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2호 칼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정보통신부’

김영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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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5월 7일 정통부가 ▲개인정보 유출 ▲네트워크 장애 ▲해킹 ▲스팸메일 ▲불건전정보 유포 등등 범죄에 대해 사법경찰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 IT 분야, 세칭 사이버 분야의 행정권한과 경찰권을 통합하는 막강한 집단이 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통부의 망측한 논리대로라면 중앙행정기관은 경찰기관화 돼야 하는데, 그렇다면 대통령 선거는 경찰 우두머리 뽑기가 되나?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거니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도 공공과 민간을 통합하는 ‘개인정보기본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중이고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다된 밥에 재 뿌리는 격’으로 정통부는 5월 21일 ‘민간부문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을 입법예고 했다. 민간영역에서의 개인정보보호 부문을 부서 업무로 존속하고 싶다는 조직 이기주의가 ‘개인정보기본법 만들기’를 훼방하고 있는 것이다.

정통부의 정보통제 욕망은 일관된 흐름을 갖고 있다.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0년 정통부는 ‘개인정보보호및건전한정보통신질서확립등에관한법률’이라는 황당한 명칭의 법안을 공청회에서 발표하여 우리를 경악시킨 적이 있다. 당시의 법안을 보면 정통부의 망상과 집착이 함축되어 있다. 다행히도 ‘질서확립’이라는 다분히 파시스트 흔적이 묻어나는 법안은 시민사회단체의 저항에 부딪혀 상당부분 좌초되었다.

음험한 당시 법안 중 그 일부를 살펴보면, 제3장 건전한 정보통신질서의 확립 부분에 ‘불법정보’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사법당국에서나 판단할 수 있는 것을 정통부 산하기관이 하겠다는 것이다. 제39조에서는 정보수집의 목적도 없이 ‘불량이용자(소위 불법정보를 제공한 이용자)’의 신상정보를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수집할 수 있게 하였다. 제29조에서는 정보통신부 장관은 불법정보에 대하여 정보통신 서비스제공자에게 이의 취급을 거부하도록 명령할 수는 있었다. 정통부는 아쉽겠지만, 이와 유사한 조항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53조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2002년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 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내려 버렸다.

작년 인터넷실명제의 법제화를 통하여 ‘말하는 방법’까지 규제하려 들었지만, 이 또한 시민사회의 반발에 직면하여 좌절되었다. 최근에는 은행과 금융결제원, 금융감독원도 원하지 않은 공인인증서 유료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용자들의 돈을 걷어 적자에 허덕인다는 두 세 개 공인인증 업체에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보통제 뿐만 아니라 우리의 주머니까지 털어 가려고 한다.

정통부가 우리에게 무엇을 더 보여줄지 걱정스럽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정보통신부’가 지나가는 길에 대전차 지뢰를 심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끝없는 정통부의 정보통제 욕망을 영원히 멈추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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