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9호 표지이야기 [네트워커·언니네 공동기획‘정보인권과 여성’]
여는 글 - 정보인권에도 성별이 있다
페미니즘과 정보인권의 만남… ‘여성주의자의, 여성주의자에 의한, 여성주의자를 위한’ 사이버공간

조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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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부정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사이버상에서의 여성주의는 사실상 투쟁의 역사이기도 했고, 그 투쟁의 역사는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사이버테러와 자본의 압박 속에서 지켜져 온 ‘여성주의자의, 여성주의자에 의한, 여성주의자를 위한’ 공간들의 미래가 우울하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주의자들의 공간’을 희망적으로 만들어가는 것과 더불어 해야 할 일들이 사실 많기 때문이다. 특별구역으로 지정(?)되거나 무인도로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일찍부터 울타리 밖의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야 했는지도 모른다.

매일매일 새로 가입하고 확인하고 검색해야 하는 사이트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일상. 사람들은 모니터 너머의 회원 정보란을 바라보며 점점 잦아지는 의문들을 또다시 던진다. 이걸 다 입력하면 그 다음에는? 이 사이트 내에서는 내가 여자라는 사실이 따라다니는 것 아닐까? 혹은 이 사이트 밖으로 내 개인 정보가 유출되지는 않을까? 이 사이트에 가입하면 원하는 정보는 정말 얻을 수 있기는 한 것일까? 내가 한 사람의 회원으로 혹은 어떤 방식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일까?

쏟아지는 스팸 메일과 게시물 속에서 의심에 의심은 꼬리를 물고, 회원인 내가 여자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기저기 출몰하는 성적인 메시지들에 마음은 불편하고, 내가 원하는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나의 인터넷 이용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애시당초 내가 원하는 ‘여성’ 정보와 지식은 인터넷에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내가 혹은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누구일까?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 누구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까?

숱하게 반복되던 질문들이 행동의 차원으로 옮아가야 할 이 즈음, 하나의 실마리를 잡아보기 위해 <네트워커>와 <언니네>가 함께 여성의 눈으로 정보 인권을 성찰해 보기로 했다. 이제까지 조금은 먼 시선으로 서로를 보아왔던 페미니즘과 정보 인권이 만났다고나 할까.

‘표현의 자유’라는 대의 속에서 성인지적 관점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호주제가 폐지된 이후의 신분등록제는 인터넷과 어떤 관계인지, 여성들의 경험적 지식은 그 유명한 ‘지식 검색’에서 어떻게 차별받고 있는지, 많은 여성들에게는 정보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왜 이리도 힘든지, 각각의 이슈에 대해 서로의 예민한 촉수를 가지고 함께 더듬어 보기로 했다.

이것이 아직은 장님 코끼리 뒷다리 만지는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시간을 두고 서로의 지향점이 어떻게 같은가 혹은 다른가를 확인한다면 적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의 방향 정도는 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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