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0호 칼럼
KT 민영화 2년, 정보통신의 공공성을 다시 생각하며

이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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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KT가 주주총회를 열었다. 120년 한국 통신사에 비하면 턱없이 짧지만 민영화 이후 2년여의 변화폭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경영원칙이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공적 역할에서 시장과 주주에 대한 중시로 옮겨졌다. 이에 따라 적자부문의 도려내기가 이어졌고 전례 없는 수준의 감원과 해고가 뒤따랐다. 반면 민영화가 국민이 누리는 서비스의 질과 통신의 공적 기능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유감스럽게도 결코 긍정적이지 못하다. 새로운 경영원칙은 누구나 예상했듯이 단기수익성에 대한 중시로 이어졌고, 요금인상이라는 손쉬운 유혹을 피할 수 없었다. KT는 민영화 이후 114 안내요금, PC통신 접속요금, 전국대표번호 통화료 등 각종 요금을 일제히 큰 폭으로 올렸다. 또한 연구개발투자와 같은 기업경쟁력의 질적 향상 대신 막대한 현금동원력과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손쉬운 마케팅경쟁에 달려들었다.

그 결과 KT는 시내전화시장의 96%, 시외전화의 84%를 지배하는 공룡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경쟁을 활성화시키지도 못한 체,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폭만 줄여놓았다. 이들 시장에서 KT의 점유율은 불과 1~3% 하락한 반면,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는 5% 이상 증가했다. 부진한 시설투자와 인적 생산성 개선 없는 무분별한 인원감축은 ‘인터넷대란’과 같은 기간통신망의 불안정을 초래했고 최저가입찰제는 국내장비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이런 결과는 근본적으로 시장지상주의에 의해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민영화, 더 나아가 공공성은 안중에도 없는 통신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 <인터넷정보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월소득 250만원 이상 고소득계층과 50만원 이하 최하소득계층간의 인터넷이용률 격차는 2000년 30% 안팎에서 2003년 55% 이상으로 벌어졌다. 고소득계층의 이용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사이 저소득계층은 2~30% 대에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도시와 농촌간에도 반복된다.

정부는 올 말까지 초고속인터넷 가능지역을 95%까지 늘린다지만, 농어촌 지역의 이용률은 2000년 이후 45%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이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최고’라는 신화에 도취된 사이 저소득층, 농어민,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은 의사소통과 정보교환의 기본수단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초고속인터넷의 기간통신사업화 정책은 또다시 2005년으로 시행이 연기됐다.

사실 통신의 공공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일천하다. 정부가 보편적 서비스의 성공사례인 양 자부하는 1980년대 전화보급 확대도 동기를 따져보면 삶의 질 하락에 대한 국민의 거센 반발을 무마하고 전자산업 발전을 위한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독재정권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오늘날 통신산업이 국민의 돈을 빨아들이는 기계들의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한 것도 그리 별난 일은 아니다.

민영화 이후 KT는 사명도 영어로 바꾸고 광고도 세련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돈 있는 고객만이, ‘네트워크로 하나되는 나라’나 ‘IT 강국’의 국민이 될 수 있다면 통신의 공공성은 요원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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