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9호 김명철
인도의 정보화에서 배울 점

김명철  
조회수: 2553 / 추천: 55
필자가 2년 전에 인도에 약 1년 간 체류한 경험이 있어, 인도의 정보화에서 배울 몇 가지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인도는 IT 강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소프트웨어 수출이(주로 용역이지만) 세계 2위다. 1위인 미국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유럽이나 일본보다 수출액이 더 많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인도가 소프트웨어 강국이 된 요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도의 정보통신부 장관인 프라모드 마하잔이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방문했을 때 했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인도가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는데 기여한 세 사람이 있는데, 첫째가 숫자 0을 발명한 인도 고대 수학자이다. 디지털은 이진수를 쓰니 적어도 0과 1의 절반을 발명했다고 볼 수 있단다. 이런 이유로 인도 사람들이 수학을 잘 한다는데, 사실 내가 만나본 일반 상인들은 거스름돈 계산도 잘 못했다. 두번째로 인도에 영어를 가르쳐 준 영국 식민 통치자를 들었다. 소프트웨어 수출에 영어가 필수이니 식민 통치자도 고맙다고 해야 하나? 세번째로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도를 찾아 떠났다가 인도 반대편에 있는 인도 소프트웨어의 주 수출국인 미국을 발견한 콜럼버스를 들었다. 인도와 미국은 지구 반대편에 있으니, 미국에서 퇴근할 때, 소프트웨어 설계도를 인도로 보내면 인도의 낮 시간에 프로그램이 작성되어 다음날 아침에 전자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고 하니, 가히 24시간 개발체제에 딱 맞는 지역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이유를 덧붙이자면 인도의 싼 임금일텐데, 우리 돈으로 월 15만원 정도 된다. 영어가 되고 수학적 기초가 있는 저렴한 노동력이 많이 있으니, 미국의 유명한 소프트웨어 업체 대부분의 연구소가 인도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2년 전 인도 정부는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저렴한 국민 컴퓨터인 ‘Simputer (Simple Computer)’를 개발했다. 가격은 20만 원대로 이메일과 음성메일, 음성문자변환, 인터넷 등이 가능한 휴대용기기로(아직도 높은 비율인) 문맹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음성기능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2003년 인도 정부는 4개년 계획으로 국가 정보화 사업을 세웠는데, 기술 발전만이 아니라 기술 분배차원에서 도·농간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이 Simputer를 대량 보급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정보통신부는 60만 원대의 제2의 인터넷 PC를 인증하여 판매한다고 하는데, 정부가 해야할 공공적인 사업과 일반 기업이 해야 할 영업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 하나 인도의 인터넷 사용료는 종량제인데, 기본요금 3만 원선에 500MB의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다. 초과되는 데이터는 1MB에 60원으로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요금을 더 지불하니 합리적이다. 우리 실정은 양에 상관없이 인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정액제 기본요금을 모두가 내고 있으니, 많이 쓰는 사람들을 위해 적게 쓰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작년에 매출 한계에 도달한 인터넷 제공업자들이 종량제를 시행하려다가 네티즌의 반대로 시행을 못했고, 반대로 종량제가 정착된 이동통신 요금체계에 최근 번호이동성에 따른 무한경쟁으로 이동통신사들이 서로 무제한 정액제를 시행하려는 시도는 진정한 소비자 보호, 더 나아가 빈부에 따른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과 거리가 먼 것이 아닌지, 이것도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