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1호 칼럼
총선, 그리고 진보적 사회운동의 진로

이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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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것처럼 열린우리당은 과반수를 차지했고 민주노동당은 약진했다. 득표율 38%를 조금 넘긴 열린우리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서 과반수를 넘는 의석을 장악했다. 부분적인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겠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한나라당의 지원 속에서 자본의 신자유주의 축적전략에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 예상된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최초로 채택된 정당투표제로 민주노동당이 13%의 득표를 얻어 원내에 진출한 것은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진보의 이름으로 독자세력화를 이룬 민주노동당의 진출에 대해, 자본은 한편으로는 노동자정치운동의 제도권편입이라는 측면에서 기대감을, 한편으로는 강령과 정책에 대한 우려와 손보기가 교차하고 있다.

대통령탄핵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광화문을 메우고 인터넷을 통해 국민의 정치참여를 높였다고 하지만, 선거참여율은 역대 최저라고 하는 지난 선거보다 3% 오른 60%에 그쳤다. 더구나 20대의 선거참여율이 30%를 조금 넘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인터넷 정치학의 허상을 보는 듯하다. 한편 시민운동의 변형된 낙선낙천운동은 지난 16대 총선에서 보여준 활약이 무색할 정도로 왜소해졌다. 총선시민연대가 낙선대상의원을 선정함에 있어 이라크파병 지지여부는 빠지고 대통령탄핵에 대한 찬성여부를 기준으로 함으로써, 자유주의적 한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도 한 연유일 것이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이루어진 정치개혁입법으로 정당투표제 등 선거·정치제도에 많은 변화가 왔다. 미디어가 당락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점은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무소속 당선자가 2명밖에 나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저비용 선거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치장된 미디어정치의 활성화는 한편으로는 창당요건 강화와 함께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입을 가로막는 절대적인 장벽으로 작동할 것이다. 아울러 지구당을 없애고 선거운동방식을 개편함으로써 대중동원의 정치, 직접적인 대중정치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민주노동당이라는 대중운동에 기반한 정당의 의회진입, 정치적 색깔 조정에 따른 정당활동의 변화 가 시민사회운동의 변화를 강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중에 기반하지도, 대중동원을 수반하지 않으면서도 정권과 자본과의 의제에 대해 국민적 합의 당사자 역할을 해온 시민운동의 존재의의가 상실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의 경험으로 보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르는 빈곤구제로 역할을 전환하든지 아니면 직접적인 정치의 주체로 지위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권리가 아닌 시혜로 빈곤구제의 역할을 하는 ‘아름다운 재단’이나 직접 정치에 뛰어든 유럽의 녹색당이 그 앞서간 사례일 것이다.

부문운동으로서의 사회운동 역시 대중에 뿌리박은 아래로부터의 사회운동으로, 그리고 빈곤이 절대 화두인 이 시대에 시혜가 아닌 권리를 확장하는 사회운동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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