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6호 칼럼
"정보인권아! 아프니, 나도 아프다!"

송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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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그동안 연락도 없다가 이렇게 뜬금 없이 안부를 전하려 하니 무척이나 계면쩍네요. 올해 계획했던 일들이 잘 마무리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여느 해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최근 손배·가압류로 인한 노동인권 침해, 이라크파병, 테러방지법, 사회보호법, 경찰폭력 등 한꺼번에 닥친 인권현안으로 인해, 올 한해 역시 인권활동가들에게는 무척이나 힘겨웠던 해였습니다. 특히,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문제는 우리에게 깊이 기억될 사건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NEIS에 대한 사회적 논쟁과 갈등과정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단연코 정보인권을 위협하는 어떠한 정책과 관행도 용납하지 않으며,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NEIS 반대투쟁을 평가하면서 이번 투쟁이 우리사회의 정보인권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으며, 더 나아가 우리사회에 정보인권의 중요성을 일반국민들에게 각인시킨 의미있는 투쟁이었다고 자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소수 정보인권단체와 활동가들에게만 머물러 있던 정보인권에 대한 인식을 대중적으로 확장시킨 중요한 키워드이자, 담론으로 형성하는 역사적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K형 !
내가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할 때, 물한통 달랑(?) 들고 찾아와 “NEIS 싸움이 대수롭지 않은 싸움인지 알았는데 정말 심각한 문제인지 이제야 알게 됐다”며, “그런데 정보인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자기정보통제권이 뭐야?”하며 새로운 신조어(?)들에 대해 신기해하던 얼굴이 기억나네요. 사실 인권이 어떻고 떠들고 다니던 나도 형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고, 넘어야 할 산은 많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NEIS 투쟁을 통해서 우리사회에 문제제기한 것, 그 이상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각종 개인정보의 무한적 집적이라는 유혹에 빠져있는 정부와 자본의 속성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고, 정보인권이 무수한 가치 중에서 편리성 등 여러 목적의 종속변수로 고려되는 인식의 저급함도 극복해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통제권과 개인정보의 심의절차를 강화하는 등 정보주체인 국민의 정보인권을 강화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독립적인 개인정보보호기구의 설립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K형 !
얼마전 농담 삼아 던졌던 K형의 말들이 생생하네요.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정보인권아! 아프니, 나도 아프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라고 하셨지요. 정말 동감합니다. 그래요. 여전히 어렵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정보인권이 어느새 이제는 우리의 가까운 친구가 됐네요. 이제 그 친구를 새롭게 알아가고 함께 든든한 보호막이 되는 것, 그것이 이제 우리의 몫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 같습니다. K형 우리 함께 할 수 있지요 !
언제나 우리의 투쟁과 함께 하며 격려해 주던 K형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올 한해 잘 마무리하고 2004년 새해를 힘차게 맞이하세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2003년 12월 수원 원천골에서 원찬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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