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2호 표지이야기 [포 털 은 권 력 이 다 !]
거의 쓸모 없는 정보
포털, “필요한 건 다 가져다 줄테니 대신 밖으로 나가지 마!”

노경윤  
조회수: 2720 / 추천: 36
웹의 계속되는 팽창으로 인해 지능적인(!) 검색 엔진의 도움 없이 웹에서 쓸모있는 정보를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미지의 광활한 대륙에 떨어진 우리에게 지도와 나침반이 되어주었던 초기의 낭만적 검색의 시대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지금 그 자리엔 요란하고 시끌벅적한 ‘포털’이라는 이름의 시장이 들어섰다. 알다시피 시장은 무언가를 사고파는 곳이지 정보를 얻는 곳은 아니다.

낭만적 검색의 시대는 저편으로...

포털 체제가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 요즘의 인터넷을 과거와 비교하면, 밀도는 높아졌지만, 공간적 거리는 오히려 축소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 홈페이지들이 인터넷의 주를 이루던 과거에는 여유로움이 있었다. 정보는 과도하지 않게 있는 만큼만 배치되었고, 모자란 것은 외부의 링크로, 그외의 남는 공간은 곧 그의 개인성의 표현이 되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글자는 더 작아졌고, 화면은 더 커졌지만, 그리고 여백은 자취를 감췄건만, 광고더미에서 유용한 정보를 건져내는 것은 상당한 인내심을 요한다. 포털들은 열심히 서로를 베껴 마침내 스스로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그러나 고립된 성채가 되어 가입자들에게 프랑켄슈타인의 대사를 말한다. “필요한 건 다 가져다 줄테니 대신 밖으로 나가지는 마.”

유행을 확대재생산하는 폐쇄회로

초창기 미지의 웹을 항해하는 지도와 같았던 디렉토리는 지금은 거대한 쇼핑몰의 상품 카타로그로 전락하거나 먼지를 뒤집어 쓴 비인기 품목으로 방치되고 있다. 'cool’이라는 이름의 ‘선글라스’에 부여되던 익살과 신뢰의 의미는 온데간데 없고 지뢰밭을 걷는 심정으로 혹시라도 잘못 링크를 누를까봐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팝업 공포!). 하긴 ‘사회와 문화’ 카테고리에서 ‘정부’와 ‘얼짱’, ‘몸짱’이 함께 있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촉수엄금’을 했어야 마땅하다.

모든 것이 갖추어진 완벽한 성채를 자랑하는 포털이다보니 검색 엔진이 쏟아내는 결과물도 요란스럽기 그지 없다. 상품, 사전, 블로그, 커뮤니티, 디렉토리, 뉴스, 웹페이지, 이미지, 지식 등등. 미지의 정보를 찾는다기보다는, 드넓은 포털의 안마당을 돌아다니기 위한 이정표의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모든 링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기자신을 가리킨다.

한편 포털의 인기검색어를 위한 특별 페이지들--얼마나 특별한지는 최근 유행단어와 전혀 유행할 것 같지 않은 단어를 각각 넣어보면 알 수 있다--과 상업언론의 잦은 인용은 서로를 참조하고 인용하여 마침내 유행을 확대재생산하는 폐쇄회로가 된다. 이리하여 밋밋한 세상은 쉴틈없이 형형색색의 커다란 키워드와 활자들로 가득 채워지며, 덕분에 사람들은 정보/광고 이미지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져 더욱 더 열심히 정보와 광고를 혼동하게 된다.

지식 검색이 주목을 받는 것은 이처럼 포털(사업자)에 의해 굴절된 정보에 사람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다.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과 대화한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이며, 원하는 답이 나타날 때까지 무력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이미 대답이 완료된 질문을 검색으로 찾을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숨돌릴 여유를 갈망하며...

우리나라 포털들의 자폐적인 검색 기능과 대조적으로, 검색의 또다른 패러다임은 ‘구글(google.com)’이 열어가고 있다. ‘구글’은 (과장을 보태자면) ‘웹을 탐험한다’는 ‘은유’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구글은 지도나 나침반 같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구글 가라사대(google says)’로 대변되는 검색 결과에 대한 사람들의 무한한 신뢰가 있다. 한편 포털들에서는 사라지거나 명목만이 남아있는 웹 디렉토리는 ‘오픈 디렉토리 프로젝트(dmoz.org)’에서 재발견할 수 있다. 업데이트는 늦지만 자발적 편집자들이 직접 범주를 관리하기에 상업성과는 무관하게 운영된다는 점에서 역시 긍정적이다.

구글과 오픈 디렉토리에 쏟아지는 수많은 찬사의 주된 내용은 단순한 외형, 기능에 충실함, 공익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비대한 공룡이 되어버린 국내의 포털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겠지만, 현기증 나는 인공구조물들 사이에서 숨돌릴 여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갈증을 채워주는 사회적 소프트웨어(Social Software)가 덩치 큰 공룡들이 지배하는 땅에서도 점차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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