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6호 칼럼
"이제 종이문서는 없어져야 한다"

전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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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공기관은 국회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각종 자료제출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좀 더 많은 문제점들을 지적하기 위해 많은 자료들을 요구하고 있고, 공공기관에서는 그 많은 자료들을 만들어 내느라 야근을 밥먹듯 할 것이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공공기관에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찾아내기 위해 그 주위에 있는 자료들까지 요청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할 것이고,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한번도 이용하지 않은 자료들까지 일일이 만들어 내느라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일은 비단 국정감사 기간에만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일반 시민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기관에 요청하는 자료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참여연대는 서울시를 상대로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바가 있다. 이 재판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자체를 공개할 것인지도 쟁점이었지만 그 양(量)에 대해서도 문제가 되었다. 집행서류들이 무려 4만 페이지에 해당하는 양이라 업무의 지장을 줄 수가 있어, 열람은 가능하나 복사공개는 못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었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주장이기도 하지만 결국 참여연대의 승소로 끝났기에, 앞으로 4만 페이지를 넘지 않는 분량에 대해서는 일일이 복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공무원들 입장에서도 국회의원들의 자료제출요구나 시민들의 정보공개청구가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쟁들이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다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어째 어색하게 들린다. 만일 자료제출요구나 정보공개를 요청한 자료가 전자문서로 묶여져 있다면,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공개가 가능할 것이다. 더 나아가 자료를 요구하기 전에 미리 홈페이지 등에 등록시켜 놓는다면, 공무원들의 일감은 현격하게 줄어들지 모른다. 그렇다면 대민 서비스도 더욱 향상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공공기관에서 파일로 정보공개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직까지 종이 문서를 전자파일로 바꿔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공공기관에서 생산되는 문서를 ‘전자정부법’이란 이름으로 전자문서화 하도록 되어 있다. 전자정부법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행정기관의 주요 업무는 전자화되어야 하며, 전자적 처리가 가능한 업무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자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이미 법은 시행되고 있지만 행정은 법을 따라가지 못해, 여전히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기관에서는 이미 전자정부법과 정보공개법에 따라 부족하게나마 일부 시행하고 있는 곳도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문화관광부 홈페이지 들어가 보면 각종 계획서나 정보공개관련 자료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올라오고 있다. 웬만한 자료는 이미 전자문서로 공개되어 있으니, 정보공개청구나 자료제출요구에 대한 압박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제는 모든 공공기관들이 문화관광부와 같은 모델로 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과감히 종이문서들을 없애나가고 전자화해, 국민들이 필요로 할 때 즉각적으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현정권이 주장하는 참여의 진정한 시작일 것이다.

내년 국정감사에서는 트럭에 실려오는 종이문서의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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