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9호 칼럼
시민이 감시해야 할 선정주의 과학

박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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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끊겼다던 개가 어설피 걷기도 한다. 획기적이다. 그 뉴스를 본 척수환자들은 분명한 희망을 읽는다. 그런데 방송은 개에 주입한 줄기세포가 사람의 것인지 개의 것인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람의 배아를 복제해 만든 줄기세포이므로 부작용이 없다며 다음 화면으로 뉴스는 ‘완벽한 성공’을 편집한다. 개의 척수에 사람의 줄기세포를 넣었다면 이종간 이식이므로 부작용이 있을 텐데, 죽은 개도 많았을 텐데, 시청자는 알 수 없다.

불임클리닉에 보관중인 배아를 파괴해 얻은 내부의 작은 세포덩어리를 잘 유도해도 줄기세포가 되고, 그 줄기세포를 동물의 심장조직과 배양하면 심장조직으로 변해 박동도 한다. 그 화면을 바라보는 심장병 환자는 곧 치료될 것으로 확신하지만, 심장조직으로 분화된 줄기세포가 암세포 조직과 만나면 암세포로 돌변할 가능성은 보도 자료에 빠졌다. 줄기세포보다 원하지 않는 세포조직으로 변하는 정도가 훨씬 많다는 사실도 없다.

과학부로 배치된 기자는 일단 김이 샌다. 전공 분야도 아닐뿐더러, 특종이 거의 없어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만 통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 복제하여 만든 인간줄기세포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한해 60조의 부가가치를 챙길 수 있단다. 불치병과 난치병들을 죄 치료할 수 있고 부작용도 없단다. 내집도 없는 연구자는 청렴결백하게 연구에 매진한단다. 눈물 난다. 외국의 스카우트 제의도 마다했단다. 애국자가 따로 없다. 그런데 그 연구자가 외국보다 많은 연구비를 받고 있다거나, 내집 없이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자가 대한민국에 대단히 많다는 사실은 취재하지 않았다.

과학기술자에게 특허는 상식이므로 그들은 특허를 자랑하지 않는다. 어려운 연구에 몰두하고 있지만 학술잡지에 게재되지 않은 결과를 언론에 먼저 발표하지 않는다. 아직 희망사항에 불과한 가능성을 침소봉대하지 않는다. 극복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한 연구결과를 놓고 부가가치를 계산하지 않는다. 경쟁이 치열한 연구결과를 한국이 독차지할 것처럼 발표해 놓고 외국과 공동연구 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걱정은 연구자의 선정성이 아니다. 특종에 눈먼 언론의 무책임성이다. 사실여부를 취재하지 않고 선정적 보도자료에 춤을 추는 언론 때문에 과학과 언론을 긍정적으로 보도록 훈육된 시민들은 그만 속는다.

요즘 거대화된 과학기술은 호기심 차원을 초월한다. 막대한 연구비가 필요한 관계로 성과를 부풀려 정부나 기업에서 관심을 유도하고, 패권과 부가가치를 노리는 정부와 기업은 과학기술자를 활용한다. 과학기술의 이익은 정부와 기업이 챙기지만 피해는 과학기술에서 소외된 시민과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고가 의약품의 이익은 환자보다 기업에 가깝다. 유전자조작 식품의 부작용은 소비자 몫이지만, 이익은 다국적기업이 차지한다. 물경 242개의 난자로 겨우 하나의 줄기세포를 유도한 생명공학은 아니 그럴까.

소비자인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이 왜 어떻게 연구되어야 하며 결과를 누구와 어떻게 활용해야 공정하고 안심할 수 있는지, 기획 단계부터 시민들이 감시하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하고 연구자는 쉬운 용어로 답해야 한다. 연구는 시민들의 의견에 구속되어야 한다. 부작용 때문만이 아니다. 건강한 후손을 낳고 키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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