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8호 칼럼
지적재산권제도, 미국 제국주의의 하나

주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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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 1월 9일 지적재산권에 대한 비정기 점검을 통해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 보호등급을 감시대상국에서 우선감시대상국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미 1989년과 1992~1996년, 그리고 2000~2001년에 걸쳐 우리나라를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를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은 미국의 통상법 스페셜301조에 기반하고 있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301조는 일반, 슈퍼, 스페셜 301조로 나누어진다. 일반과 슈퍼301조는 그 제재대상과 분야의 제한이 없는 반면 스페셜 301조는 지적재산권분야에 한정하는 조항이라 하겠다. 즉, 미국은 이미 일반301조와 슈퍼301조를 통하여 충분한 무역압력을 행할 수 있음에도 별도로 스페셜301조를 제정하여 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한 통상 압력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 대한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지적산업 분야의 통상압력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무한정 강화하고자 하는 속셈인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우리나라의 저작권법과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에 대한 끊임없는 개정을 요구하였고 최근 수년간 지적재산권 관련법이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의해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 1월 저작권법 개정에 의해 전송권의 신설과 복제개념 재정의를 통하여 디지털 저작물의 복제 및 전송에 대한 배타적권리를 저작권자에게 부여하였으며, 2003년 창작성없는 데이터베이스의 보호, 기술적보호조치 무력화에 대한 처벌규정,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에 사법경찰권부여, 저작인접권자에게도 전송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까지, 우리나라의 지적재산 관련법은 일년에 수차례의 법 개정을 함으로써 미국의 이해가 일방적으로 관철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일방적인 통상압력은 미국무역대표부가 음반, 영화, 소프트웨어, 출판 제작사를 중심으로 한 국제지적재산권연맹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2월에 발행되는 이 단체의 민간보고서는 4월에 발표되는 미국 무역대표부의 의견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창작자와 이용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하는 지적재산권법이 저작권자와 저작인접권자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전 세계 모든 나라의 법률체제로 편입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정부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하는 것을 넘어서서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에 사법경찰권부여와 같이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법률을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관철하고자 하는 이러한 통상압력을 오히려 자국의 경쟁력 강화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국내 저작권법 강화로 기득권을 챙기려는 일부 저작권 단체들이 있다. 지적재산은 저작자들의 일방적인 소유의 대상만은 아니다. 지적생산물을 통해 감흥받는 이용자가 없다면 그 지적생산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적재산권법은 저작물의 생산자와 이용자와의 교감과 교류의 강화가 법률의 기본 목적임을 다시 한번 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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