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0호 김명철
청년 실업의 숨겨진 주범

김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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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이 9.1%로 최악의 상황이며, 전체 실업자 90만 명 중 절반을 차지한다. 오죽하면 ‘이태백(이십대 태반은 백수)’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2월에 졸업한 수많은 대학의 IT 전공 졸업생들 역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졸업을 어떻게든지 미루려고 일부러 F학점을 달라는 학생들도 있다.

내가 속해있는 컴퓨터정보공학부도 사정은 비슷해서 계약직을 포함해도, 졸업생의 절반 정도만이 일자리를 구했고 그나마 전공을 살려서 취업한 경우는 30%정도니, 장밋빛 미래를 얘기한 교수 입장에서 미안할 따름이다. 현실은 이렇게 어려운데, 이 난국을 해결해야할 정부와 정치권은 고작해야 미봉책을 내놓거나 정치싸움으로 정신이 없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런 청년실업의 주범을 노동 정책의 실패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찾으려 하는데, 내 생각에는 두 명의 숨겨진 주범이 따로 있다.

작금의 청년 실업 원인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크게는 인력수급의 불일치와 기업의 이기적인 인력관 두 가지를 들 수 있겠다. 인력 수급의 불일치는 인력양성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 증원 실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듯이 현재 전문대를 포함해 대학이 1년에 뽑는 신입생 수가 73만 명이나 되며 이는 고교 졸업자 65만 명보다 무려 8만 명이나 많은 수치이다. 국민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는 꿈의 교육 강국(?)이 된 것이다. 이는 10-20년 전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며, 교육의 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 수준의 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회의 일자리가 그만큼 늘지는 않았으니, 당연히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부는 IT 기술 인력의 수급을 맞추기 위해 제조업에서 사용되는 공급망 관리(SCM) 개념을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사람을 제품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 지금이라도 인력양성의 주무부서인 교육부가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과 같이 먼 미래를 보고 정책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청년실업의 또 다른 공범은 기업의 이기적인 인력관을 들 수 있다. 대기업이 잘 나가던 팔구십년대만 해도 ‘00맨’이니 ‘00인’이니 해서 사원을 가족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그래도 있었으나, IMF 이후 기업은 정규직 사원을 부담으로 여겨 절반 가까이 계약직으로 돌리고 정규직마저도 ‘38선(30대 명예 퇴직)’이니 ‘사오정(45세 정년)’이니 해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년 전 벤처가 한창 붐을 이룰 때, 들은 얘기다.

1세대 벤처기업이라고 할 만한 ‘듀퐁’의 창업 정신이 ‘인류 모두에게 저렴한 나일론 옷을’이라고 하고, 2세대 벤처쯤 되는 HP의 창업자인 휴렛과 팩커드도 인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기 회사 사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들이 사장으로 있던 시절에는 해고가 없었다고 하니, 다시 한번 기업을 왜 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기업주에게는 사원들이 필요하면 취하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한낱 기계의 부속품으로 밖에 안 보이는 것이리라. 우리 대학의 교육 철학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중요시하는데, 국가 차원에서도 모든 국민의 한 걸음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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