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호 집중분석 [NEIS,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NEIS의 교훈

이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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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한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하 NEIS)이 여러 모로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전자정부사업을 담당하는 관료들의 정보인권 수준을 보면서 참으로 한심스럽고, 우리나라의 백년대계를 담당하고 있는 교육부의 관료들의 얄팍한 교육철학을 보면서 절망했다. 또한 이 문제를 전교조의 집단 이기주의나 세력과시, 교단갈등 등으로 치부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나,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정당을 보면서 정말로 개탄스러웠다.
이런 와중에 희생되는 것은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뿐이다. 미성년자가 사회의 약자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나도 이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처럼 NEIS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문제가 전교조가 연가투쟁을 벌일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가를 고민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전교조가 너무 세게 나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NEIS에는 심각한 인권침해의 문제가 있고,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답이 이렇게 간단한데도, 정부와 교육부는 왜 이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고, NEIS는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드는 것일까? 석가모니는 가르친다. 108 번뇌의 근원은 집착이므로 번뇌로부터 벗어나려면 집착을 끊어야 한다고.

NEIS, 실패한 전자정부의 대표적 사례

교육부가 NEIS에 대해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관료집단의 속성상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수 백억 원을 쏟아 넣은 체제를 관료들 스스로 폐기하길 바란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NEIS는 관료집단과 함께 공생하는 거대한 괴물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정부 11대 과제'라는 것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개가 이런 모양이다. 국회의 견제도 받지 않고, 국민의 참여도 배제된 채, 관료집단과 행정부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되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예컨대 전자정부 시스템의 근저가 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체계는 시간이 갈수록 바로잡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를 바로잡는데 들어 갈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만 간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손을 댈 수가 없다는 것이 객관적인 이유가 되고 만다.
그렇다고 문제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잘못된 시스템의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져 갈 것이다. 시스템은 확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빠른 순간이다.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통합되기 전에, 만약 유기적으로 통합된다 하더라도 가능한 한 초기단계에 오류를 시정해야 한다.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프라이버시 기구가 필요

NEIS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정부가 얼마나 효율성에 집착하는지를 알게됐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가상의 현실인 매트릭스에 의해 인간이 통제되는 것처럼, 정부는 효율성에 집착하면서 스스로 만든 NEIS라는 거대한 매트릭스에 집착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효율성에 집착하는 정부가 만들어낸 거대한 매트릭스인 NEIS에 갇히게 되고, 나중에는 NEIS의 데이터베이스에 집착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전자정부를 추진하면서 투명성과 국민의 참여와 편의제고, 효율성을 미덕으로 꼽았다. 그러나 과연 전자정부를 통해 국민의 참여가 얼마나 보장되고, 얼마나 투명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정부가 모든 것을 획일적으로 처리하고, 비용절감이라는 명목으로 통합 처리하려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NEIS의 경우만 봐도, 교육청은 각급 학교의 예산결산과 학교활동이나 지도활동을 NEIS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은 대폭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이는 그 동안 교육민주화의 결과로 성취한 교육의 자주성과 교육자치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비단 NEIS 뿐만이 아니다. 전자정부는 시스템에 의한 지배를 가져오고, 시스템은 중앙집중을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전자정부는 민주주의와 국민의 참여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럼 이런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프라이버시 감독기구를 만드는 것이 그 해결방법의 하나일 수 있다. 이런 기구를 통해서만이 3권 분립의 입장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침해에 대응해 나갈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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