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4호 심층연재
도하 개발 아젠다(DDA)협상과 지적재산권 논의 동향 3

남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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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관련 의제

DDA에서 생명공학 관련 의제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논의가 진행된다. ① TRIPS 협정 제27.3 (b)조의 검토 ② TRIPS 협정과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의 관계 ③ 전통지식과 민간전승물의 보호 문제등이다.
이 가운데, 협정 제27.3(b)조 검토에 대해서는 1999년부터 TRIPS 이사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2001년 도하 각료선언문에는 ‘TRIPS와 CBD와의 관계’, ‘전통지식’ 문제에 대한 작업 진전에 대한 보고사를 일반이사회에 2002년말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2002년말 보고서 제출에 실패한 후, 현재 TRIPS 이사회 정례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다.(1)

TRIPS 협정 제27.3(b)조의 검토

TRIPS 협정 제27조는 특허권의 대상을 정하고 있는데, 협정문 중 가장 중요한 조항의 하나이다. 협정 제27조에서 1항은 일정한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 모든 기술분야에 대해 특허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반면, 2항과 3항은 특허권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예외를 정하고 있다. 이중 3(b)항은 생명체에 관한 예외를 언급하고 있는데, 용어의 의미나 정의, 예외의 범위에 대해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였다. 협정문에는 ‘미생물 이외의 동식물 및 비생물학적 방법이나 미생물학적 방법 이외의 동식물을 생산하기 위한 본질적으로 생물학적인 방법(plants and animals other than micro-organisms, and essentially biological processes for the production of plants or animals other than non-biological and microbiological processes)’은 특허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도, ‘가맹국은 특허 또는 별도의 효과적인 제도(sui generis system) 또는 이것의 조합에 의해 식물의 품종을 보호하여야 한다. 이 조항의 규정은 WTO 협정 발효일로 부터 4년 후에 검토(review)하는 것으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두었다.

TRIPS 협정 제27. 3(b)조의 검토와 관련하여,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은 이 조항이 의미하는 특허대상 제외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특히 ‘미생물’은 이것을 식물이나 동물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과학적 용어가 없다고 한다. 또한, 생명체는 본래 인간이 ‘발견’한 것이지 ‘발명’한 것이 아니므로 미생물이든 동식물이든 모두 특허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미생물’이란 용어뿐만 아니라, ‘비생물학적 방법’이나 ‘미생물학 방법’ 또는 ‘본질적으로 생물학적인 방법’은 명확히 정의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용어는 협정문에서 삭제하거나 그 의미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식물의 품종을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제도’로 국제식물변종보호조약(UPOV: International Union for the Protection of New Varietries of Plants Convention)만을 한정한 것에 대해, 변종보호의 특허가능성에 제한을 둘 수 있는 규정, 농부들의 추후 경작을 위한 종자저축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진국들은 이 조항과 관련된 분야의 변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오히려 불명확성을 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식물변종의 보호를 위해서는 UPOV 조약이 적당하지만, 권리자가 제3자의 침해행위를 막을 수 있고 행정적·법적 집행 수단이 명확하다면 다른 시스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제27.3(b)조를 검토를 하여 WTO가 취해야 하는 조치로는, 이 조항 자체가 필요 없다거나(미국) 모든 식물과 동물에 대해 특허가 가능하도록 특허권의 보호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입장(싱가포르), 이 조항은 그대로 두고 각 회원국의 이행 상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 충분하다는 입장(호주, 한국, 캐나다 등),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자는 입장(브라질, 페루, 태국), 생명체에 대한 특허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도록 협정문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케냐, 아프리카 그룹, 인도) 등이 있다.

TRIPS 협정과 생물다양성 협약의 관계

개도국은 TRIPS 협정과 생물다양성협약(이하 CBD)은 본질적으로 충돌 관계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TRIPS 협정과 CBD협약은 그 목적과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충돌 관계가 생길 수 없고, 유전자원에 대해 특허권을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사전 동의(prior consent)와 이익공유(benefit sharing) 및 유전자원에 대한 해당 국가의 주권과 관련된 CBD협약의 규정(2)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개도국은 CBD협약의 효과적인 이행과 현행 TRIPS 협정의 규정이 충돌할 수 있다는 반박을 하고 있다. CBD는 자연발생적인 생물체에 대한 유전자원국 국가의 주권을 선언하며 자원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TRIPS 협정에서 보장하는 특허권이 이러한 생물체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포괄한다면 양 협약간 법적불일치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특허는 자연발생적인 생물체에 대한 독점을 허용하여 그러한 자원의 원활한 활용을 불가능하게 하고 특히, 어느 특허가 유전자원국가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출원된 경우 유전자원국의 주권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따라서 미생물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 두 협약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3)
반다나 쉬바(Vandana Shiva)가 ‘생물해적질(bio-piracy)’이라고 표현하는 유전자원 관련 특허 분쟁 사례(4)는 주로 국제협약을 어기거나 유전자원 보유자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도국은 TRIPS 협정 제27.3(b)조 또는 제29조(특허의 공개조건)를 개정하여 사전동의, 출처표시, 이익공유 등의 조건을 부과해야 하고,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특허출원은 거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선진국들은 유전자원의 출처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모색할 필요는 있지만,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특허법의 영역을 벗어나는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이익공유의 문제도 개별 국가의 국내법에 따른 당사자간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전통지식과 민간전승물의 보호 문제

개도국은 전통지식을 보호하기 위해 현행 지적재산권 제도를 수정하거나 특별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첫째, 전통지식에 대해 특허권이나 지적재산권을 부여한다면 그것은 전통지식을 생성한 공동체 이외의 자에게는 부여될 수 없고, 둘째, 전통지식은 해당 공동체와 이익공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반면, 선진국은 유전자원이나 전통지식은 대부분 공중의 소유에 속하며 그 규범 또한 국제적으로 확립되어 있지 않아서 보호대상이나 범위가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지적재산권 제도의 틀 내에서 보호가 가능하고 유전자원이나 전통지식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선행기술 검색을 강화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특허권 설정을 최대한 배제하는 방안 등을 제안하고 있다. 결국 별도의 제도를 도입하거나 TRIPS 협정을 개정하는 데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5)

비위반제소 문제의 논의 동향

WTO 체제는 분쟁해결을 위한 제소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GATT 규범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가 있거나(위반제소: violation complaint), 비록 GATT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체약국의 무역관련 조치나 상황이 다른 체약국의 기대이익에 침해(비위반제소; non-violation complaint)가 발생해야 한다. 그런데, TRIPS 협정 제64.3조는 TRIPS 협정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해도 비위반제소를 적용하지 않고 유보하도록(6)하고 있다. 협정 발효일로부터 5년 이내에 TRIPS 이사회에서 이를 검토하고 그 후 각료회의에서 결정하되, 회원국간의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2000년 1월 1일부터 비위반제소 및 상황제소 관련 규정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런데, 2001년 11월 도하 각료회의에서는 비위반제소와 상황 제소의 범위와 방식에 대한 검토를 계속하도록 하고 칸쿤 각료회의에서 권고안을 제출하도록 하였으며, 그때까지는 비위반제소와 상황제소를 개시하지 않았다.
비위반제소 문제와 관련하여 TRIPS 의장은 4가지 안을 제안했다. 첫째 비위반제소가 TRIPS 협정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권고, 둘째, 비위반제소가 TRIPS 협정에 적용되는 것으로 하되, 범위와 방식에 대한 별도의 지침을 수립하지 않고 DSU 제26조에 따르는 것으로 권고, 셋째, 비위반제소가 TRIPS 협정에 적용되는 것으로 하되, 범위에 방식에 관한 추가지침을 수립, 넷째, 모라토리움을 연장하고 TRIPS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결 론

앞에서 TRIPS 협정의 문제는 지식에 대한 소유권을 확장하고 지식을 시장에 편입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문제들은 지적재산권을 무역의 관점에서만 보는 ‘TRIPS’ 라는 용어 그 자체로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에 대한 규범을 ‘무역기구’가 관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인권의 문제를 고려한 지적재산권의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TRIPS는 HRIPS (Human Rights Related IPs)라는 용어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인권의 문제를 고려한 지적재산권 논의는 권리자와 공중의 이익 사이의 균형 문제를 숙고하는 것이 그 출발이지만, 그에 앞서 지적재산권과 인권의 본질적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인권은 개인 또는 개인으로 구성된 공동체에 속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양도될 수 없으며 보편적으로 부여됨에 비해, 지적재산권은 발명이나 창작을 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이로부터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제도적 권리다. 특히, 지적재산권이 전통적으로는 개인으로서의 저자 또는 창작자를 보호하였으나, 점차 기업의 이해와 투자를 보호하는 쪽에 점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 요컨대, 지적재산권은 보편적 인권과는 달리 특권적 성격이 강하고, 지적재산권은 다른 권리 즉, 문화 생활에 참여할 권리와 과학적 진보로부터 혜택을 향유할 권리와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달리 표현하면, 지적재산권자의 권리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자유와 과학적 진보에 접근하고 참여하며 그로부터 혜택을 보는 권리의 전제 조건으로 인정된다.

또한, 지적재산권의 인권적 조명은 권리자와 공중의 이익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는 형식적 의미의 균형이 아니라,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행사로부터 침해받는 인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되어야 함은 DDA 논의 의제로부터도 발견할 수 있는 현실적 과제이기도 하다. 예컨대, 공중보건과 관련된 검토 의제는, 의약품의 특허권 보호로부터 침해받는 저개발국가 환자들의 건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그 결론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고, 생명공학 관련 의제는 인권논의를 좀 더 원숙한 다음 단계로 진행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생명인권’ 또는 ‘세대간 인권’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것은 사람은 유전적·생물학적 존재 이상의 전인격적 존재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성찰의 의미하며, 인간의 존엄가치와 책임, 행복, 그리고 인간의 기원과 함께, 과거와 미래 세대로 이어지는 인류공동체의 안전에 대한 깊고 넓은 통찰을 요구한다.(7)



주석

(1) 조수정(외교통상부, 세계무역기구과), ‘WTO TRIPS 협정 쟁점 및 대응’ 2003. 6. 25. 세미나 발표자료.

(2) CBD 제15조는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을 결정하는 권한이 각 국가 정부에 있으며 각국 국내법에 의해 결정되고,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은 보상 및 이익공유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CBD 제16조는 생명공학 기술 접근 및 기술이전에 대한 것으로 특히 제5항은 특허권이 CBD에 반하지 아니하도록 국내 입법 및 국제법에 따라 협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CBD 제19조는 유전자원에 근거한 생명공학으로부터 발생하는 결과 및 이익에 대하여 개도국과 선진국간 공평한 이익분배에 대해 정하고 있다.

(3) 윤미경·최윤희, ‘DDA TRIPS 분야의 유전자원 관련 논의와 한국의 대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책연구 02-06, (2002년 12월)

(4) 생물해적질이라 부를만한 사례는 많이 있으나 한가지만 소개를 한다. 유전자원의 특허기술은 전통적으로 인정돼 온 농부의 자가종자생산할 권리를 부정하고 일부 기업에 실질적인 종자의 독점권을 줄뿐만 아니라, 식물의 번식력을 박탈하는 비윤리적 측면을 지니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터미네이터 기술(Terminator Technology)인데, 이것은 미국의 농무부와 목화 종자회사인 델타 앤드 파인 랜드사가 공동 개발하여 특허 출원한 ‘식물 유전자의 발현조절’ 기술로 종자를 1회만 사용할 수 있고 그 종자에서 수확한 농산물의 발아를 정지시켜 종자로 다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종자회사의 권리보호를 위해 정품의 유통종자가 아니면 발아시키지 않아 종극을 맞는다는 의미로 RAFI가 ‘Terminator Technology’라 명명하고 이를 경계하자고 주장하면서 이 명칭이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터미네이터 기술개발에 4년에 걸쳐 19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했고, 델타 앤드 파인 랜드사는 총53만 달러를 투자하였다. 현재 실시권을 허여할 수 있는 권리는 델타 앤드 파인 랜드사에 귀속되어 있으며 농무부는 이 특허권이 상업화되는 경우 순매출액의 약 5%를 로얄티로 지급받게 된다. 이러한 터미네이터 특허기술에 대해 1998. 5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개최된 생물다양성협약 4차 당사국 총회에서는 종자 수입국(주로 개도국)들의 우려가 심각히 대두되어 이의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었다..

(5) 특허청, ‘DDA 지적재산권 관련 협상동향 및 우리의 대응’, DDA 지적재산권 관련 민관합동 포럼 (2003. 5.) 자료집 14면.

(6) 이러한 유예규정을 두게 된 이유는, 상품 및 서비스 교역상의 양허표를 상정하고 고안된 비위반제소가 양허표도 존재하지 않고 GATT 및 GATS에 비해 상당히 이질적인 TRIPS 협정에 적용될 때 선진국의 제소 남용을 우려한 개도국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조수정(2003) 앞의 글 41면).

(7) 박은정, ‘생명공학 시대의 법과 윤리’,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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