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6호 표지이야기 [미디어 전쟁이 시작됐다]
집회현장의 영상독립군들
개인의 능력에만 맡겨져 있는 게 현실…교육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공간 필요해

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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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현장의 마지막 주자는 뭐니뭐니 해도 ‘개인영상활동가’들이다. 이들은 경찰이나 방송국,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관계로 조직력이나 영상촬영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개인적 관심사에 끝까지 집중할 수 있다

‘숲속 홍길동’으로 통하는 이상현씨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낮시간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퇴근시간이 되면 캠코더를 챙겨든다. 오늘은 어디로 향하려나?
그가 먼저 발길을 향한 곳은 삼성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가 40일이 넘도록 단식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오늘은 윤진열 위원장이 삼성본관 앞에서 거리농성으로 일인시위를 하다가 체력이 소진해 길거리에 누워버린 장면을 찍었다. 길 한가운데 뻗어버린 위원장의 모습을 보니 그의 마음 또한 편하지가 않다. 다시 캠코더를 들고 나가는 곳은 이주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명동성당이다. 그의 관심은 여기에 있다.
운동에도 음지와 양지가 있어서 심지어 운동진영의 영상활동가에게도 주목받는 곳이 있는가하면 이주노동자나 철거민같이 주목받지 못하는 곳들이 많다. ‘단체나 조직의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 좋다’는 이상현씨는 소외된 계층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것이 바람이다. 그러나 이상현씨와 같은 개인영상활동가들이 많은 것은 아니다.
이상현씨의 경우는 개인카메라도 가지고 있고, 작년에는 집에다 컴퓨터 편집장비까지 장만했다. 하지만 개인활동가들이 처음부터 영상독립군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상활동가들을 보조할 만한 시스템 마련

인터넷방송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과거 영상촬영과 편집에 고가의 장비가 필수적이었다면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6mm캠코더로 촬영한 영상도 일반 공중파 방송에 내보내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좋아졌고, 원한다면 컴퓨터를 통해서 편집을 해볼 수도 있다. 영상캡쳐장비와 편집프로그램이 깔린 컴퓨터를 구매하면 된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몇만 원 단위의 가격대도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자신이 만든 영상을 올리거나 선보일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가장 크다. 동기부여가 안 되는 것이다.
영상미디어센터의 김명준씨는 “인터넷만 생각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굳이 웹이 아니더라도 지역케이블TV나 각종 영화제 등을 겨냥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좀더 적극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시민사회단체가 자기독자적 공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적 지원체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며, “퍼불릭 액세스 운동의 하나로 공공기관에 개방적 영상서버를 만들고 관리하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의 영상활동이 공중파나 케이블방송 등에 공적의무를 지웠듯이, 온라인에도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개인영상활동가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넓혀가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네트워크의 이용근 사무국장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상미디어센터를 비롯한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영상활동에 대한 교육을 받을 만한 곳이 없다”며, 덧붙여 “교육받은 사람들도 수료 후 지속적인 영상활동을 펼칠만한 공간이 없다”고 말한다.

서로에 대한 견제를 넘어서는 역할 필요

그 동안 경찰에서 운영하는 인터넷방송이나 각종 단체가 홈페이지에 올리는 동영상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입장에 의해 촬영되고 편집된 화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들이 서로 대립적인 시각과 관점에서 화면에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상호간의 감시일 수 있고, 일반 시민들은 양쪽의 관점을 바라봄으로써 좀더 객관적인 사실과 시각을 얻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영상독립군들이 활동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영상이 관심을 갖지 않은 곳을 세상에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시민들로 하여금 보다 객관적인 사실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지렛대의 역할을 해야한다. 여기에 ‘영상독립군’에 거는 기대가 있고, 우리사회에서 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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