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4호 표지이야기
맞춤서비스의 댓가
개인정보가 재산가치를 갖게 되면서, 기업들은 회원가입과 제휴 인수합병 등을 통해 고객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장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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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정감사에서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이 1천70만명 이상의 해지가입자 정보를 계속 보유해 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이는 개인정보의 사용목적이 달성되면 이를 즉각 파기하도록 한 현행법률조차 위반한 행위다. 이들 기업은 어째서 길게는 10년 이상 고객정보를 보관해 온 것일까.
개인정보는 이미 중요한 자산가치가 된 지 오래다.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 가공한 데이터베이스는 그 응용 방법에 따라 다양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CRM은 수집된 고객의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을 관리한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회원가입을 유도해 기본신상정보를 직접 확보하거나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해 타기업에서 제공받기도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쿠키를 이용해 고객정보를 수집한다. 고객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프로그램을 고객 PC에 설치하거나 라우터에서 네트워크 정보를 가로채기도 한다.
이렇게 확보한 고객정보는 데이터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분석, 유형화한 후 관리된다. 고객이 20회 방문할 때마다 1개의 물품을 장바구니에 넣었고 장바구니에 5번 넣을 때마다 1번 구매했다면 이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카드업계는 신용카드 정보를 통해 ‘고객의 생각’까지도 읽는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고객이 크리스마스 전구를 사면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거나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정보가 계속 쌓이면 고객의 성향을 좀더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1920년대부터 제너럴모터스사가 소비자의 인구학적, 사회경제적 통계와 구매행태를 연계하기 시작했다. IBM은 1930년대부터 이런 자료를 기업에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대중의 욕구를 조절해 왔다.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특정 계층에 지속적으로 상품을 제공하다 보면 소비자들은 이 상품에 대한 욕구가 생기게 된다. 음식과 같은 경우에는 상품에 맞춘 입맛이 형성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이 강제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추상적으로 현대기술에 의한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지만 막상 구체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정보를 제공한다.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면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객 성향에 맞춘 ‘맞춤서비스’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의 정보가 분류되는 과정이다. 소비자는 철저하게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기준으로 구분된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소재한 데이터베이스 회사 프리즘사는 흑인이나 남미계, 그리고 기타 외국 출신을 ‘위험한 소수집단’으로 분류했다. 이 집단은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자동으로 격리된다. 프라이버시 학자들은 이런 분류와 고정관념이 가상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확장되고 강화되어 차별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회적 감시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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