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9호 Network+Art
장영혜 중공업?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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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공업, 삼성 중공업, 한진 중공업, 효성 중공업은 들어봤어도, 장영혜 중공업은 뭘까요? 다른 중공업 회사들처럼 거대한 공장을 짓거나, 도로를 건설하거나 혹은 엄청난 크기의 유조선을 제작하는 그런 일을 하는 중공업 회사일까요? 그런 일을 하는 일이라면 우리가 알만 한데, 우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활동하는 중공업 회사일까요? 음... 그런데 장영혜 중공업은 거대한 공장도 짓지 않고, 도로를 건설하지도 않으며, 엄청난 크기의 유조선은 물론 작은 어선조차도 제작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유령회사인가요? 아앗... 그것은 더욱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뭘까요?

온라인 중공업?
장영혜 중공업(www.yhchang.com)은 장영혜라는 C.E.O(최고경영자)와 막 보쥬(Mark Voge)라는 C.I.O(지식 총괄 책임자)가 1999년에 조직한 넷(?)아트 그룹입니다. 다시 말해 거대한 건물, 다리, 도로, 항만시설들을 건설하는 그런 중공업 회사는 아닌 겁니다. 장영혜 중공업은 건물, 다리, 도로 대신에 온라인에서 장영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장영혜 콘텐츠가 뭐냐고요? 장영혜 콘텐츠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시선이 있습니다만, 우선 그들의 작업은 넷 아트(Net Art)라 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분류를 해보면 마틴 웨텐버그(Martin Wattenberg)가 제시한 것처럼 넷 아트에서의 미니멀리즘 계열로 장영혜 중공업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장영혜 중공업이 제공하는 작업들을 보면 대단히 문학적입니다. 보여지는 형식이 문학의 것과 닮아 있어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리고 직설적인 방법을 통해 자본, 권력, 욕망 등의 화두를 감상자에게 전달합니다. 그들의 작업을 감상해보면 감상자가 매 맞는 기분이 들 정도로 강렬한 펀치를 날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장영혜 중공업의 작업은 어설픈 은유가 들어설 수 없을 정도로 날(raw)스럽습니다(아마도 장영혜 중공업의 이런 점은 수잔 손택(Susan Sontag)이 무척 좋아 할 것 같습니다).

장영혜 중공업의 작업을 하나씩 보면, 넷 아트의 특징인 인터렉티브(Interactive)를 제외시켜놓고 감상해야 할 듯 합니다. 일반적인 넷 아트 작업들은 인터렉티브한 요소를 마우스를 클릭 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지만 장영혜 중공업은 인터렉티브를 철저히 제외시켜 놓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Ten, 9, 8, Seven, 6, 5, 4, 3
그들의 작업은 카운트다운과 함께 시작됩니다. Ten, 9, 8, Seven, 6, 5, 4, 3(흥겨운 음악 배경이 있습니다♬) 장영혜 중공업이 소개하는... 이런 식으로 전개됩니다. 마치 ‘이와이 순지(岩井俊二)’의 ‘Swallowtail Butterfly’ 도입부를 보는 것처럼 감상자들은 긴장감을 느낍니다. 장영혜 중공업은 엄청나게 많은 단어와 문장을 빌어 권력, 자본, 욕망을 한데 묶어 그대로 전달합니다. 그리고 감상자들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작업 내용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오히려 Ten, 9, 8, Seven, 6, 5, 4, 3이 보여 지는 도입부가 편안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장영혜 중공업의 작업을 보면 굉장히 단순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모습도 단순하고 강한 인상들일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장영혜씨가 마련한 새로운 집에서 나무와 작은 물품들을 여기 저기 배치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었지요. 그녀의 모습은 여느 중년 여성의 모습이고 인상 좋은 아주머니의 미소를 가진 분입니다. 그리고 풍경을 달아 놓아 바람이 불면 그 소리를 즐기는 분입니다. 그런 분이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은 대단히 즐거운 일입니다.

왜 일까요? 작업을 통해 그녀의 생각을 그대로 볼 수 있고 겉모습이 주는 오해에 머무르지 않아 다시 한번 미소짓게 되고 다양한 생각과 몸의 기준을 표준화해서 이해하려는 사람들의 생각들을 흔들어 주기에 그녀의 인상은 즐거움을 줍니다. 그러나 막 보쥬는 아직 만난 적이 없어 설명해 드릴 수 없지만 분명 작업 내용과는 다른 인상을 줄 것 같습니다(언젠가 만나면 “제가 막 보쥬입니다”라고 말해 주세요).

장영혜 중공업은 ‘삼성의 뜻은 쾌락을 맛보는 것이다’를 시작으로 ‘다코다’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당황케 하는 여러 메시지를 통해 우리사회의 맹점을 아주 즐거운 방법으로 혼내주고 있습니다. 작업에 등장하는 영화 같은 문자들 그리고 그 문자와 비교되는 사운드가 혼재하며 어지러운 사회를 반영하는 듯한 그들의 작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삼성의 뜻이 정말 쾌락을 맛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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