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40호(200612) http://
세계 에이즈의 날과 2006년 겨울, 한국

오병일   antiropy@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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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입니다. 이미 한국에도 많은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에이즈 문제는 아프리카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지 못하지만, 감염인들이 받는 차별과 고통은 다를 바 없습니다. 아니,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로 인한 고통은 아마도 더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존재감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우리 사회가 감염인들을 배제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HIV/AIDS 감염인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그 목소리들이 더욱 큰 공명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지속적으로 에이즈와 관련된 캠페인을 전개하는 한편, 11월 마지막 주를 ‘HIV/AIDS 감염인 인권주간’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행사들을 마련했습니다. 세계 에이즈의 날을 ‘감염인 인권의 날’로 당당히 선언했습니다. 이번 호 <네트워커>는 창간 후 처음으로 ‘에이즈’를 주제로 ‘특대호’(?)를 마련했습니다. 페이지 수가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표지이야기를 비롯한 여러 꼭지에서 에이즈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과 감염인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2006년 겨울, 한국에서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은 비단 HIV/AIDS 감염인들만이 아닙니다. 30일에는 비정규직을 양산할 비정규 법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되었습니다. 노동악법이 날치기로 통과된, 97년 12월 26일이 떠오릅니다. 10년 사이 비정규직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는데, 정부와 국회는 그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농민들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는 중단 없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29일 시청 앞 광장을 빙 둘러싼 전경 차들의 모습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와 다름없었습니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겨울도 우리를 더욱 허탈하게 만드는 일 뿐입니다. 그러나 웃음을 잃지 말고 싸워나갔으면 합니다. HIV/AIDS 감염인 인권주간 행사에서 노랑, 빨강 날개를 달고 선전물을 나눠주는 감염인들과 활동가들의 모습이 즐거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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