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7호 기획 [불 공 정 약 관 , 누 구 를 위 한 것 인 가]
블로그, 미니홈피, 페이퍼, 지식검색... 내가 쓴 게시물은 누구의 것일까
‘세계적이고 사용료없는, 영구적인 무상의 비독점적 사용권’

이은희  
조회수: 2698 / 추천: 49
지난 10월 초 싸이월드에서 새로 시작한 ‘페이퍼’ 서비스의 약관이 논란이 되어, 싸이월드측에서 서비스 개시후 며칠만에 약관을 개정한 일이 있었다. 당시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회원들이 스스로 창작한 콘텐츠를 잡지처럼 운영하거나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인 ‘페이퍼’의 게시물 저작권 부분이었다. 싸이월드 측은 게시물의 저작권은 해당 저작권자에 있다고 하면서도 회사측은 “세계적이고 사용료가 없는 영구적인 무상의 비독점적 사용권”을 부여받아 제한없이 자신이 사용하거나 제 3자에게 사용의 허락을 줄 수 있고, 또한 이 권리는 회원이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소멸하지 않는다는 약관을 제시했던 것이다. 이 약관은 이용자들이 “!!페이퍼약관 수정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는 클럽을 만들고, 언론에 무리가 많은 약관이라고 보도되면서 싸이월드측은 “서비스 내에서, 혹은 관련 사이트의 서비스내에서, 혹은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라고 범위를 축소하여 “국내외적인 ... 복제,수정,개조,전송,전시,배포 및 2차 저작물과 편집저작물 작성”권을 갖는다고 약관을 변경했다. 또한 상업적인 이용을 할 경우에는 이용자의 사전허락을 받겠다고 명시했다.

이외에도 네이버 블로그 등의 “세계적이고 사용료 없는 비독점적 사용권”등의 용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약관들의 문제점

현행 저작권제도와 상관없이, 네트워크 상에서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인터넷 컨텐츠에 대해 ‘사용료없는 비독점적 사용권’을 누리고 있다. [펌질]로 대표되는 복사전제가 그것이다. 또한 블로그나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이용자들이 생산한 컨텐츠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서비스 사이트의 첫 페이지를 꾸미고 있는 만큼 ‘서비스 내에서의 사용료없는 비독점적 사용권’에 대해서는 이용자들간에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 많다. ‘세계적이고 사용료없는 비독점적 사용권’은 영어의 “world-wide, royalty free and non-exclusive license(s)”이라는 문구를 번역하여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약관들이 교묘하게 △ 회원의 탈퇴후에도 게시물에 대한 이용권을 계속 갖는다거나, △ 상업적인 이용의 허가까지 포함하고 있는 점, △ 회사에서 3자에게 이용허락을 해 줄 권리를 갖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약관들은 모두 ‘게시물의 저작권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귀속’한다고 하면서도 대단히 폭넓은 사용권을 일방적으로 회사에 허락하고 있어, 게시물이 도대체 누구의 것이냐는 의문마저 자아내고 있다.

특히 이용자들 상당수가 회원가입시 약관 조항을 자세히 읽지 않는 것을 이용하여, 무리한 요구사항들을 약관에 집어넣고도 회원이 입을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해 설명이나 홍보가 없는 점은 약관규제법의 약관 설명 의무도 소홀하다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전망

인터넷 서비스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메일, 검색 서비스등을 단지 ‘이용’하기만 하던 이용자들이 블로그, 커뮤니티 등의 서비스를 이용해서 자신이 정보생산자가 되고 있다. 이제는 많은 인터넷 서비스 페이지들이 회사가 생산한 컨텐츠가 아닌 이용자들이 생산한 컨텐츠로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용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라는 시각의 저작권 정책은 문제가 있다. 기존의 웹메일 등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서도 이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자가 많이 모여드는 서비스일수록 가치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인터넷 서비스는 단지 유료냐, 무료냐의 기준으로 이용자의 권리를 매길 수 없다는 점이 여러 번 지적된 바 있다. 여기에 이제 이용자들이 인터넷 서비스의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규정을 적용하고 싶어하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의 태도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무리수이다.

이용자들은 불공정한 약관을 먼저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하거나, 이용허락, 상업적 이용, 개작문제 등 저작권의 구체적인 부분에도 관심을 갖고 자신의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정보공유라이선스(freeuse.or.kr)나 CC(Creative Commons:http://creativec ommons.org/)등 자신의 저작물에 맞는 저작권 시스템을 찾아 적용하는 등 저작권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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