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9호 표지이야기 [네트워커·언니네 공동기획‘정보인권과 여성’]
마녀와 옥수수
정보화 사회의 성차별적 지식생산

땐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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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마녀사냥의 이유 중 하나는 그녀들이 의학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들에게 지식은 허락되지 않았다. 여성의 앎은 체계적으로 정리되거나 평가되기는커녕 기록조차 되지 않았다. 동시에 남성들은 자신들만의 체계를 쌓아 근대의 지식체계를 만들었고, 그것은 그대로 여성에 대한 장벽이 되었다.

대중적인 정보유통, 그 ‘대중’은 누구?
인터넷 시대, 정보의 대중적 유통이 일상화될 수 있음을 발견하며 혹여 이것이 전통적 남성지식과 다른 여성의 지식 유통의 가능성을 질문할 수 있었다. 전통적인 지식생산의 과정에서 여성의 앎이 ‘경험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온 것이 문제라면 이제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경험적 지식을 유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예전에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것들도 나름대로 가치를 갖는 정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정보’의 가치는 학문의 상아탑에서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검색순위’나 ‘추천 수’라는 대중의 투표에 의해 평가된다. 그러나 과연?

나를 절망케 했던 ‘여성부는 왜 생겨났나요?’라는 질문을 찾아보자. 질문자가 채택했다는 답변이 가관이다. ‘여성들의 이기심이 어쩌구 저쩌구...’ 한 개인의 잡설 정도로도 이해하기 힘든 질 낮은 답변이 버젓이 채택되어 있다. 여기에서 진정 궁금한 것은 ‘왜 저들은 여성부의 설립을 저토록 적대적으로 바라보는가?’이다.

또 다른 가능성, 마녀의 지식을 되살리기
사실, 여성인 내가 살아가면서 절실하게 필요한 정보일수록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첫째, 남성들이 만든 지식체계에서 관심을 두지 않아서이고 둘째, 상식의 세계에서 그런 정보를 필요로 하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례로 안전한 낙태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정보의 유통은 금지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학이 여성의 몸에 대해 무관심해왔기 때문에 진정으로 안전한 낙태란 아직 개발되지도 않았으리라 확신한다.(개발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절대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언니네>에서는 금지되거나 논의되지 않는 정보들이 유통되곤 한다. 작게는 낙태에 대한 정보나 대안 생리대에 대한 것, 생리통이 단순히 몸의 문제가 아닌 가부장적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 세상을 읽고 대처하는 새로운 방법들에 대한 경험들과 새로운 세계관의 단초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정보들 중 또 많은 것들은 소위 과학적으로 증명되거나 이론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지만 그 자체로 쓰임과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이런 정보들을 다른 곳에서는 잘 찾기 힘들다. 특히, 지식in은 절대 모른다.

바버라 맥클린톡은 유전자가 유기체를 결정한다는 남성들이 주도한 유전학의 방법과 원리를 넘어서, 옥수수의 변이를 유기체와 유전자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하는 독특한 관찰방법으로 ‘점핑유전자(jumping gene)’라는 가설을 제창해 오랜 무시 끝에 1983년 노벨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그녀는 연구하는 옥수수들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고 그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우스운가? 어쩌면 다시 연구되어야 할 것은 옥수수보다는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객관적’ 학문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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