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3호 미디어의난
퍼블릭 액세스 운동의 전망

이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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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미디어 공공영역의 등장과 퍼블릭 액세스 방송
- 지역방송에 우리 프로그램을! : 지역 퍼블릭 액세스 사례
- 퍼블릭 액세스 운동의 전망

지역 케이블 방송을 통한 액세스 프로그램은 2003년 11월 대전에서 처음 시도되어 현재는 강릉과 광주에서도 지역 시민들과 활동가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매주 정기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지역성과 현장성 - 지역 케이블 통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

지역 케이블방송은 전국 단위의 방송과는 달리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민들의 관심과 이슈를 반영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전국적으로 케이블 방송의 가입률이 높고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는 지역채널은 의무전송 채널에 속해있으며 한번 방영된 프로그램을 여러 번 재방송하는 등의 케이블 TV의 특성을 감안해 볼 때, 지역 주민들이 액세스 프로그램을 시청할 가능성은 꽤 크다고 보인다. 한편으로는 방송법상에 특정한 사유가 없는 한 케이블방송사업자는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도록 강제되어 있고, 작년부터 방송위원회에서 지역케이블을 통해 방영된 액세스 프로그램에 소정의 방송채택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등 케이블 방송을 통한 퍼블릭액세스의 최소한의 법/제도적 기반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수년간에 걸친 퍼블릭액세스 운동이 달성한 일정 수준의 성과지만, 실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영하는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합리한 면이 많아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개선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지역 케이블 방송에서의 액세스 프로그램은 미디어 활용을 고민하는 다양한 운동주체들의 논의와 노력을 통하여 주류 방송에서 소외되었던 비판적인 내용과 지역 차원의 문제를 담아내는 데에 상당히 유용한 매체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소식을 전하고 지역의 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직접 담아내어 이에 대해 소통하고 논의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송이 지역 케이블 방송의 정규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이제까지 방송사에서 공급하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시청자와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의 내용으로 지역의 방송을 직접 만들어내는 일종의 커뮤니티 방송을 실험하는 기회로서도 의미 있다고 여겨진다.

현재 강릉, 광주, 대전 지역의 케이블 방송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액세스 프로그램은 주민들이 직접 만든 영상물이나 지역 시민사회운동의 이슈를 다룬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지역의 미디어운동 주체들이 중심이 되어 편성 및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지역 케이블 액세스 프로그램은 제작에 필요한 장비와 시설 등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고 소수의 지역 미디어운동 활동가들이 한정된 역량으로 운영을 해야 하는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힘들게 획득된 지역 케이블을 통한 퍼블릭액세스의 가능성을 실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제도의 개선 뿐 아니라, 퍼블릭액세스 운동을 지역에서 벌여낼 활동가와 제작 역량을 갖춘 시민들을 위한 교육과 홍보, 그리고 지역 미디어센터와 같은 인프라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작년부터 지역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영진위-지자체의 소규모 미디어센터(2003년 서울 강서구 선정되어 2004년에 개관, 2004년 전북 전주 선정), 방송위원회의 대규모 시청자미디어센터(2005년 부산 개관 예정, 이후 광역시 중심으로 계속 추진 예정),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미디어센터(2003년 마산 개관, 이후 계속 추진 예정) 등의 행보를 주시하면서 지역 차원의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의 지속과 발전을 위한 미디어센터의 역할을 고민하고 제안해내는 것 또한 퍼블릭액세스 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활동이라고 하겠다.

진정 민주적이고 공공적인 미디어를 위하여

지역 케이블 방송에서의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은 최근에 새롭게 시도되었고 지역 미디어운동의 관점에서 중요한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영역이다. 이외에도 방송법에 의거하여 처음으로 도입되었던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인 KBS ‘열린채널’이 4년 째 방송되면서 퍼블릭액세스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싸우고 해결하는 과정의 실험 무대로도 기능하고 있다. 위성방송 채널 ‘RTV’의 경우는 애초의 설립 취지나 기대와는 다른 운영으로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아왔는데,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역 영상주체와 시민사회단체들과 방송사의 의지로 조금씩 시도되던 지역 MBC와 민방에서의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은 주체들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퍼블릭액세스 운동은 방송영역 전반을 관통하면서 꾸준히 진행되는 중이다. 하지만 현재 존재하는 방송 영역에 액세스 프로그램을 조금 더 확보하는 것이 퍼블릭액세스 운동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지역 미디어운동을 활성화하고 이를 표현하는 기제로 작동하면서, 한편으로는 대안적 지역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 방송 구조에 문제제기하고 방송 혁신의 의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퍼블릭액세스 운동의 목표가 주류 방송에서 담보되지 못했던 미디어 민주주의와 소수자들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확보하는 것에 있다고 할 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환경에서 퍼블릭액세스를 포함한 미디어 공공영역을 지켜내고 확장하기 위한 활동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방송-통신융합, 방송의 디지털화라는 거창한 변화 속에서 더욱 더 소외될지도 모르는 살아있는 우리의 목소리를 다양한 퍼블릭액세스 활동을 통해 온전히 보전하고 확대하는 한편, 곧 제도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소출력 라디오 방송 등 주류 방송과는 전혀 다른 대안적인 커뮤니티 미디어를 상상하고 실험하면서, 진정으로 민주적이고 공공적인 미디어를 만들어내기 위한 정교하고 실천적인 전략과 활동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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