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7호 기획 [M S , 전 가 의 보 도 를 휘 두 르 다]
MS, OS 사용료 더 지불하라고 요구
인터넷에 접속하면 자칫 MS에 돈 같다 받치는 꼴 돼 버려

이상진  
조회수: 4760 / 추천: 45
자택근무를 하고 있는 IT업계 종사자 A씨 집에는 컴퓨터가 두 대 있다. 비록 비싸지만 두 개의 윈도우즈 XP 정품을 구입해 각각 설치했다. 두 컴퓨터를 물리적으로 결합시켜 자원을 공유할 수 있도록 셋팅했다. 폴더 및 파일도 같이 쓰고 프린터도 같이 쓰고 있다. 어느날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A씨 집에 우연히 방문했다 이런 사실을 알자 친구 A씨에게 불법이라며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자원을 ‘공유’했기 때문이란다.”

언뜻 보면 ‘말도 안돼(!)’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추가 비용을 MS사가 실제로 구매자들에게 요구하고 있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OS와 MS 윈도우즈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OS(운영체제)가 반드시 설치돼 있어야 한다. 따라서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OS를 하나씩은 갖고 있게 마련이다. 달리 말하면 OS는 필수재다. 옛날에는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프리웨어(freeware)용 OS도 있었으나 이제는 돈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하는 OS들뿐이다. 리눅스라는 OS도 패키지(묶음) 형태로 재가공돼 저가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유료이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MS사의 윈도우즈 OS는 국내 OS 시장의 약 95%를 점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약 80%)와 비교해도 한국은 윈도우즈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큰 편이다. 이러한 MS가 이번에 과거에 판매해 왔던 기존 OS에 대한 새로운 추가 비용을 갑작스럽게 요구해 업계 및 네티즌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신상품에 대한 요금 인상이라면 아예 구입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미 총비용을 고려해 합리적인 소비를 한 MS 윈도우즈 구매자들에게는 그냥 생돈이 나가게 된 셈이다.

OS 라이선스와 사용권

책과 같은 일반 재화의 경우와는 달리 소프트웨어인 OS는 ‘구입’이라는 것이 ‘이 OS의 사용을 당신에게만 허락한다’는 내용의 라이선스를 획득한 것일 뿐,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소유권을 양도받는 것은 아니다. 만일 소유권을 갖는다면 구입한 OS를 여러 컴퓨터에 설치할 수 있어야 하지만, 하나의 OS에 대해서 하나의 컴퓨터에서만 사용을 허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용권의 한계(限界)적 권리 양도 방식이다.

이렇게 한계적으로 사용권을 분배하기 위해서 각 제품마다 서로 다른 고유한 인증번호를 부여한다. 즉 OS 설치 전 인증번호를 기입해야 설치가 완료되는 것은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면서, 사용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렇듯 인증이라는 방식과 사용권의 한계적 권리 양도 방식이 인터넷에 적용된다면 접속자 수에 따른 추가 비용이 된다. 쉽게 말해 특정 사이트에 접속할 때 인증을 받고 들어가서 해당 사이트의 자원을 이용할 때 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MS사는 바로 이러한 개념을 담은 EC(External Connector: 익스터널 커넥터) 라이선스를 서버용 윈도우즈 OS 제품과 함께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버용 OS와 CAL

네트워크에서 필수적인 개념은 서버와 클라이언트다. 특정한 자료 요청 신호를 보내는 클라이언트 컴퓨터와 그 신호를 받아 요청한 자료를 찾아 보내주는 서버 컴퓨터가 네트워크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라는 뜻이다. 컴퓨터 자체가 서버용과 클라이언트용으로 나뉘어져 있다기보다는, 어떤 OS가 설치돼 있느냐에 따라 서버 역할도 할 수 있고 클라이언트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게 된다. 이러한 서버 역할을 할 수 있는 MS사의 서버용 OS는 윈도우즈 2000, 윈도우즈 2003, 윈도우즈 NT 등이 있다. 윈도우즈 XP의 경우는 서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돼 있는 OS 상품이다.

한편 서버 자체는 하나의 메인 컴퓨터에서 여러 사람들이 작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MS의 이들 서버용 OS도 설치는 한 컴퓨터에만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작업은 다수의 외부 원격 접속자들에 의해 수행되기 때문에 접속자들의 수에 따라 별도의 이용료를 받아 왔다. 이를 ‘CAL(Client Access License: 클라이언트 엑세스 라이선스)’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A 회사가 회사 내 서버를 두고 인트라넷을 설치하고자 할 경우 서버 OS 구입비 수 백 만원과 ‘10명 당, 100명당 얼마’ 하는 식으로 MS와의 별도의 협상을 통해 CAL을 별도로 구입해야 했던 것이다. 즉 CAL은 서버 OS의 자원을 직원들이 일부는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원격 자원 이용료에 해당하는 것이다.

IC 라이선스와 EC 라이선스 정책

그러나 회사 서버가 인터넷에 오픈 될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인터넷망을 통한 불특정인의 서버 접근을 일일이 잡아내거나 제한할 수 없고 고정된 접속자 수를 가늠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MS는 인터넷 환경에 맞는 라이선스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IC(Internet Connector: 인터넷 커넥터)’ 라이선스다. 이는 인터넷 접속자 수에 따른 추가 비용의 의무와 적용 내용을 담고 있으며, EC 라이선스가 나온 2000년도까지 MS의 서버 OS 상품군에 대해 적용해 왔다. 그리고 2000년도 이후부터는 IC 라이선스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가다듬어 EC 라이선스라 명명했던 것이다.

이번에 물의를 빚고 있는 MS의 EC 라이선스 정책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인터넷의 특성상 접속자 수에 따른 비용 부담 자체가 불합리하다라는 것이고, 둘째는 2000년도 이후 상품인 윈도우즈 2000과 윈도우즈 2003 및 이후, 버전에 대해 판매 당시는 무시됐다가 갑작스레 과거 제품을 소급해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윈도우즈 OS를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온라인 게임 업계가 가장 큰 반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Daum)과 네이버(NHN)와 같이 리눅스 OS 서버를 쓰고 있는 업체들은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 업계와 MS사와의 갈등으로만 비춰지고 있는 상태다. 또한 이 문제는 해외 다국적 기업의 횡포와 이에 맞선 국내 업계와의 맞대응으로 비춰지기도 하고 있어 민족적 관점이 개입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 양상은 MS 라이선스 정책의 문제점을 두 번째 문제로만 한정짓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얼마 전 (사)한국게임산업협회는 한국MS사에 보낸 공개 질의서에서 ‘MS 라이선스 정책의 자의성과 불일치성’을 문제삼는데 대해, (주)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는 그저 “MS의 라이선스 정책은 항상 일관돼 왔다”는 입장만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만 끝나지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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