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호 정보운동
소프트웨어를 차별하지 말라!

오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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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일명 '노리추' 대표단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리눅스를 선물하였다. '노리추'란 '노무현 대통령께 리눅스 선물하기 모임'의 약자로, '함께하는 시민행동'(http://www.ww.or.kr)의 소프트웨어 차별제보 게시판에 제보를 올리던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모임이다. 이 행사의 취지는 비MS제품 사용자, 즉 리눅스나 매킨토시 사용자들이 겪는 불편을 대통령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명 '인터넷 대통령'으로, 그의 리더쉽은 '리눅스형 리더쉽'으로 불린다. 인터넷을 통한 국민 여론이 그의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가 토론과 대화를 통한 일처리를 중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별명이 무색하게도, 노무현 대통령의 정보통신 정책은 그 이전 김대중 대통령 시절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즉, 여전히 '공공성과 인권'보다는 '산업과 경쟁력'이 중시되는 정책 지향을 보이고 있다.

MS 사용자들만을 위한 전자 정부?

2002년 11월에 개통된 전자정부 홈페이지(http://www.egov.go.kr)는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에게나, One/Non-stop 전자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였지만,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전자정부 홈페이지에 대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리눅스나 매킨토시 사용자들은 전자정부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전자정부 민원서비스 4260여종을 원천적으로 이용할 수 없으며, MS 위주의 인증시스템으로 인하여 인터넷 정보공개서비스 또한 이용할 수 없다. 그들은 '전자정부 홈페이지는 MS 사용자들만을 위한 홈페이지'라고 비판한다.
리눅스나 매킨토시 사용자들이 겪는 불편함은 단지 정부의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데 그치지 않는다. 갈수록 점점 더 많은 홈페이지들이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최적화된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리눅스나 매킨토시 사용자들의 일상적인 인터넷 이용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MS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을 강제하고 결과적으로 MS의 독점을 강화시키게 된다. 전자정부 홈페이지는 공정 경쟁을 보장해야할 정부가 MS의 독점을 간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할 정부가 비MS 사용자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중의 부당함을 가지고 있다.

리눅스와 매킨토시까지 지원하는 '최고의 은행'을 기다립니다!

비MS 사용자들이 겪는 불편은 우리 삶에 필수적인 금융 거래 영역에서도 존재한다. 국내 은행들의 인터넷 뱅킹 환경이 윈도와 익스플로러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freebank.org는 이러한 우리나라의 인터넷 뱅킹 환경이 개선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만든 프로젝트이다. 이들은 미리 일정 금액을 적어 놓고, 리눅스와 매킨토시를 지원하는 은행이 나타나면, 그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겠다고 약속한다. 지난 3월 17일 사이트가 개설된 이래, 벌써 약 1500명이 참가하여, 약속한 금액이 100억원을 돌파하였다. 이들에 의하면, 미국, 일본, 홍콩 등 해외 은행들은 최소의 컴퓨터 사양만 갖추면 인터넷 뱅킹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리눅스와 매킨토시 사용자는 약 2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노리추'나 'freebank.org'와 같은 프로젝트는 단지 리눅스와 매킨토시 사용자만을 위한 사업은 아닌 듯 하다. 그것은 한국의 정보화가 단지 비용대비 효율성만이 아닌, 정보에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인권'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배려에 기반해야 한다는 따끔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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