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4호 디지털칼럼
이라크 국가도메인 운명은 어디로?

전응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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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말 미군정으로부터 이라크 임시정부로 주권이 이양되었지만 이라크의 국가코드도메인인 .IQ는 아직 임시정부에게 넘겨지지 않았다.

인터넷의 선구자인 존 포스텔(Jon Postel)은 지난 1997년 5월에 바얀 엘라쉬(Bayan Elashi)라는 사람에게 .IQ의 관리책임을 맡겼다. 바얀 엘라쉬는 팔레스타인 사람으로서 97년에 미국으로 건너와 퍼듀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했으며 세계 최초로 아랍어 컴퓨터를 소개한 사업가다.

사담 후세인은 그가 통치하던 1997년에 이라크 내에서 인터넷을 차단했고 1999년에는 다시 이 금지조치를 풀었지만 그 후에도 .IQ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 적은 없었다.
걸프전 당시 철저하게 궤멸된 이라크의 통신인프라 사정 때문인지 2002년 1월까지 .IQ에 등록된 도메인은 225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를 관리하던 바얀 엘라쉬는 지난 2002년 12월에 미연방정부로부터 리비아와 시리아로 컴퓨터 장비를 불법 수출했으며, 팔레스타인 급진그룹인 하마스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그의 네 형제들과 체포되어 연방교도소에 수감되었다.

미연방정부가 하마스와 연결되어 있는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은 무사 아부 마르죽(Mousa Abu Marzook)이라는 사람과 그의 부인이자 엘라쉬의 사촌인 나디아는 엘라쉬의 회사인 인포콤(InfoCom)에 1993년에 25만 불을 투자했으며 그 대가로 매달 연금을 받았다고 한다. 미연방정부는 이 돈이 하마스나 알카에다 그룹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엘라쉬 형제에 대한 재판은 지난달에 시작됐다.

폴 브리머 전 미군정 최고행정관은 금년 4월 이라크 국가통신미디어 위원회를 만들면서 쿠르드계 이라크인으로서 UPI통신사의 부사장을 지낸 오스만 박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했으며 그 며칠 전에 인터넷주소관리기구인 ICANN에 .IQ를 동위원회에 이양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식서한을 보냈다. 오스만 박사는 이런 사실을 그의 세계 언론계 인맥을 통해 널리 알렸다. 그러나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후에도 .IQ의 관리권한은 여전히 엘라쉬에게 남아 있다.

이미 이라크 임시정부가 등장했으므로 미군정시기에 폴 브리머 최고행정관이 ICANN에 보냈던 공식서한의 효력은 사라졌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아직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는 아니지만 국제법상으로는 정부의 지위를 갖는다. 그러나 아직 임시정부는 ICANN에게 .IQ의 양도를 요청하지 않았다. 공식요청이 있다 하더라도 바로 양도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이라크내 인터넷에 관련된 이해당사자들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몇 백 개에 달하는 기존 도메인등록자들의 권리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바얀 엘라쉬로부터 관련 데이터화일(이것을 zone 파일이라고 부른다)도 양도받아야 한다. 지금도 .IQ를 이양해 달라고 나서는 사람이 서너 명쯤 있다고 한다.

이라크가 주권회복의 몸살을 앓고 있는 것 만큼이나 .IQ의 주권회복도 진통깨나 앓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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