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5호 기획 [당 신 의 위 치 정 보 가 새 고 있 다]
위치정보보호장치 시급하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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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는 당신이 언제, 어디서, 얼마의 물건을 구입했는지 알려준다. 후불 교통카드와 티머니카드는 당신이 언제, 어디서, 어디로, 무엇을 타고 이동했는지 알려준다. 인터넷 IP 주소는 당신이 어디서, 어느 컴퓨터를 사용했는지 알려준다. 유선전화는 당신이 지금 어디서 전화하고 있는지 가르쳐줄 수 있다. 핸드폰은 당신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10m 범위 내로 알려준다. 지문인식기는 당신이 어디서 무엇을 만졌는지 알려준다. CCTV는 특정 지역에서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려준다.

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이라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다가오고 있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말한다면 유비쿼터스 환경은 당신이 어디에 있던지 간에, 당신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당신의 위치정보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유비쿼터스 감시 사회의 도래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달 검찰이 절대 보안지역 출입통제를 위해 총장을 비롯한 최소한 160명의 검찰 간부, 수사관들에게 출입통제와 위치추적이 가능한 마이크로칩의 체내 이식을 실시했다. 영국에서는 성 범죄자와 상습 가정폭력범 등 이른바 반사회적 범죄자들을 인공위성 위치추적 시스템으로 24시간 감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지역에서는 오래전에 범죄자의 팔 다리에 송신기를 붙여, 주변 경찰차에서 그 신호를 감지할 수 있게 하는 전자 감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범죄자를 교도소가 아닌 집에 가두는 데 성공했다.

외국의 얘기만도 아니다. 최근에 있었던 유영철 사건의 경우는 그의 행적 추적에 그가 갖고 있던 교통카드 기능의 시계가 활용됐다. 이학만 사건의 경우, 경찰은 오직 주민등록번호만으로 그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인터넷 IP를 알아냈다고 확신한 후, 경찰서의 강력반, 형사반 요원 등 400여 명이 한 밤에 아파트를 포위하고 수색했다.

사람이 위치한 공간은 여러 가지를 말해준다. 특정 시간에 특정 공간에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누구를 만나고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상당 부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은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고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가 까지 충분히 설득력 있게 예측할 수 있게 한다. 그 사람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다면 그 예측은 거의 틀림없이 일치한다.

위치정보의 악용 가능성

국가기관은 범죄수사나 국가보안의 명분 아래 특정인의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사용해 왔다. 현재 민간영역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GPS 시스템 역시 그 기원은 미국의 군사용으로 개발된 것이다. 국가기관이 필요할 때 정보를 수집하거나 수집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마다한 예란 없다. 따라서 국가기관의 위치정보 활용이 법률에 근거하여 제한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감시통제사회다.

상업적 목적에서도 위치정보는 대단히 매력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위치정보를 통해 개인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에 기반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마케팅이고 개인의 입장에서도 편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치정보의 상업적 이용의 한계가 정해지지 않고, 철저히 개인의 동의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로 돌변할 것이 분명하다.

미비한 위치정보 관련 법률이나 국가와 기업의 위치정보에 대한 욕구를 감안한다면, 최근에 있었던 삼성 노동자 불법 위치 추적은 앞으로 벌어질 끔찍한 일들에 대한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




‘위치정보의이용및보호등에관한법률(안)’의 문제점

정보통신부는 지난 2003년 8월 ‘위치정보의이용및보호등에관한법률(안)’을 입법예고 한 바 있으며 이는 이번 17대 국회에서 다시 심의될 예정이다. 다음은 이 법률안의 문제점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를 정리한 내용이다.

△ 촉진법과 보호법의 분리

정보통신부의 안은 그 이름부터 위치정보의 이용을 촉진하는 동시에 위치정보를 보호하는 법이다. 그러나 위치정보의 이용을 촉진하는 입법 목적은 위치정보를 보호하는 입법 목적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법률안의 목적은 위치정보를 보호하는 것으로 단일화하는 한편, 위치정보의 이용에 관한 내용은 별도의 법률로 분리하는 것이 옳다.

△ 동의 절차의 강화

위치정보사업자가 개인위치정보를 수집할 때 동의를 받는 시점이 모호하고 수집의 범위가 무제한적이다. 위치정보 이용에 관한 동의는 당사자가 수집되는 위치정보가 무엇인지, 수집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설명들은 후에 명확한 의사표시로 이루어져야 한다. 동의는 반드시 사전에 이루어져야 하며, 그리고 어떠한 서비스의 이용이 위치정보의 수집에 대한 동의로 간주되어서는 안되며, 수집되는 정보의 내용과 목적이 분명하게 표시되어야 하고, 포괄적인 동의로 대체되어서는 안 된다.

△ 자기정보통제권의 보장

개인위치정보 등의 이용 또는 제공에 있어서 형식적으로는 개인위치정보주체에게 충분히 고지하고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으나 그 방법과 시점이 모호하고 이용과 제공한도가 막연하다. 특히 포괄적으로 동의를 받거나 사후에 동의를 받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취하고 있으며 이런 동의 수준으로 막연하게 개인위치정보가 이용되거나 제공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또한 정보주체의 선택권을 최대한 부여해야 한다.

△ 영장주의의 철저한 적용

범죄 수사 과정에서 위치정보의 수집이 필요한 경우라 할 지라도 국가기관의 무분별하고 자의적인 수집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영장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 공공목적의 긴급구조 등을 위해 위치정보를 이용할 때도, 그 주체는 국가에서 관리감독하는 공인된 공공기관이어야 하며 사후에 위치정보의 사용 주체, 목적, 시간, 종류에 대해서 충분히 공지하고 정보주체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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