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2호 표지이야기 [포 털 은 권 력 이 다 !]
멍청한 미디어, 포털을 향해 돌을 던져라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 세상,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이강룡  
조회수: 3281 / 추천: 48
이제 미디어를 거론할 때 신문이나 방송 같은 오프라인 미디어만을 떠올리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온라인 미디어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포털 사이트는 온라인 미디어의 변두리에서 그 중심으로 급속하게 이동했으며 온라인 미디어는 포털 혹은 인터넷 신문을 지칭하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됐다.

포털 사이트가 미디어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현실이다. 미디어의 기치를 내건 ‘미디어다음’을 비롯해, 자체적으로 기사 생산을 하고 있진 않으나 뉴스 재가공을 통해 뉴스 섹션을 강화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들은 비정상적인 미디어이거나 B급 저질 미디어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이 꾸는 꿈

‘미디어다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는 자체 뉴스 섹션을 통해 편집 기사만을 제공하고 있다. 같은 원천정보를 갖고 이를 재가공하는 방식에 따라 경쟁하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 뉴스 섹션의 선정성은 필연적으로 이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미디어다음이 자체 기사를 생산하고 있긴 하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수준 이하인 상황이고, 선정성 경쟁에서는 어떤 포털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포털의 선정성 경쟁은 단 하나의 대형 포털이 살아남을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을 뿐더러, 하나가 남는다고 하면 새로운 국면의 경쟁이 또 다시 시작될 것이다. 다음과 네이버는 서로를 멀찌감치 따돌려야 하고, 야후는 2강의 명예를 되찾아야 하고, 엠파스나 네이트는 3약이나 4약에 머무는 것을 패한 것으로 판단할 터이기 때문이다.

선정성으로 승부한다

‘미디어다음’이 최초로 ‘미디어’가 되겠다고 선포한 이후, 자체 생산 기사들이 수준 이하의 네티즌 핫이슈 짜깁기에 그쳐버린 이후, 네티즌에게 뉴스 서비스를 개시하고 포털들간에 서로 선정성 경쟁을 하며 스포츠 신문(일명 스포찌라시)과 다를 바 없이 모두 변해버린 이후, 네티즌이 관심 있는 건 결국 스포츠, 연예 기사뿐 아니냐고 자체 결론을 내려버린 이후, 이미 다 물 건너 간 것이다. 포털이 정상적인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기대는 이미 건너간 물 속에 빠져 죽어 버린 것이다. 미디어다음이 됐든 아니면 미디어네이버가 나오든 이제 남은 것은 그럭저럭 봐줄만한 B급 미디어가 되거나, 미디어이기를 깨끗이 포기하는 것뿐이다.

포털 뉴스팀이 갖고 있는 편집 방향이란 오로지 ‘무조건 조회수 증대에 기여하는 기사만을 노출할 것’ 뿐이다. 뉴스 편집자들은 하루 종일 쏟아져 들어오는 기사들을 - 아마도 제목만 - 읽으며 어떤 것이 더 많이 읽힐지를 고민하고, 또한 제목을 어떻게 바꿔야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모 언론 매체에 포털의 미디어 기능에 대해 비판한 글을 실은 적이 있는데 결국 포털 사이트 뉴스 담당자로부터 이런 메일을 받았다. ‘포털 뉴스의 선정성에 대해선 각 뉴스 담당자들이 모르는 바 아니나 이를 개선하는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는 내용이었다. 그에게 난 이렇게 공개 답변을 한다. 젊고 의욕 있는 실무자들이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면, 그리고 당신도 그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면 용기를 갖고 뉴스 섹션의 혁신을 일으키라고, 그럴 용기가 없다면 궁색한 변명은 집어치우고 차라리 조용히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던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선정성 경쟁에 뛰어들어 회사 매출 증대에 기여하라고.

공멸의 길 걷는 언론사닷컴과 포털 사이트

포털이 뉴스 섹션을 운영하는 까닭은 콘텐츠 구성의 질적, 양적 균형 때문이며 궁극적으로 방문자수, 조회수 증가에 따른 부가 수익 때문이다. 언론사닷컴의 기사 판매금액은 제각각이지만 보통 월 5백만 원~1천만 원 정도 선에서 결정된다. 물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있다.

언론사닷컴의 수익구조는 굉장히 기형적이다. 가장 핵심적인 콘텐츠이며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사 콘텐츠를 몇 개 포털과 대형 사이트에 팔아버리고, 다른 사업으로 수익을 낼 구실을 찾는다. 광고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지는데, 웬만하면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보게 되는 탓에 방문자수는 제자리이거나 감소 추세이다 보니 포털 사이트의 양적 증가에 견줄만한 광고 수주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 당신이 광고주라면 네이버와 조인스닷컴 중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

광고 매출이 저조하면 당장의 기사 판매 수익이 주요한 수익원이 되고, 이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심화되며, 포털과 재계약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됨은 자명한 이치다. ‘우리가 쓰고 있는 30개 언론사 기사 중 너희 하나 빠져도 아무 문제없다. 백만 원 낮춰 재계약 할래 아니면 말래?’ 이런 협박은 공공연한 현실이 돼버렸다.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던 초창기 기사 확보를 위해 그들은 얼마나 공손했던가? 이미 그들은 예의를 갖추지 않아도 될 만큼의 권력 맛을 본 것일까.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닷컴들은 튼튼한 몸뚱이를 굴려 돈 벌 생각은 못하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잘 안되니, 이제 자신의 몸에서 장기를 하나씩 빼다 팔고 있다. 기사 매입비용으로만 매달 수억 원씩 사용하고 있는 포털은 수익을 맞추기 위해 1차적으로 조회수 증가에 더욱 혈안이 된다. 정상적인 미디어 기능? 웃기는 얘기지.

씹고 돌을 던져라

공공재, 자원 낭비에 기여하는 막강한 자본력의 포털, 사채업자 광고를 기사처럼 절묘하게 끼워 넣는 포털, 이용자야 피해를 입든 말든 불법광고도 서슴지 않는 용기 있는 포털, 평소엔 온라인 미디어임을 강조하다가, 욕을 먹게 되면 ‘우리도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일 뿐이다’ 라고 발뺌하는 편리한 포털, 미디어라고 설치지나 않으면 봐줄 만도 할텐데. 아까 말한 것처럼 다 물 건너갔다.

포털이 정상적인 미디어의 기능을 하려면 기존 언론의 기사를 재가공하거나 수준 이하의 기사를 생산하기보다는 오히려 언론사와의 협의 하에 기사 링크만 모아 제공한다던가, 아니면 네티즌 참여 언론 기능을 보강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물론 자원낭비에 기여하지 않으려면 공식적인 미디어 기능을 포기하는 게 가장 좋지만 말이다.

‘1인 미디어’, 혹은 ‘대안 미디어’ 라는 근사한 별명을 얻은 블로거들이여, 독립 미디어답게 포털의 비정상적 미디어 기능에 대해 좀 더 많이, 좀 더 신랄하게 씹어 달라. 네티즌이여 포털이 미디어 권력이 돼가는 것을 경계한다면 포털을 향해 굵은 돌을 던져라. 만일, 포털이 미디어의 기능을 포기하거나, 혹?기적적으로 비교적 정상적인 미디어의 기능을 하게 될 날이 온다면 그건 분명 오로지 네티즌이 일구어낸 결과일 것이며, 네티즌이 던진 돌덩이의 위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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