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2호 인터넷트렌드
포털 그 이후
미래 인터넷 서비스의 세 가지 조건

최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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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내 인터넷은 포털이라는 비즈니스의 한 형태 이것을 어떻게 규정지으면 좋을까요? 인터넷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무한확장, 무한경쟁의 딜레마에 빠진 무엇, 먹이사슬의 끝, 또는 이 모든 것. 단 한 문장으로 규정짓기 힘든 무엇인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형태가 앞으로 몇 년이고 지속되리라고 믿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거대한 몸집을 지닌, 쉽게 공룡을 연상시키는 그것도 쉬지 않고 계속 한 방향으로만 혹처럼 팽창하고 있는 포털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포털을 포함하여 앞으로의 인터넷 서비스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그 핏줄에 필수적으로 흘러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대중들이 겪고 있는 정보과부하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할 것. 두 번째, 사용자가 서비스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할 것. 세 번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온(on)과 오프(off)로 나누는 방식은 커다란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매우 인터넷 편향적이라는 것, 인터넷이 우리의 미래에 아무리 큰 변화를 가져오더라도 우리가 두 발을 붙이고 살고 있는 세상을 능가할 수는 없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것과 연관되어 사이버공간(cyberspace)과 현실세계(realspace)의 구분 역시 편의 위주의 방법일 뿐입니다.

우리는 인터넷을 이용해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발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현실과 대립되는 것, 분리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사이버공간은 새로운 경험을 표현한 하나의 은유일 뿐이고 현실 坪甄?무의미하다고 봅니다. 간의 지속적인 피드백이 일어나야 할 것. 그럼 이 세 가지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연기와 쓰레기 걷어내기

정보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정보화시대로 넘어가며 발생하고 있는 폭발적인 데이터의 증가는 데이터 스모그라고 표현될 정도로 우리의 환경에 어두운 전조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나 좀 봐달라고 온갖 유혹을 해대는 갖가지 데이터, 메시지들. 하지만 정작 내가 찾고 싶은 것은 쉽게 얻을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정보를 찾는 눈 앞의 시야는 뿌옇습니다. 고급 정보는 기득권과 고급기술을 가진 계층이 독점해 버리는 상황, 디지털 격차는 점차 벌어지는 상황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이 지금의 모순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 주리라는 유토피아적인 기대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일찌감치 밝혀졌습니다.

이제 대중들에게 선택 받는 인터넷 서비스는 이러한 정보과부하를 해결하고 사용자들이 찾는 정보를 필터링하여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도 검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한 예로 검색 포털들의 키워드 광고 사용자가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그 단어와 관련된 업체의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의 광고를 통해 많은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예로 구글(Google)의 경우에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기술을 개발하여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페이지를 검색 결과의 상위에 위치시킴으로써 더욱 빠르게, 그리고 어느 수준 이상의 신뢰도까지 확보된 결과를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구글은 이제 전세계인의 인터넷 검색엔진이 되었고 어떤 이는 조만간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를 능가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원하는 정보를 어떻게 정확하고 빠르게 걸러내어 자욱한 연기와 널려있는 쓰레기를 걷어낸 채로 제공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조건이고,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비스의 권력을 사용자에게

대중의 요구는 다양합니다.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전문가들이 모여, 대상 사용자 군의 요구를 조사하고, 전문지식과 경험을 결합하여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방식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상업광고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대중은 시선을 주지 않고 시간도 없습니다. 앞으로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백으로 가득 찬(!), 사용자의 마음대로 연결하고 끊고 모으고 흩트릴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상향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래로부터의 점진적인 변화가 질적인 변화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환경, 환경으로서의 최소한의 하향식 제어, 사용자에게 서비스의 권력 이양 등 여러 가지가 갖추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제 이에 대한 본격적인 실험으로서의 서비스들이 이곳 저곳에서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하나의 UV(Unique Visitor)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으로 대접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려면, 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망하는 서비스들이나 흥하는 서비스들이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커다란 흐름은 매우 부분적인 서비스들을 사용자가 서비스의 권력을 가지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현실이 중요하다

앞에서 온라인, 오프라인 용어에 대한 여러 불평을 늘어 놓았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단어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만큼 인터넷 환경이 우리의 일상생활에까지 깊이 배어들어 온 증거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인터넷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인터넷 유행 초기에 골방에 자신을 가둔 채 인터넷으로만 살아보겠노라는 쇼들이 난무했던 것은 초기의 열정에 지나치게 휘둘렸던, 그리고 항상 그것을 부채질하는 언론의 역할과 함께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현실이고, 인터넷도 현실입니다. 온라인 게임 안에서 일어나는 일 역시 개인과 현실에 영향을 미칩니다. 분리하지 맙시다.

우리의 일상과 인터넷 환경이 끊임없이 주고 받는 피드백, 이것이 없다면 더 나은 무언가는 만들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의 결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상에 있는 것을 인터넷 환경으로 그대로 가져오는 일대일 대응식으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일상이 인터넷으로 올 때는 전이가 필요합니다. 핵심만을 남긴 채 말입니다. 그리고 그 순환은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생명력 역시 연장될 것입니다.

옳은 일 하기

이 세 가지의 조건이 현실과 다가올 미래를 파악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확신도 자신도 없습니다. 하지만 옳은 일을 하겠다는 결심은 언제나 존중받아야 하고 아름다운 것일 겁니다. 국내에도 옳은 인터넷 서비스들이 많이많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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