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6호 표지이야기 [인 터 넷 종 량 제 의 허 와 실]
2006년 무선 인터넷 시장을 노린다
2005년을 겨냥한 인터넷 종량제 도입 서두르는 배경

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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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인터넷망 사업 1, 2위를 다투는 KT·하나로통신 주도 하에 인터넷 종량제 도입이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KT는 내년 상반기까지 1천억 원을 들여 고객관리시스템(CRM) 개념을 적용 할 수 있는 ‘고객 인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KT는 지난달부터 관련 업체들과 인증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네트워크 장비 및 솔루션 개발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이 인증 시스템은 바이러스 또는 악성코드 방지, 음란 사이트 차단, 온라인 학습 등 각종 부가 서비스가 가능하며, 이용자의 인터넷 사용시간과 주고받은 데이터 양, 자주 보는 콘텐츠 등 각종 고객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할 수 있게끔 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다량의 정보를 축적·활용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종량제를 대비한 것으로 시간과 데이터 양으로 과금을 계산하는 것 외에도 다량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맞춤형 서비스와 다양한 상품군 개발을 통한 수익 극대화 전략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후 고객의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와 보호 수준 문제로 논란이 예상된다.

하나로통신도 마찬가지다. 연말까지 새로운 인증 시스템을 연말까지 시범적으로 도입해 내년 상반기 테스트를 거쳐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KT도 고객 인증 시스템 적용을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으로 확대·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량제를 도입하려면, 트래픽 통계나 인터넷 데이터관리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업자의 모습이 이제는 아니다.

와이브로 부분 종량제 실시

70%의 반대에도 종량제 실시를 위한 망 사업자들의 이러한 발빠른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좋을 리가 없다. 종량제 도입 불가피론이 업자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지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이제 할 때가 되긴 된 것 같다’는 여론은 아직 보편화되지는 못했다. 종량제 도입 전에 충분한 사전 통계 조사와 타자와의 조율 후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는 대다수의 의견을 무시한 태도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어느 네티즌의 말처럼 “한다면 한다” 식이다. 한마디로 밀어붙이기다.

이는 2006년 상용화를 목표로 두고 있는 무선 인터넷 시장으로의 진입과 관련이 있다. 지난 달 초순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는 휴대 인터넷, 일명 와이브로(WiBro: Wireless Broadband Internet) 서비스에 부분 종량제 도입과 KT·SKT·하나로통신, 데이콤 4개 사업자 중 3개 사업자를 선정하는 와이브로 사업자 선정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설문 조사 결과에서 무선 인터넷이 종량제일 경우 사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약 65% 이상 나오고 있고, 초기 시장에서의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 때문에 전면 종량제 실시는 어렵다고 보고 있어, 일정량 이상일 때 추가 요금이 부가되는 부분 종량제(부분 정액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IMT2000 신기술을 두고 SK·LG 등 휴대폰 사업자들이 뛰어들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무선 인터넷 시장은 와이브로라는 새로운 무선 인터넷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며, 포화 상태라고 할 수 있는 유선 인터넷망 시장에서 무선 인터넷 시장으로의 전환이 예상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 시장의 부분 종량제에 맞추어 이미 종량제를 실시하고 있는 휴대폰 요금제처럼 새로운 요금 시스템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KT와 하나로통신은 2005년 하반기까지를 유선 인터넷망 종량제 도입 시기로 상정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규제 완화와 신규 투자 발생

또한 같은 시기 정통부는 와이브로 허가 정책 방안을 발표해, 시장 지배적 기업에 대해 자회사를 통하지 않고도 무선 인터넷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KT가 이 부문에서 활보하기 편하게 됐다. KT·SK·하나로통신 등 통신 업체들간에 다시 한번 큰 격돌이 예상된다.

그런데 유/무선과 휴대폰/인터넷이 통합된 서비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화 요금제와 같이 결국 인터넷도 종량제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유선 전화의 종량제에 이어 핸드폰 요금도 전면 종량제로 시스템이 구축된 상황에서 통신 부분에서 유일하게 정액제인 것이 인터넷망이기 때문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와이브로 사업의 파괴력은 자체 서비스보다는 유무선 결합 서비스 제공이 될 것”이라며 사업자 선정 기준도 얼마만큼 통합적으로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통부는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7년 간 주파수 이용 대가로 사업자당 1082억∼1258억 원을 지불해야 하며 약 1조 3천억 원의 투자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혀, 이러한 신규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종량제로의 전환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여진다. 또한 무선 인터넷이 종량제를 선택한 상황에서 유선 인터넷이 계속 정액제로 유지되기는 힘들다. 무선 인터넷 이용자 층이 심리적 반발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무선이 모두 같은 종량제일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핸드폰 종량제와 마찬가지로 길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려만 커지고...

결국 업자들이 서비스질 개선을 위해 인터넷망 추가 비용 부담 운운하며 종량제 도입의 불가피성을 주장할 때, 추가 비용이 부족하기 때문도 아니며 서비스질 개선이 정말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가중시킨다. 사업 확장과 함께 추가되는 서비스가 요금으로 더해질 뿐이라는 예상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많이 쓰면 쓸수록 저렴해지는 인터넷 요금제, 일정 용량 이상의 데이터 이용에 대한 포인트 가산점 방식 등등 종량제 실시에 따른 마케팅 방식의 변화와 알 수 없는 항목들로 가득한 요금 통지서에 진저리가 처질 수도 있다.

최근 월 1만 4천 원에 무제한으로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폰이 출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만일 무선 인터넷을 방송과 같은 개념으로 봤다면 DMB폰과 같이 정액제를 실시할 수도 있었으나 그렇지 못했다. 지난 2002년 정통부가 업자에게 속도 및 회선 안정 보장과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초고속 인터넷 품질 보장 제도(SLA: Service Level Agreement)는 2년이 지나도 활용되지 못한 채로 죽어있다. 과연 정통부와 업자를 얼마만큼 믿어 줘야 할까. “인터넷 적게 쓰면 좀더 인간적인 사회가 되지 않겠냐”며 냉소적인 글을 써 보인 한 네티즌의 말처럼 과연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가 될지, 종량제 도입 후 더 복잡하고 개인화 된 사회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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