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8호 표지이야기 [4·15총선, 인터넷과 만나다!]
시동 걸린 인터넷 선거운동
전세계에 불고 있는 ‘인터넷 선거’바람 …

장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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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선거가 올해 세계적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유럽의 대형 광고대행사 ‘유로 RSCG 월드와이드’는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이 2004년 10대 트렌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구의 여론조사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대한민국은 이미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인터넷 선거운동의 위력을 경험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인터넷 선거운동으로 ‘바람’을 몰고 왔다는 소식도 있다.

우리 앞에 PC통신이나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등장한 것은 1995년부터이다.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후보자의 정보를 천리안과 하이텔에 게시한 것이 첫 사례로 꼽힌다. 이후 선거 시기마다 각 후보의 홈페이지 개설이 보편화됐다. 2000년 16대 총선 지역구 출마자 1038명 가운데 50.3퍼센트인 514명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였고 이 중 506개가 실제로 운영되었다.

인터넷의 비중은 점점 커져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각 후보 홈페이지를 통한 선거운동이 매우 활발해졌고 ‘노사모’로 대표되는 유권자 동원력이 그 효력을 입증했다. 올해 4.15 총선도 인터넷 선거운동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터넷
인터넷이 선거 국면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01년 한국정치학회에서 16대 총선 후보자의 인터넷 활용 실태를 분석해 발표한 김용철·윤성이 교수는 인터넷이 후보자들에게 매력적인 선거운동 수단으로 등장한 이유로 △후보자에 대한 심도있는 정보 제공 △선거자금, 자원봉사자 모집의 용이성 △TV·신문에 비해 저렴한 비용과 24시간 활용 가능성 △유권자의 관심사 파악 가능 △여론조사 가능 △후보자의 미래지향적 태도를 상징하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인터넷은 후보자 뿐 아니라 유권자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지난 6월 한국선거학회 창립학술회의 발표에서 인터넷이 ‘전통적’ 정치과정 매체를 대체하였다고 분석했다. 인터넷은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소통, 여론형성에 매우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집단형성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인터넷 집단 활동이 오프라인 활동과도 부분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선거운동이 실제 ‘표’로 연결되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워드 딘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고전하고 있으며 워싱턴포스트와 ABC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딘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네티즌과 이른바 ‘넷맹’ 응답자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다.

강 교수는 인터넷이 선거운동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후보자의 홈페이지를 방문한 인터넷 이용자의 비율은 1/3에 그쳤고, 홈페이지에 접속한 사실이 후보 지지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후보자 홈페이지를 방문한 응답자의 80퍼센트가 후보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답했지만, 분석 결과 방문자 대다수는 이미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국내외 많은 조사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표 동원’보다 위력적인 참여
인터넷이 주목받아야 할 진정한 이유는 후보자의 ‘표 동원’ 측면 보다 유권자들이 형성하는 정치과정 그 자체에 있다.

경희대 김창남 교수는 16대 총선이 끝난 후 발표한 논문에서 ‘사이버 정치커뮤니케이션에서 주목할 것은 직접적인 참여’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기존 미디어의 의사소통체계에서 탈피하여 인터넷에 개인 의견을 직접적으로 투입함으로써 대의제 민주정치에서 소외된 국민의 정치 참여를 높이고 약화된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발표에서 강 교수도 인터넷을 정치에 활용할 가장 이상적인 전망은 시공의 제약을 뛰어넘어 모든 시민이 정치 이슈에 대한 토론과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에 있다고 말했다. 정치 참여가 하락하는 추세에서, 인터넷을 통한 ‘손쉬운’ 참여가 국민의 정치 참여를 제고하고 타인과의 소통 속에서 공동체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이 선거 국면에서 발휘하게 될 위력은 얼마나 국민의 정치적 발언과 참여를 보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는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여 선거·정당 관련법 개정안 논의에서 인터넷 이용을 폭넓게 보장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선거관련 게시판에 전자서명을 이용한 실명제를 의무화하겠다는 계획도 포함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실명제 하에서 인터넷이 자유로운 발언과 참여를 보장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 선거관련법개정안 무엇을 담았나
선관위는 지난 8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에관한법률 등 선거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우선 광범위하게 인터넷 선거운동을 보장한 것이 눈에 띈다.

홈페이지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시기에 관계없이 자유로워졌고 이메일과 인터넷광고를 이용한 선거운동 역시 선거일전 120일부터 가능하다. 또한 인터넷 정당 활동을 활성화하여 인터넷을 통한 입당과 탈당을 허용하고 당원총회나 대의기관의 결의를 인터넷 투표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상의 신용카드·전화번호 결재를 이용해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으며, 예비후보자는 수입지출보고서를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 또한 지난해 논란이 있었던 인터넷 언론의 선거토론회 개최도 허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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