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5호 표지이야기 [누가 인터넷의 역사를 만들었는가?]
‘자유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소프트웨어에 저작권부여…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의 시작

오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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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의 콘텐츠에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인터넷은 정보 공유의 문화 속에서 탄생하였으며 성장해왔다. 소프트웨어에 저작권을 부여하게 된 것도 오래된 일은 아니다.
리차드 스톨만이 MIT 대학의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한 1971년경에는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머 사이에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였으며, 그들은 공동체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점차 회사들은 소프트웨어에 저작권을 부여하여 프로그램 소스를 공유하거나, 제작자의 허락 없이 수정하는 것을 제한하였으며, 해커들이 회사에 고용되면서 프로그래머 공동체는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리차드 스톨만 역시 이 시기에 도덕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즉, 자신도 회사에 고용되어 독점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 협력을 할 것인가, 소프트웨어 세계를 떠날 것인가, 아니면...

자유운영체제 그누 소프트웨어 개발 시작돼

그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공동체를 부활시키기로 결심하였고, 이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자 하였다. 제일 먼저 선택한 것이 운영체제였다. 왜냐하면 이것이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소프트웨어였기 때문이다. 그는 1984년 1월 MIT 연구원직을 사임하고 자유 운영체제인 그누(GNU)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가 연구원직을 사직한 것은 자신이 생산한 소프트웨어가 학교나 회사에 의해 법적 구속을 받을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그가 GNU 프로젝트의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은 GNU 이맥스(Emacs)라는 편집기였다. 그는 이 편집기를 배포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MIT의 파일전송 사이트뿐만이 아니라, 비용을 받고 프로그램이 들어있는 테이프를 우송해주는 방법을 고안해 냈는데, 이는 직장이 없던 그에게 수입원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의 리눅스 배포판 업체의 시초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맥스 사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GNU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그는 1985년 자유소프트웨어재단(Free Software Foundation, 이하 FSF)을 설립하게 된다. 이는 개발 기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었는데, FSF는 테이프의 배포 사업도 맡게 되었다. 현재 FSF의 주된 운영 자금은 자유 소프트웨어의 판매와 부가 서비스를 통해 충당된다고 한다.

그누/리눅스, 마이크로 소프트가 가장 두려워하는 운영체제

1990년 무렵에는 GNU 시스템이 거의 완성되었지만, 운영체제의 핵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커널(Kernel)’이 없는 상태였다. 따라서 아직 온전한 독립적인 운영체제로 기능할 수가 없었다. GNU 팀은 GNU 허드(HURD)라는 커널을 계획했으나, 그 개발은 계속 지연되었다. 그러던 중, 1991년 GNU 시스템에 사용될 수 있는 커널이 나타났는데, 이것이 바로 핀란드 헬싱키 대학의 학생이었던 리누스 토발즈가 개발한 리눅스였다. 오늘날 우리가 리눅스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게는 그누/리눅스(GNU/Linux)이며, 리눅스는 전체 시스템의 커널에 해당할 뿐이다. 어쨌든, 리눅스가 결합되면서 GNU 시스템은 비로소 온전한 자유 운영체제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자유 소프트웨어 공동체는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개발자와 이용자를 가진 공동체로 확장되었다. 반면, 자유 소프트웨어의 철학 자체는 상당부분 희석되기도 하였다. 레드햇과 같은 리눅스 배포판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리눅스의 확산은 더욱 가속화되었으나, 역으로 그것은 단지 ‘값싼 운영체제’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1998년에는 ‘자유의 철학’보다는 ‘프로그램 소스 공개를 통한 효율적인 개발’이라는 측면에 주목한 ‘오픈 소스(Open Source)’ 운동이 시작되었다. ‘오픈 소스’는 소스를 공개하기만 하면 소프트웨어의 이용에 일정한 제약(예를 들어, 재배포를 금지한다든가, 혹은 공개된 소스를 수정하여 독점 소프트웨어로 판매하는 것과 같은)을 부여하더라도 인정하였다. 오픈 소스를 하나의 사업 모델로 하는 회사들도 등장하였다. 오픈 소스 운동의 확산은 많은 사람들을 혼동시켜 자유 소프트웨어의 정확한 의미를 왜곡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누/리눅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두려워하는 운영체제로 인정받고 있다. 자유 소프트웨어는 이를 지지하는 공동체가 존재하는 한, 계속 발전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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