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3호 칼럼
지문날인과 인권감수성

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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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말 ‘수원시의 지문인식기 확대 보급’ 발표에 따라, 다산인권센터에서는 ▲행자부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지문데이터를 동사무소에서 조회할 때의 보안문제 ▲수원시 지문인식기에서 자체적으로 저장하고 있는 지문인식 데이터에 대한 보안상의 문제 ▲수원시민에 대한 공청회 및 여론 수렴 없이 진행되고 있는 점 ▲아무런 법적인 제도 없이 지문인식기가 사용되고 있는 것과 지문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수원시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지문인식기 사용중단’ 활동을 진행했다.

이후 수원시에서는 다산인권센터에서의 문제점 지적 및 정보공개청구와 각 언론사에서의 지문인식기 문제점 지적에 따라 자체적으로 ‘지문인식기 보급 잠정 중단’을 밝혔지만, 그것도 잠시.. 행정자치부가 오는 8월까지 전국 읍·면·동 사무소와 은행 등에 총 1만 여 개의 지문인식기를 보급하고, 신원확인과정에서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전국민지문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감증명 관련 사건’의 책임을 지문을 찍어야만 하는 시민들에게 부담시키겠다는 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행동인 것이다.

또한 문화관광부는 국회도서관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수십 개 공공도서관 및 대학도서관에 무인좌석발급기를 더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그리고 앞으로 무인좌석발급기를 설치하여 개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도서관 열람실 뿐만아니라 아예 도서관 자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아무런 법적 근거조차 없는 지문인식기와 무인좌석발급기가 확장돼 가는 건, 자신의 개인정보를 국가나 기관이 관리하는 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용인해 온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의 지갑을 훔친 범인을 찾기 위해 제자들의 지문을 채취하는 일이 발생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다. 이 사건은 모든 국민을 예비범죄자로 치부하고, 강제로, 권위적으로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 과학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돼 가고 있다. 개개인의 고유정보를 이용하여 어디서나 간단하게 시민들을 관리할 수 있는 과학기술은 이미 개발되어 실용화될 단계까지 왔다. 하지만 이에 따른 시민의 ‘인권 감수성’은 과학기술의 개발속도에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요사이 지문날인에 대한 각 사회단체와 언론의 관심이 높다. 이 상황을 지문날인에 대한 인권담론의 출발점으로 잡고, 인권의 원칙이 생활 곳곳에서 실현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단지 시민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관리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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