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1호 메신저
Teenagers’ Love Form(TLF)

김태형  
조회수: 2215 / 추천: 51
요즘 우리들의 사랑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어른들은 어른들의 방식대로 우리 10대들은 우리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 우리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대신 ‘사귄다’ 혹은 ‘좋아한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어른들은 약혼을 한 사이면 약혼반지, 결혼을 한 사이면 결혼반지 등을 낀다. 우리 10대들도 한번쯤은 ‘커플 악세사리’를 해보았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한다는 감정을 서슴없이 밝히고, 심지어는 커플이라는 관계를 알리고 싶어 우리들은 커플링 등 악세사리를 착용한다.

우선 커플이 되면 친구들 앞에 공개적으로 커플링을 주고받으며 친구들에게 과시한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우리들은 커플인 것을 확인하기 위해 흔히 여자아이들은 일명 ‘러브장’을 만든다. ‘러브장’이란 사랑을 나타내는 그림이나 말 등을 공책 한 권에 빽빽하게 적은 다음 특별한 날이나 생일 때 선물로 주는 게 일반적이다.

커플이 된 두 사람은 일일이 챙긴다. 100단위로 된 날은 기본이며 22,33 등 특정한 날에도 자신이 커플임을 과시한다. 특별한 데이(로즈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발렌타인데이 등)는 물론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들은 커플이라는 이름 하에 특별한 날에 선물을 주고받음으로써 더욱 유대감이 커지고, 관계가 좋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어른들은 이런 우리들을 보고 걱정부터 하신다. 이런 우리 10대들과 어른들의 의견은 완전히 엇갈리기 마련.

10대들도 자신들이 좋아함을 표현 할 수 있고, 개성을 가질 수도 있다. 오히려 그런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시선이 문제다. 기성세대 즉 어른들은 우리에게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고 무조건 제지한다. 우리들은 그런 정확한 이유를 모른 채 오히려 더욱 호기심에 끌려 할 수도 있는데... 무조건 10대들은 10대들이기만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어른들은 우리 10대들이 학생이며 우리의 직업은 공부와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어른들과 우리 10대들의 이런 생각의 차이 때문에 부모님께 또는 선생님에게 속이면서까지 그들만의 사랑을 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속이면서까지 우리들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부모님께 혹은 선생님께 들키면 혼나는 이유 때문이다.

나는 이런 10대들의 이성문제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곧 나의 세대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눈에 씌어져 있는 얇은 선입견을 벗겨 버리고 맑은 시선으로 다시 한번 우리를 바라보기 바란다. 물론 우리들이 앞으로 사랑할 시간은 충분히 많다. 하지만 나는 10대에 겪는 지극히 순수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왠지 더 끌린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마음이 생기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어른들이 10대들도 사랑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들의 이성문제를 무조건 반대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천천히 느긋하게 시골길을 걷는 농부의 발걸음처럼 편안하게 지켜보았으면 좋겠다.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