대가 되는 앞으로 20년 후에 신문을 구독해서 보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최근에 제기된 '포탈 언론 권력' 문제도, 지난해 10여 개 신문사들이 공동으로 '디지털뉴스 이용규칙'(*3)을 만들어 디지털 뉴스의 저작권을 강화하려는 것도 이런 위기에 대한 신문사들의 대응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 저작권 강화를 통한 수익 증대 가능할까?
저작권법 27조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디지털뉴스 이용규칙을 보면 블로그, 미니홈피 등 개인용 웹 사이트로 기사를 퍼가는 것은 개인적 이용의 대상이 아니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 대중으로부터 접근이 제한된 회사의 인트라넷에 기사를 올리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7조 5항에는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나와 있으나, 디지털뉴스 이용규칙에는 이 규정은 인사발령, 부고기사, 주식시세 등 오직 사실로만 구성된 기사로만 한정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렇게 디지털뉴스 이용 규칙에는 '개인적 이용'이나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범위를 최대한 좁혀 디지털 뉴스의 저작권을 강화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늘리려는 신문사의 희망사항이 담겨있다.
그러나 뉴스의 디지털 저작권을 강화한다고 해서 신문사의 새로운 수익원이 쉽게 창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터넷 포탈이나 신문사 웹 사이트에서 신문 기사를 무료로 볼 수 있는 현실에서 개인 홈페이지나 회사의 인트라넷에 신문기사를 올린다고 돈을 받을 수는 없다. 그리고 기사를 퍼오는 것을 금하고 링크만 가능하게 한다고 해서 신문사 웹 사이트 방문자가 그렇게 많이 늘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여러 신문사의 기사를 한꺼번에 볼 수 있고 검색이 가능한 포탈 사이트의 신문 페이지를 주로 연결할 것이다. 디지털 뉴스의 저작권 강화를 통해서 웹 사이트 방문을 늘려서 광고 수입을 증대하려는 전략은 결국 포탈 사이트의 방문자만 늘려 포탈의 언론 권력 강화에만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출처 표기 없이 베낀 기사도 무단전제가 금지라고?
최근에 인터넷 신문 기사를 검색하다가 매일 경제 2005년 8월 22일자에 실린 "인터넷 실명제 식지 않은 논란"이란 기사를 보고 놀랐다. 다음은 그 기사의 일부분이다.
반대론자들은 인터넷 실명제로 사이버 폭력을 막거나 줄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미 실명 확인 과정을 거쳐 가입한 포탈 사이트 이용자 대다수는 실명 확인에 대해 심리적 압박감을 거의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게 주요 논리다.
인터넷 실명제로 사이버 폭력이 발생했을 때 추적이 용이할 수 있다는 찬성론자 주장에 대해서도 외국에 있는 웹 사이트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반대론자들은 또 실명제가 외국인에 대해 국내 웹 사이트 회원 가입을 어렵게 하고 기업 영업 자유와 개인정보 보호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폐해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위에서 밑줄 친 부분은 내가 쓴 "인터넷 실명제는 사이버 폭력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글(*4)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매일 경제 기자는 내가 쓴 글에서 주어를 '반대론자들'이라고 바꿔서 출처 표시 없이 자신이 요약한 것처럼 기사를 썼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글을 자신이 정리한 것처럼 인용한 기사의 끝 부분에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라고 적는 것은 불합리해 보인다.
인터넷과 컴퓨터의 발달로 언론의 개념 자체가 변하고 있다. 개인의 블로그도 하나의 언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통신사 기사, 출입처 보도 자료,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글을 베낀 질 낮은 기사를 양산하는 신문사는 포탈, 블로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디지털 시대 신문사의 생존 전략은?
네이버에서 '종이 종말론의 종말'이라고 검색하면 한겨레신문 2003년 3월 14일 기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한겨레 신문사 웹 사이트에서 '종이 종말론의 종말'이라고 검색하면 기사가 없다고 나온다. 다른 신문도 한겨레신문과 비교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신문사는 최근 몇 년 치의 기사만 검색 가능하고, 검색의 질도 무척 낮은 편이다. 이렇게 현재 대다수 언론사들이 자사 웹 사이트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하고 포탈에 신문 기사를 제공하는 등 눈앞의 이익만 쫓고 있다. 신문구독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신문사와 차별되는 심층 기사를 확대하고, 자사의 웹 서비스를 강화하여 방문자 수를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다수 검색엔진은 얼마나 많이 연결되어있는가를 기준으로 검색 순위를 표시한다. 신문사 웹 페이지의 기사가 블로그, 게시판과 더 많이 연결될수록 신문사 웹 사이트의 방문자는 그만큼 늘어나고 광고 수입도 증대된다. 디지털 뉴스를 전면 유료화할 생각이 아니라면 신문기사를 블로그나 게시판에 올리는 것을 저작권으로 막기보다 신문사의 기사 페이지로 링크를 거는 조건으로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기사를 올리는 것을 장려하는 것이 방문자 증대를 통한 광고 수입 증대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