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5호 기획 [사 이 버 역 사 의 기 록 디 지 털 납 본]
“이제 디지털도 역사가 됩니다”

오병일  
조회수: 2542 / 추천: 45
사이버 세계는 PC 통신 시절부터 치더라도 불과 10여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 아련한 역사가 됐다. 파란 텍스트 화면에서 화려한 멀티미디어로 이용 환경도 급변했지만, 그동안 수많은 게시판과 홈페이지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이텔·천리안·나우누리 등의 동호회는 물론이고, 정보연대 SING 등 사회단체 홈페이지와 스키조(SCHIZO), 더럽지와 같은 웹진 등 인터넷 초창기에 활발하게 운영됐던 사이트들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 이렇듯 사이버 공간의 역사는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만 남아있어야 하는가?

고정된 인쇄물은 출판사가 망하더라도 누군가의 책장이나 도서관에 기록으로 남는다. 하지만 홈페이지의 경우는 운영이 중단되면 사이버 공간에서 사라지기 쉽다. 리눅스사랑넷(http://www.linux-sarang.net/)과 같이 운영자가 운영을 중단한 후 자발적인 후원과 이용자들의 참여로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만일 사회적, 제도적인 차원에서 디지털 자료의 보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없다면 소중한 지식과 문화가 개별적인 여력의 한계로 유실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인터넷 상의 모든 콘텐츠가 계속 보존돼야 할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정보들이 인쇄물이 아닌 디지털화된 형태로 생산·유통·이용되고 있는 경향을 고려했을 때, 디지털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보존해야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정보트러스트운동(http://www.infotrust.or .kr/)은 디지털 정보의 복원을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이다. 이들은 자신의 운동을 ‘인터넷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디지털 정보를 복원하고, 보전할 가치가 있는 사이버공간의 지식과 정보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모금으로 공공화하는 운동’이라고 설명한다. 정보트러스트운동 상근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규원 씨는 “10월 정도에 사단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며, 공식 창립에 맞춰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스키조, 더럽지 등 초기 웹진을 시범으로 복원하고, 정보트러스트 운동의 필요성을 홍보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 차원의 이런 노력이 비록 의미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본격적인 복원 사업의 주체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대한 디지털 자료의 복원 및 보존을 위해서는 인적·재정적으로 많은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보트러스트운동의 한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디지털 자료의 수집·보존은 정부가 공공적 차원에서 감당해야할 사업이며, 정보트러스트운동은 디지털 자료의 보존 필요성에 대해 정부에 촉구하는 일종의 시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시민사회 나름의 가치 기준으로 특정한 자료를 보존하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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