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2호 표지이야기 [포 털 은 권 력 이 다 !]
꼭꼭 닫아라 포털의 성문을
검색, 게임, 쇼핑, 주식, 블로그, 메신저까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 포털에서 나가지 마라?

이상진  
조회수: 4103 / 추천: 53
친구가 들려준 웃지 못할 이야기. “옛날 옛적에 포털 성이 있었지. 그 성에는 얼짱 공주가 살았어. 근데 진짜 얼짱인지 아닌지 소문만 있지 실제 그녀를 본 사람은 없었지. 왠지 알아? 많은 사람들이 확인하기 위해 포털 성으로 들어갔지만, 그 성은 한번 들어가면 아무도 못나오는 성이거든~.” 역시 포털 사이트 하면 ‘얼짱’을 비롯한 ‘짱’ 문화가 생각난다.

얼마 전 중학생인 조카로부터 ‘얼짱’의 위대함에 대해 1시간 가량 연설을 들어야 했다. 그리고 ‘얼짱’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평가를 받아야 했던 그 쓰라린 기억과 함께... 그런데 왜 들어가면 아무도 못나온다고 했을까. 원클릭어웨이(one-click away) 하면 될텐데. 설마 진짜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일까?

포털 성이라 불리우는 이유

포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백과사전에는 ‘포털’이란 ‘인터넷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이트(네이버)’, ‘사용자들을 인터넷 세상으로 연결해 주는 관문(다음, 엠파스, 야후)’으로 정의돼 있다. 그러나 이제 포털 사이트는 정보를 찾기 위한 ‘출구 사이트’라 부르기 힘들다. 뛰어난 검색엔진에 대한 욕심보다는 광고 수익에 전념하는 상업 포털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유명한 포털 사이트들간에 검색엔진의 차별성은 없어 보이고 마치 커뮤니티 지향의 ‘만능’ 사이트처럼 보인다. 이용자들이 오밀조밀 모여 소통하고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들 위주다. 미니홈피, 카페, 메신저, 쇼핑, 뉴스, 주식, 날씨 등등... 유명 포털 사이트들이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疵慣? 카페, 이용자들이 올린 사진, 지식 정보 페이지는 다른 포털에서 검색도 되지 않는다. 통합검색은 그저 광고 검색과 해당 포털 콘텐츠 검색일 뿐이다. 포털 성의 외벽은 더 높아질 것이다. 포털이 광고수익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한 양질의 서비스와 폐쇄적 포瑾??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기 때문이다.

포털은 지금 이 시각에도 보다 많은 회원과 이용자를 최대한 오래 붙잡아 놓기 위해 ‘모든’ 것이 가능한 안락한 인터넷 세상을 창조해 나가고 있다.

포털이 준 ‘인터넷 세상’에 대한 두 가지 반응

포털이 만든 인터넷 세상은 ‘다른 인터넷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길목에 세워진 굉장히 큰 교역도시다. 검색 때문에 방문하는 손님도 있고 포털이 창조한 ‘인터넷 세상’이 편리해 아예 눌러 앉아버린 시민도 있다.

매니아적인 포털 사이트 이용자라면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만족해 한다. 게임·쇼핑 하랴, 홈피·블로그 꾸미랴, 뉴스·만화 보랴 바쁘다. 이것저것 ‘클릭~클릭~’, 클릭할 것이 너무 많다. 자신의 아바타와 블로그를 꾸미고 다른 이와 소통하며 관문에 세워진 인터넷 세상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긴다. 이런 훌륭한(?) 네티즌에게 포털 사이트는 ‘짱’이라는 영예와 함께 ‘포인트’라는 돈(money)을 주며 독려한다.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 ‘갇혀있는 것이 즐겁다’.

반면 그렇지 못한 이용자에게 포털 사이트란 만만치 않은 공룡이다. 곳곳에 배치된 맞춤형 광고와 뉴스에 눈길을 줘야 하는 것이 예의라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그럼 짜증 밖에 더 나겠는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팝업 창에 대한 대비는 ‘Alt+F4’키가 최고라는 충고에 기겁을 한다. 이동(Hyper-link)이 포털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구조에 당혹할 수 밖에 없다. 정말이지 30분을 견디기 힘들다. 그들은 결코 ‘얼짱 공주를 만날 수 없는’ 부류다.

포탈에 대한 안좋은 추억

포털 성 주민이건 여행자건 포털에서 가장 못마땅해하는 것은 역시 ‘광고’다. 양의 문제만은 아니다. 메인 화면을 보자. ‘황당 News!! 제2의 몸짱, 딱2주만에 15Kg 빼고.. 앗싸!’, ‘여친소 시사회에 가실분!’, ‘으랏차차, 빅초이 최희섭, 한국인의 혼을 빛내다오’, ‘대출 이제는 이렇게 달라진다’, ‘우리 네이비몽을 찾아주세요’. 어느 것이 정보고 어느 것이 광고일까.

어떤 것은 광고주 사이트가 뜨는데 어떤 것은 해당 포털의 블로그나 카폐, 아니면 이벤트 페이지로 이동한다. 분간하기 힘들다. 은근슬쩍 클릭하면 때는 늦는다. 재수 없으면 팝업 창 2개는 기본, 뭔가 꾸준히 설치해야 한다. 성인 사이트나 대출 사이트로 가면 자동으로 시작페이지가 변경될 뿐 아니라 바로가기 아이콘도 생기고, 닫아도 계속 새 창이 뜨는 일도 발생한다. 이건 마치 지뢰밭 걷는 기분이다. 이 스트레스는 대체 누구 때문인가?

최근 많은 네티즌들은 ‘포털이 돈 되는 건 다 한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포털(사업자) 입장에서는 “광고주들이 주는 ‘광고카피를 그대로’ 써야만 하고, 그것이 일반적인 포털 메인의 편성 관행(유행)”이며, “포털간에 광고수주경쟁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물론 욕하는 네티즌들도 ‘어쩔 수 없겠지’라며 이해한다는 눈치다. 하지만 우리들의 포털에 대한 안좋은 추억은 계속될 것이다.

포털의 기본은 역시 검색

네이버, 야후, 다음, 엠파스는 포털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일명 공룡포털이다. 세이클럽, 네이트, 네띠앙, 넷마블도 포털 사이트다. 이들은 시작부터 사이트/웹문서 검색을 기반으로 한 네이버와 야후를 제외하고 메일, 채팅, 모바일, 커뮤니티, 게임 등으로 시작해 포털화 된 사례들이다. 그런데 포털화 됐다는 것은 뭘까? 관문이 됐다는 것은 뭘까? 그것은 바로 웹(WWW)상에서 사이트/웹문서 검색이 가능해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타비스타(kr.altavista.com)’와 ‘구글(google.com)’은 유명한 그리고 전형적인 포털 사이트다. 위 그룹과 천천히 비교해 보면 재밌다. 포털을 ‘인터넷 세상으로 연결시켜주는 관문’이라고 표현하지 않아도 좋다. 이제 포털이 뭐냐는 질문에 ‘전부 다 취급하는 사이트’라는 답변은 곤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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