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1호 미디어의난 [공공의 커뮤니케이션 공간 - 퍼블릭 액세스 방송]
미디어 공공영역의 등장과 퍼블릭 액세스 방송

이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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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미디어 공공영역의 등장과 퍼블릭 액세스 방송
지역방송에 우리 프로그램을! : 지역 퍼블릭액세스 사례
퍼블릭 액세스 운동의 전망

최근 몇 년간 국내의 미디어 환경은 주목할만한 변화를 겪고 있다. 대안적인 미디어 운동의 성장과 한국사회 전반의 민주적 변화를 매개로 다양한 변화들이 눈앞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 중 주목할만한 지점의 하나는 공공 영역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

통합방송법 통과와 함께 퍼블릭 액세스의 개념이 방송에 도입되었고 영화진흥위원회의 변화를 계기로 3년여의 준비 끝에 영상미디어센터가 설립되었으며, 현재 강서와 관악 그리고 마산에서 미디어센터 건립이 진행 중에 있다. 그밖에도 공공기구나 정부부처의 지원제도가 가시화되었고, 비판적 미디어 교육을 학교 공간내의 공식적인 교육 체계로 도입하는 것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등 최근 3년 간의 변화는 80년대에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것들이다.1)

특히 퍼블릭 액세스 방송은 2000년 방송법 개정을 시작으로 법적, 제도적 한계에도 미디어 민주주의의 확대, 디지털 기술의 보급, 영상 매체에 대한 관심 등이 증폭되면서 법적인 지위 보장의 유무를 떠나 각 지역별, 매체별로 그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미디어 액세스권에 대한 논의는 이제 더 이상 낯선 논의가 아니며, 퍼블릭 액세스 방송은 이제 공공 영역의 중심적 의미로 부각되고 있다.

퍼블릭 액세스 방송의 의미와 국내 도입 과정

60년대 말 캐나다 NFB2)의 ‘변화를 위한 도전’ 프로젝트 이후 미국과 캐나다로부터 출발한 퍼블릭 액세스 방송은 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모델로 발전되어 왔다. 이렇게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산된 퍼블릭 액세스 구조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지극히 독특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그 근저에 깔린 보편적인 성격은 바로 자신의 목소리를 지니고 있지 못한 이들에게 발언의 공간을 제공한다는데 있다. 말하자면 자본과 국가권력의 영향력 하에 있는 주류 미디어의 근원적 한계 속에서, 그리고 소수 전문가에 의해 독점된 매체 생산의 구조 속에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로 발언권을 지니지 못하는 사회내의 다양한 계급, 계층에게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3)

국내에서 퍼블릭 액세스 방송에 대하여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불과 십여 년 전의 일이다. 물론 이전부터 일부 선구적 영상운동가나 연구자들이 미국의 PEG 채널이나 독일의 개방채널에 대한 소개와 필요성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이를 이해하고 도입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1990년대 초 ‘국민주 방송’의 설립 운동의 과정에서 퍼블릭 액세스 방송이 소개되기 시작하였고, 이후 일부 언론 학자와 방송 노조, 노동 단체, 시민 단체들의 의견들이 결집되어 퍼블릭 액세스 방송의 도입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계속되어 왔다.4)

초기 퍼블릭 액세스 운동은 언론노조 활동가들에게는 기존 언론에 대한 비판적 대안으로, 시민 단체들에게는 기존의 모니터 운동을 넘어 제작 운동으로, 독립 영화 진영에서는 새로운 배급 공간을 확보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퍼블릭 액세스 방송은 90년대 언론 개혁의 새로운 의제로 자리를 잡게 되었으며, 이는 2000년 통합방송법에서 액세스 방송 도입 관련 조항이 포함됨으로써 가시화되었다.5)

제도적 문제들, 그럼에도 새로운 시도는 계속된다

상위법인 방송법에 대표적 지상파 공영방송인 KBS에 액세스 프로그램 시간대를 보장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사례이다. 또한 뉴미디어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케이블 TV와 위성 방송에 시청자가 원할 경우 편성이 가능하도록 명시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불명료하고 형식적인 방송법과 시행령, 방송위원회 규칙은 법적 책임 문제, 방송 시간문제, 제작 지원 문제, 심의 규정문제, 운영 주체 문제 등에서 아무런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지 않아 실제 퍼블릭 액세스 방송을 시행하는 데에는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방송법 제정 이후 KBS의 <열린 채널>이 방송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했으며 이후에도 프로그램의 심의 문제 등으로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또한 케이블TV 지역 채널의 경우는 지역 차원의 개별적 시도와 실패의 역사 끝에 작년 말부터 서서히 안정적인 액세스 방송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편 위성방송의 액세스 채널(RTV)의 경우는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난항 끝에 개국은 하였지만 영상운동단체나 언론운동단체, 기타 일반 시민사회단체의 힘을 결집하지 못한 채 고립적으로 운영되는 등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민사회 단체와 영상운동 단체, 각급 지역 단체 등에서 퍼블릭 액세스 공간을 적극 활용해 왔다. KBS <열린 채널> 등의 제도적 액세스 모델과 전주 MBC의 <인사이드 전북 - VJ리포트> 등의 자발적 액세스 모델, 마산 MBC의 <아침을 달린다> 등의 라디오 액세스 모델 등 다양한 액세스 방송이 거부되거나 중단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시도되고 있으며, 작년에는 경인방송 iTV가 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여 만드는 <게릴라 리포트>를 신설한 예도 있다. 또한 그동안 거의 활성화되지 못했던 지역 케이블의 경우에도 대전 등에서 지역 미디어활동 단체가 특정한 시간대를 활용하여 독자적인 액세스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광주 역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소규모의 영상미디어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채널에서의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각주
1) 진보적 미디어운동저널 ACT! 1호 <미디어운동의 전략 가다듬기 Ver.0.9-김명준>
2) National film board of Canada : 영화진흥기구
3) 프리즘 1호 : 퍼블릭 액세스 운동의 현실과 전망
4) 국내 퍼블릭 액세스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 긴급점검! 퍼블릭 액세스 어디까지 왔나? 미디액트
5) 제69조(방송프로그램의 편성 등)
⑥ 한국방송공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
제70조(채널의 구성과 운용)
⑦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및 위성방송사업자는 위원회 규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청자가 자체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의 방송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지역 채널 또는 공공 채널을 통하여 방송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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