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8호 정보운동
답보상태에 빠진 인트라넷, 사실상 존속의도?
노숙인 관리의 효율성만 강조하는 인트라넷… 세미나 이후에도 개선안 마련되지 않아

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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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노숙인정보종합관리시스템(이하 ‘인트라넷’)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2003년 12월 3일 ‘사회복지 서비스 기록과 정보인권 보호’라는 주제로 열린 ‘2003년 노숙인 지원사업 정책세미나’의 내용을 봐도 알 수 있다.

발제에 나선 ‘노숙인다시서기센터(이하 다시서기)’의 임현철 팀장은 ‘효율성’을 강조하며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가서야 되겠느냐”라며 “일부는 개선해야겠지만 전체적으로 꼭 필요한 시스템으로, 사회복지에 매우 유용한 도구이자 피할 수 없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국실직노숙자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의 정은일 목사는 “효율성 만능주의가 사회복지 영역에까지 적용되어야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결국 인트라넷의 문제는 사회복지의 공공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률가들도 인트라넷의 문제를 지적했다. 중앙대학교 법학 연구소 전임연구위원으로 있는 김연수 박사는 발제문을 통해 “인트라넷 역시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며, 인트라넷이 이 법률상의 개인정보 안전성 확보조치, 유출금지 조치, 접근 제한 및 점검 조치 등을 따르지 않아 위법의 소지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임 팀장도 “지원센터에서 노숙인 사업을 시작한 지 약 6년이 된 지금까지 인트라넷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노숙인들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라고 인정했다. 또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장여경 정책국장은 “인트라넷이 노숙인들의 정보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향후 노숙인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며, 인트라넷이 모두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이하 노실사)의 문헌준 대표는 “모든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과거와 같은 수기 형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노숙인 수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이름과 생년월일 또는 성명과 다시서기수첩번호 정도만 공유하면 된다는 것이다. 인트라넷에서는 일일보고 메뉴만을 남겨놓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세미나 자리에서 토론은 활발했지만 그 이후 다시서기와 서울시에서는 별다른 개선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사실상 인권 침해 소지가 확인된 인트라넷을 존속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노숙인 관련 단체들과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계속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미나 직후인 12월 19일 서울 강북 지역 쉼터들은 노실사와 함께 노숙인들에게 인트라넷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노실사는 정보주체인 노숙인에게 상황을 알리고 문제의식을 일깨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트라넷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자리를 계속 마련할 예정이다. 문 대표는 “계속하여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4월경을 기점으로 인트라넷의 문제를 보다 대중적으로 알려내는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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