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4호 Cyber
증거 찾기 쉬워진 이혼소송... 좋아해야 하나?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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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하려면 증거가 필요하다. 이혼소송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혼소송은 장기간에 걸친 불신과 불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아 옛날의 증거를 찾기도 만만치 않거니와, 부부 사이에 일어난 일이 태반이어서 증거는 커녕 증인을 찾기도 어렵다.

일방이 폭력을 행사한 경우 진단서를 발급 받아 제출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커다란 녹음기를 눌러 상대방의 욕설을 녹음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상대방을 몰래 따라다니다 간통현장 사진을 찍는 것은 생업을 포기할 각오를 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카드 사용내역 통해 본 생활상

이런 경향은 바뀌고 있다. 우선 상대방의 카드내역을 조회해 보면 대충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백화점에서 고가의 물건을 자주 샀다면 낭비벽의 증거가 되고, 룸살롱을 다니고 있다면 부정행위나 낭비벽의 증거가 된다. 모텔이라고 나온 곳에서 치른 가격이 얼마냐에 따라 접대부를 불렀는지 알 수 있다. 모텔에서 자주 잠을 청했다고 나오면, 집에 들어오지 않았으니 악의의 유기라고 주장할 수 있고, 때로는 부정행위의 증거가 된다. 신용카드를 사용한 시간과 장소를 보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알 수 있기도 하다.

부부가 사는 아파트의 CCTV는 귀가시간을 알려주며 얼마나 가정에 충실했는지 증명하게 해주고, 부정행위 파트너 아파트의 CCTV는 상대방이 그 아파트에 어떤 시간에 얼마나 자주 드나들었는지도 알려준다.

핸드폰 통화내역 통한 정보

핸드폰도 여러 가지 면에서 정보를 제공한다. 우선 상대방의 통화내역을 조회하여 특정인과 자주 통화했는지, 언제 통화했는지를 본다. 의심스러운 시간에 통화했거나, 자주 통화한 전화번호의 주인을 다시 이동통신사에 조회한다. 법원을 통해서 이렇게 되면 부정행위에 대한 하나의 증거가 된다.

다음으로 문자메시지를 보자. 문자메시지는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는지가 저장돼 있다. 상대방이 자신의 핸드폰에서 문자메시지를 지웠어도 이동통신사가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에 주고받은 메시지를 조회하면 좀더 확실한 증거가 된다. 위치추적 정보는 이중 압권인데, 혹시 수시로 거짓말하고 놀러 가는지, 투숙한 호텔에 상대방과 부정행위 파트너와 함께 있었는지 그런 것에 대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메일, 최초의 문제 제공

가장 흔하게 사용되면서, 주로 최초의 문제를 제공하는 것은 이메일이다. 사람들은 여러 인터넷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통일시켜 놓는 경향이 있어 상대방 이메일 비밀번호도 쉽게 알 수 있다. 부부간이라도 다른 사람의 이메일을 몰래 들어가 보는 것은 ‘감청’이어서 통신비밀보호법상 처벌대상이다. 실제로 여자친구의 이메일에 몰래 들어갔다가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불법으로 수집된 증거라고 해도 이혼법정의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고, 부부라서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사실 처벌하기도 쉽지 않다.

카드, 핸드폰... 이외에 이용되는 정보

신용카드, CCTV, 핸드폰, 이메일 이외에도 정보는 또 있다. 법원을 통해서라면 신용카드를 사용한 호텔의 체크인과 체크아웃 시간을 조회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행기 탑승정보도 알 수 있고, 모든 은행의 예금내역과 인출내역을 파악하여 일방 모르게 돈을 빼돌렸는지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상대방이 인터넷도박이나 채팅에 중독되어 있는가. 얼마나 자주 로그인했는가를 조회해서 증거로 내면 된다. 최근 핸드폰과 MP3 player는 기능도 좋아서, 상대방이 욕설을 퍼붓고 있다면 즉시 녹음도 가능하다.

법원 통해 받는 정보라도... 불안감은 여전

이혼소송에서 증거를 찾기가 쉬워졌다고 좋아해야 하나.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떠돌아다닌다. 비록 법원을 통해서 받는 것이라고 해도 어딘가에 저장돼 있는 정보이고, 어떤 절차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 공개될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리고 가장 기분 나쁜 것은 허공에서 사람을 감시하는 빅브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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