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6호 메신저
아테네에서 펼쳐진 ‘신’들의 경기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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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29일, 한밤대에는 TV가 뜨끈뜨끈했을 것이다. 13일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전 국민이 또다시 스포츠에 열광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 또한 누구 못지 않게 열렬히 응원했고 기억나는 경기 또한 많다. 금메달 보다 값진 은메달은 물론이오, 금메달을 딴 선수 등. 거의 모든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것은 양궁경기다. 양궁하면 한국, 한국하면 양궁. 즉 전세계적으로 최고의 나라가 아니었던가. 한국양궁의 명성만큼 그 기대 또한 높았다. 15일부터 열린 양궁시합, 64강 전이나 32강 전 따위는 볼 시간도 없었지만 눈에도 두지 않았다. 8강 전부터는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았는데, 역시 감탄을 연발하게 했다. 가족 모두 TV앞에 모여, 화살 하나 하나가 날아 갈 때마다 탄성을 질렀다. 혹여 낮은 점수를 쏠까 마음 조리기도 하고, 윤미진 선수가 대만의 한 선수에게 패배를 당했을 때는 집이 떠나가라고 아쉬움의 소리를 질렀다. 윤미진 선수의 패배는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우리 선수가 모두 승리만 한다면, 양궁에서 금은동 세 개의 금메달을 모두 획득할 수 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떠나가지 않았다.

경기는 박성현 선수와 이성진 선수의 결승으로 좁혀졌고, 마지막 화살에서 박성현 선수는 10을, 이성진 선수는 8을 쏴, 2점 차이로 박성현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인이라는 게 얼마나 뿌듯하고 감격스러운지, 우리들도 이런 기분인데 그 가족은 오죽했으랴. 박성현 선수가 한가운데의 카메라 렌즈를 쏘았을 때는 입이 떡 벌어졌다. ‘10점을 쏘기도 힘든데, 그 가운데를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남자양궁 개인전은 아쉽게도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단체전에서의 금메달은 아주 값진 것이었다. 화살을 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들의 마음이 더욱 타 들어가는 것을 선수들은 알고 있었을까?

여자양궁 단체전에서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한가지 있다. 이성진 선수가 7점인가 8점을 쏘고 우리가 몇 점을 뒤지고 있을 때였다. 문득 그 장면을 보지 않으려고 장롱 밑의 벽장을 열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화살이 날아가고 점수를 보니 10점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성진 선수는 올 10을 쏴버렸다. 설마 하는 마음에 상대편이 화살을 쏠 때는 서둘러 벽장문을 닫고 베개를 쌓아올리고, 이불을 감싸는 등의 힘든 일을 했었다. 하지만 그 일은 정말 효력이 있었다. 믿지 못할 만큼, 상대편은 5점, 7점을 쏘았고, 우리 양궁선수들은 무난하게 이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시합을 볼 때도 모두 그렇게 했다. 결코 그런 행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믿고 응원하는 간절한 마음은 선수들에게 전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올림픽에 미쳐있었고,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가 미쳤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올림픽은 17일의 기간만큼 우리나라가 다시 하나가 된 날들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모든 경기는 신들의 도시인 아테네에서 펼쳐진 만큼, 그들의 경기는 ‘신’들의 경기라고 해도 결코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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