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7호 장애없는
나는 나, 자립생활과 자기정보결정권

김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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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장애인인권조약을 만들기 위해 대륙별 미팅과 더불어 각국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한국도 대표 실무단에 정부 관련자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의 NGO도 함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초안위원회를 만들었다. 초안위원회는 특별히 당사자주의의 실현, 자립생활을 할 권리, 자기 결정권, 세력화(대표성 제고), 여성장애인, 이동권, 성적권리, 언어로서의 수화 권리 등을 강조하는 초안을 내놓고 한 차례의 공개 토론회를 가졌다.

여기서 강조하는 모든 권리는 결국은 자립생활을 할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립생활을 할 권리는 자기정보결정권에 대한 이해로써 돌려보기를 해보면 무관하지 않다.

자립생활을 할 권리란 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생활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피동적 생활로부터 벗어나서 자기에 관한 한 자기가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 이동권, 서비스 선택권, 성적권리 등, 일상의 자유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장애를 제거하고자 하는, 장애인에게 있어서는 최종적으로 실현될 자유권이자 사회권이라 할 수 있다.

법에는 장애 유형을 15가지로 분류하고 있지만 같은 지체장애인이라 하더라도 그 장애의 정도와 특성은 매우 다양하다. 그럼에도 보다 일반적인 사회에 다가가기 위해 제공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부자연스러운 시스템에 맞추거나 포기해야 했다. 장애인은 자신의 삶을 타인의 선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에 타인의 시각을 통해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듯이 자립생활은 주체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마땅하게 이루어져야 하기에 장애인 당사자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었고, 비당사자들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규격화된 시스템과 형식을 거부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한 운동으로부터 시작된다. 전동휠체어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적용 요구와 최저생계비에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산정 등은 장애인 당사자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을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으로 설명한다.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전신마비로 인해 집안에서만 20년을 살아온 어떤 이는 전동휠체어를 타기 시작한 8개월 동안 늘 자식에게서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만 받다가 “다녀오셨습니까”라는 인사를 받게 되었다며, 20년 세월보다 8개월의 경험이 더 감격적이고 소중하다고 한다. 중증장애여성이 수동휠체어를 이용할 경우 도우미가 일방적으로 주의 없이 마음대로 끌고 가거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당하기 때문에 외출에 대한 자신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청각장애여성은 회사에서 임시휴일을 따로 알려주지 않아서 혼자서 출근을 하여 어찌된 일인지 어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참담했다고 한다.

장애인에게 있어 자립생활 실현을 위한 자기정보결정권은 우선 ‘자기 장애’와 관련되는 ‘모든’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당사자에 의해서 자신의 장애에 관한 정보가 만들어져야 하며, 잘못된 정보에 대하여 수정을 요구하면 이에 대한 시정이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자기결정권과 선택권!’ 돌려 생각해보면 장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고 자신의 삶을 반추시켜 볼만한 의제가 되지 않을까. 장애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라는 자각과 또다른 형태의 사회진보를 위한 실천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의 끝에 졸음이 오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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