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8호 네트워커
인터넷 대란 책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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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이 1.25인터넷 대란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서비스 가입자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얼마전 통신위원회(이하 통신위)가 1.25인터넷 대란에 대해 사업자들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고 결정한 것에 불복하여 KT, 온세통신, 두루넷 등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이 문제를 제기한 가입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통신회사들이 지난 해 12월 채무부존재확인을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며, 피소송인의 숫자는 18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소비자연대는 피소송인중 소송을 위임한 사람들을 대신하여 법적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통신위 재정결정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신청인 23명에 대해 1인당 150원~350원을 배상하게 되어 있는데, 통신사들의 불복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법적 공방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보통신관련 사고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쟁 해결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초고속인터넷업체들은 통신망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고, 사고가 났을 때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법적인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이것은 소비자에게 유리한 조항이지만, 소비자는 통신사에 비해 사고 원인에 접근하기 어렵고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법원에서 해결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통신위원회 재정신청 제도를 고치거나 소비자보호원에 별도 기구를 두어 정보통신관련 사고가 일어났을 때 법원으로 가기 이전 단계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먼저 생각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한편 KT 등 통신회사들은 이번 사고 이후 이용자에게 컴퓨터 바이러스와 해킹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도록 약관을 개정했다. 그러나 해킹 바이러스 사고는 사용자 자신이 침해했는지, 혹은 침해받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이용자 의무로 약관에 규정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조항이 법정에서 사업자 면책을 증명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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