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4호 사람들@넷
소프트웨어는 '기술'이 아닌 '정신'이다
소프트웨어의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 'GNU코리아'

고영근  
조회수: 2884 / 추천: 51
GNU는 ‘GNU is Not Unix: GNU는 유닉스가 아니다’라는 재귀적인 뜻을 담고 있는 약어이다. 지난 1983년 리차드 스톨만에 의해 처음 시작된 GNU프로젝트는 리눅스와 같은 자유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함께 소프트웨어의 자유로운 공유와 사용을 주장해 오고 있다.
GNU가 말하는 소프트웨어의 자유는 금전적인 측면의 자유가 아닌 ‘소프트웨어는 구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자유를 뜻한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복제하고 친구나 동료와 함께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자유와 함께 소스 코드를 원용해서 이를 개작할 수 있는 자유, 개작된 프로그램을 배포할 수 있는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GNU의 정신에 전세계의 많은 개발자들이 동참하면서 현재 GNU프로젝트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할 정도로 성장했다.

온라인에서 일하는 GNU코리아

GNU는 대표적으로 리눅스와 같은 자유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GNU가 말하는 ‘자유소프트웨어’란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고 이를 복제하고 배포할 수 있는 자유와 함께, 소스 코드에 대한 접근을 통해 이를 학습하고 수정, 개선시킬 수 있는 원천적인 자유를 담은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이러한 자유소프트웨어의 원칙으로는 ▲프로그램을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도 실행할 수 있는 자유 ▲프로그램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고 이를 자신의 필요에 맞게 변경시킬 수 있는 자유 ▲이웃을 돕기 위해 프로그램을 복제하고 배포할 수 있는 자유 ▲프로그램을 향상시키고 이를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다시 환원시킬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하고 있다.
GNU코리아는 이러한 자유소프트웨어운동을 우리나라에서 전개하고 있는 조직이다. 리차드 스톨만이 GNU의 정신을 선언한 이후, GNU코리아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98년부터다. GNU프로젝트가 전세계적인 운동이고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GNU코리아도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는 네트워크 조직의 형태를 띠고 있다.

GNU코리아는 저널팀, 소프트웨어 개발팀, 매뉴얼팀, GNU WWW 한국어팀, 멋진 GNU 세상 한국어팀, GNU Computational Physics Society 등 6개의 팀으로 나뉘어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번역작업이나 다른 여러 형태의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GNU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스텝(Staff)이라 부르는 활동가들은 대략 7명 정도가 있다.
이들 스텝들은 대부분 직장인들과 대학원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스텝들은 온라인 상에서 만나고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일을 한다. 부득이하게 만나서 의견을 주고받는 오프라인 모임은 두 달에 한번 꼴이다.

기술력보다 참여와 열의가 중요

현재 GNU코리아는 서울시립대 대학원에서 전산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정훈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정훈 대표는 지난 2000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초부터 대표직을 맡게 되었다.
GNU코리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근활동가가 아닌 자기 일을 하면서 운동에 참여하는 자원활동가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은 상근활동가 못지 않게 열의가 있다. 일례로 지난 8월에 열렸던 리눅스엑스포를 위해 한 활동가는 자신이 다니는 은행에 일찍 출근해, 몰래 행사자료를 카피해 행사장에 가져다주기도 했다며 GNU코리아 관계자는 자랑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리눅스엑스포에 참가한 GNU코리아는 자신들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리눅스분야가 많이 침체되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현재 국내 리눅스분야에서 정부와 학계, 산업계의 힘이 모아지고 있지 않아 더욱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현재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공개소프트웨어 정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GNU코리아는 정부의 공개소프트웨어정책이 정부가 못해서라기보다는 자유소프트웨어운동이 민간차원에서 시작된 운동이니 만큼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유소프트웨어운동은 민간과 정부, 산업계가 담당할 몫이 따로 있는 것이며,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 리눅스분야가 침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GNU코리아는 이에 굴하고 않고 계속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GNU코리아 이정훈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다른 형태의 획기적인 운동을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꾸준히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유소프트웨어운동은 기술적인 실력보다는 운동에 대한 참여와 열의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자유로운 협업과 의견교환이 GNU운동의 핵심정신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내가 만든 조그마한 소프트웨어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사용하는 것을 알았을 때 운동을 하는 보람을 느낀다”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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