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40호(200612) 표지이야기 [AIDS, 후천성인권결핍증]
차별없는 별을 꿈구는 A's People
HIV/AIDS 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에이즈 예방법 공동행동 발족의 의미와 평가

정욜 / 동성애자인권연대   lgbtprid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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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7월 4일, 여의도 국회 앞에 감염인, 보건의료인, 동성애자, 인권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고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바로 HIV/AIDS 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에이즈 예방법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발족과 향후 투쟁계획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기 위해서였다. 감염인들은 계속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인권증진이 에이즈 예방이다” “색출과 감시가 아닌 인권보장을”이라는 피켓을 들고 당당히 섰다. 아마 이 기자회견은 스스로 죄인이라는 생각과 더러운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인식 때문에 철저히 숨어만 살아왔던 에이즈 감염인들이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고, 사람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한 의미 있는 자리로 기억될 것이다. 공동행동은 이날 감염인 당사자들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된 정부의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개정안’에 공식적으로 반대하였다. 그리고 감염인 인권이 보장되고 사회적 소수자 차별이 종식될 때 비로소 우리가 원하는 에이즈 예방을 이룰 수 있다고 선언하며 공동행동 발족의 의미를 두었다.

이후 공동행동은 정부안과 별도로 독립적인 에이즈 예방법 법률안을 준비하는데 온 힘을 실었다. 현재 공동행동과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실은 에이즈 예방법 전면 개정안 준비를 마쳤고, 정부안과 동시에 국회에 상정한 상태이다. 그리고 공동행동은 매월 1회씩 ‘에이즈 감염인과 새끼손가락을 겁시다.’라는 테마 있는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치료제 접근권, 빈곤, 프라이버시권, 직장 내 차별 등 감염인들이 겪고 있는 차별들을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알려나갔다. 재밌는 퍼포먼스가 시민들의 눈을 뜨게 하였다면, 공동행동의 외침은 시민들의 귀를 열게 하였다. 10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감염인과 새끼손가락을 걸겠다고 동참했다. 한미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도 공동행동은 예방법 대응운동과 FTA 반대활동이 별개의 문제라 생각하지 않았다. FTA가 체결되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사람들이 에이즈 감염인일 수 있다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반전운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부시의 에이즈 정책을 비판하며 전쟁에 쓰여진 수많은 돈이 전 세계 에이즈 환자들에게 쓰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금, “매년 정부, 관변단체 주도로 기념해왔던 12월1일 세계에이즈의 날 행사는 이제 필요 없다!”며 감염인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얘기되어질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프로그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에이즈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이도 공동행동의 구성원, 참여하고 있는 단체만 보더라도 한국사회에서 에이즈가 놓여진 사회적 위치를 쉽게 가늠해볼 수 있다. 질병을 가진 이들로서 당사자들이 최선두에서 활동하고 있고, 치료제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과 병원 내에서 받는 차별을 극복해보고자 보건의료인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정보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포함해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은 현실에 분노해 정보, 인권시민단체들이 함께 한다. 또한 예방의 주요 대상이라고 얘기되어지는 동성애자들도 한국의 구태의연한 예방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자 참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에이즈 감염인의 현실이며 다양한 단체, 개인들이 함께 공동행동을 구성해 활동할 수 있게 하였다.

공동행동은 이제 그동안의 성과를 이어받아, 에이즈 예방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될 수 있도록 투쟁을 다시 준비하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법률안 통과는 공동행동의 실질적인 목표다. 아울러 예방법 대응 활동은 가장 눈에 띄게 감염인의 인권현실을 폭로해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 감염인 인권증진과 에이즈 예방이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20여 년간 유지되어 왔던 예방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수 있다. ‘감염인도 인간이다’라는 상징적인 구호를 현실 속에서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공동행동은 그동안 활동을 바탕으로 한발 더 전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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