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6호 표지이야기 [인 터 넷 종 량 제 의 허 와 실]
“속도에 따라 요금을 받는 것이 옳은 방법”

이상진  
조회수: 3157 / 추천: 43
인터넷 종량제 도입을 둘러싸고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0여년 전인 PC통신 시절부터 모뎀에 의지해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살았던 이들이 있다. 이들 통신 마니아들은 PC통신에 종량제가 도입돼 통신요금으로 수십만 원을 지불했던 사람들이다. 이제는 30-40십대가 되어 IT 업계에서 두문불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98년 인터넷이 국내에 보급된 이후 또 다시 종량제를 마주하게 된 이들은 어떤 심정일까. 이러한 사람들 중 ISP 업체에서 오랜 근무 경력을 가지고 현재 초고속 인터넷 커뮤티니 비씨파크(http://www.bcpark.net) 대표로 있는 박병철씨를 만나 인터넷 종량제에 대해 물어봤다.

인터뷰

비씨파크 박병철 대표

Q: KT와 하나로통신이 종량제를 도입하려는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KT와 하나로통신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따라서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Q: 수익 악화를 큰 이유로 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하나로통신에 비해 KT의 경우 직원수 등 규모가 더욱 크다. 전화통신의 이익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터넷산업처럼 계속 발전하는 분야에서 수익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Q: 백본망 증설에 필요한 비용 충당이 어렵다는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백본망 증설 및 유지관리에 대해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발전에 따라 네트워크 장비들의 성능이 계속 강화되고 장비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백본망 증설에 대한 비용이 계속 올라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치에 맞지 않는다.

Q: 트래픽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예전부터 인터넷 폴더 및 P2P를 이용한 트래픽은 계속 증가되고 있는 추세였다. 거기다 최근 EBS 수능방송 등으로 인해 트래픽이 상당히 높아진 것처럼 대용량 멀티미디어 파일들에 의해 더욱 증가할 것이다. 특히 개인들이 디지털 카메라 및 디지털 캠코더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생산해내는 장비들의 이용이 증가하면서 트래픽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Q: KT와 하나로통신에 대한 네티즌들의 불신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

A: 불신이라는 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다. 통신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재는 인위적으로 속도를 제한하는 등, 고객과 처음 약속한 사항을 지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Q: 정보통신부와 정통연이 종량제 도입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그동안 정보통신부와 정통연은 통신업체의 주장에 따라서 여러 가지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통신업체의 입장을 대변하고 여론을 만들어 가는 등 거의 광고대행사 같이 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통부와 정통연은 국가기관으로서 국민과 회사의 중간자 역할에서 모두가 이익이 되는 방안을 마련해야지, 지금처럼 산업발전만을 위해서, 그것도 본인들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통신업체들의 이야기만을 듣고 입장을 밝히는 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고속 인터넷 사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들이 진행하는 서비스 사업이다. 서비스는 고객이 판단하게 되어 있다. 정통부가 중간에 끼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결국 우스운 꼴이 된다. 정통부는 업체와 고객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해야 하며, 정통연은 통신업체들과 고객들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도록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Q: 종량제의 부분적 도입 등 다양한 종량제 방식이 구상되고 있는데, 가장 바람직한 요금제는 어떤 것인가?

A: 설문조사결과나 통신업체들이 고객들의 성향을 분석하기로는, 소비자들이 속도에 대해 관심이 떨어지고 요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런 현상은 소비자들이 품질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지,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ADSL 사용하며 속도에 신경을 안 쓰다가도 VDSL이 들어오면 VDSL로 바꾸는 것이 소비자다. 또한 VDSL 사용하다가 엔토피아 들어오면 엔토피아로 바꾸는 것이 소비자인 것이다. 소비자들은 품질을 중요시 여긴다. 현대사회는 시간이 돈이다. 속도가 빠르면 그만큼 시간이 절약되는 것이다. 당연히 속도가 빠른 서비스는 그만큼 비용을 더 받는 것이 정상이다.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는 것보다 속도에 따른 요금을 받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방법이 옳지만 현재 속도에 따른 요금제도가 실현이 안 되는 이유는 두 가지 이유다. 정통부에서 차세대 통신망 정책이 FTTH(100Mbps)급 이상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현재 100Mbps 랜방식 인터넷 회선 서비스가 되고 있는 곳이 정통부 1등급 인증 아파트나 공무원들이 거주하고 있는 각종 공무원 아파트로써 일반인들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통신업체는 대다수 사용자가 반대하는 사용시간이나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받는 종량제 서비스보다는, 대다수 사용자들이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높은 비용을 내고 사용해야 된다는 인식에 맞추어 속도에 따른 요금을 받는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 될 것이다.

Q: 종량제가 도입되면 어떤 사회적인 변화들이 나타날 것이며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A: 당연히 인터넷 사용자들이 비용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터넷 사용시간이 줄어들 것이며, 그로인해 인터넷 사업전반에 불황이 닥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이 축소됨으로써 전체적인 사회발전이 후퇴될 것이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장점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현상들도 나타날 것이다. 우리의 생활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에 중독돼 비정상적으로 생활했던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기존 오프라인 산업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계층에서는 인터넷 산업의 불황으로 인해 때아닌 호황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는 아직 인터넷 산업의 바탕이 되는 법적인 제도들이 보완되지 않았고, 국민들의 인식이 성숙되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가장 높은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고급지식을 가진 노동자들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터넷 산업 등의 지식정보산업이다. 한국은 3년만 지나도 모든 것이 변하는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통신업체의 수익과 바꿀 수는 없다.

현재 KT, 하나로통신은 속도에 따른 종량제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 프리미엄, 세이버, 라이트 등 각 속도가 다른 만큼 요금이 다르다. 그러나 인위적인 속도 제한과 불친절한 고객 상담, 불성실한 애프터서비스라는 불평불만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KT와 하나로통신은 그런 면에서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지 모른다.

인터넷 사용 인구 3천만, 망 가입자 수 1천만이 넘었다. 속도 불안정, 회선 불안정의 이유를 이용자의 과다 사용 때문이라고 돌리면서 데이터 이용량으로까지 요금을 부과하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은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박병철씨의 견해는 의미가 깊다. 인터넷 종량제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토론이 요구되는 때이다.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