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7호 미디어의난
국내 지역공동체 라디오 운동의 현황

홍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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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시민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커뮤니티 라디오(Community Radio)방송(1~100w 출력)이 존재하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도 소출력 라디오 방송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지만, 그 방송의 개념은 1w 이하의 이벤트 라디오방송으로써 기존 라디오방송보다 출력이 작은 라디오방송이다. 그런데 올해 방송위원회에서 제출한 방송법 개정안에는 소출력 라디오 방송이 1w 이하의 이벤트 방송과 함께 10w 이상의 지역주민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도입을 명기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법 개정안에 도입된 지역공동체 라디오방송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법안에 대한 방송위원회와 각 부처간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그 방송의 의미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언론 감시역할을 해 왔던 국내 시민사회단체는 2003 방송법 개정안에 지역공동체 라디오방송이 도입된 사실조차 알고 있지 못하다.

일반적으로 세계 각국의 커뮤니티 라디오 방송은 시민 불복종 운동을 통해 법제가 도입되었으며, 각 부문운동영역에서 커뮤니티 라디오 방송에 대한 필요성을 먼저 인식하여 안테나를 세우고 방송을 시작한 풀뿌리 민중의 매체이다. 이렇게 라디오 방송이 다른 매체와는 다르게 현재까지 민중의 매체로서 가능한 이유는 역사적으로 활용되어 왔던 라디오 매체의 강점 때문이다.

우선 경제성이다. 라디오의 방송장비는 간단하고 저렴하다는 것이다. 송신할 수 있는 송신기와 안테나만 있으면 방송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라디오는 구술언어 매체로서 일정한 교육을 통해 학습되는 문자언어보다 방송에 참여하는데 있어서 갖춰야 하는 능력이 특별하게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마이크에 대고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된다. 세 번째, 라디오는 생활매체라는 점이다. 전파가 전달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들을 수 있다. 작업장에서, 버스 안에서, 길거리에서, 집에서, 일을 하면서 들을 수 있는 동시성이 강한 매체로서 라디오 방송은 항상 민중 곁에 있어 왔다.

그런데 바야흐로 디지털세상으로 가고 있는 가운데 왜 구식 매체인 라디오인가? 사실 최근 들어 라디오 매체의 존립에 대한 진단이 이뤄져 왔으며 그에 따른 대안이 모색되기도 했다. 또한 초고속 인터넷 망이 확장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누구든지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아직까지 제2의 여론매체로서 라디오방송은 우리사회에 대단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매체이며 디지털 방송환경 변화 과정에서 놓치고 갈 수 없는 시민의 방송영역이다.

아무리 인터넷 매체의 보급률이 높고 그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대중화되었다고 하지만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하드웨어를 갖춰야 하고 매달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유료 서비스이다. 하지만 라디오 방송은 이미 보편화된 방송서비스로서 단 몇 천 원의 라디오 수신기만을 가지고 있으면 방송접근이 가능한 매체이다.

이렇게 이미 법제화 과정에 있는 국내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 상황에서 그리고 다른 매체보다 시민미디어로서 강점을 가진 라디오 매체에 대해 우리는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은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지역주민이 직접 전파를 소유하고 방송국을 직접 운영하는 지역주민의 자주관리 매체로서 대안미디어이자 시민미디어이다. 여기서 지역주민은 지리적, 사회·문화적 공동체를 가리키며.

예를 들어 지리적 공동체는 행정구역인 구, 동을 말하는 것이고, 사회·문화적 공동체는 특정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학교 등을 가리킨다. 세계 각국의 커뮤니티라디오 방송 역시 농촌라디오, 학교라디오, 노동조합라디오, 여성라디오, 장애인라디오, 지역사회라디오 등 다양한 계층과 공동체에 따라 라디오 방송국이 구성되어 있다.

특이하게도 정부 기관에 의해 먼저 도입되고 있는 국내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늦은 감이 있지만 좋은 상황에 있기도 하다. 2003 방송법 개정안에 표현된 소출력 라디오 방송은 1w 이하의 이벤트 방송에서 보다 확장된 개념의 지역방송(Community Broadcasting)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추진하고 있는 방송위원회의 의지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뉴미디어의 기술이 빠르게 수용되고 활용되고 있는 국내 미디어 환경은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건설하는데 있어서 풍부한 기술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국내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주체인 시민사회영역에서는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상태이며 그 필요성조차 공유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MediACT)는 올해 초에 결성된 ‘지역공동체 라디오 연구팀’을 중심으로 국내외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에 대한 현황 조사 및 사례 연구를 해 오고 있으며 지난 8월부터 라디오프로그램제작교육인 ‘라디오로 세상을 바꾸자’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2003 방송법 개정안의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 관련 법률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고, 지난 11월 20일에는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 건설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여러 발제(‘지역공동체라디오 방송의 필요성과 의미’, ‘해외 커뮤니티 라디오방송 법제 현황’, ‘국내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 모델’)와 함께, 소수이지만 이전부터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과 현재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운영하고 운동단체들이 참석하여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에 대해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국내 처음으로 공식적인 논의를 열게 되었다.

한편으로 2003 방송법 개정안 통과 이후에 구체적으로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이 개념화될 방송법시행령 개정과정에 어떻게 개입해 갈 것인가, 다른 한편 지역공동체 라디오 운동에 대한 인식 확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 초동 주체로 누구를 세울 것이며 방송 건설을 위한 방송운영 및 제작 주체를 어떻게 양성해 낼 것인가, 그리고 국내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모델은 무엇인가 등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기존 방송영역에서 시민의 방송 참여 구조 마련과 커뮤니케이션 권리 확보를 위한 새로운 영역, 즉 지역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도입과 건설을 위한 정책 마련과 구체적인 실천은 이제 눈앞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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