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7호 메신저
새로운 문화창조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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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통신언어와 관련하여 ‘우리말 이대로 옳은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찬반토론대회에 토론자로 참가했다. 총 17명이 참가했는데, 반대가 14명이고 찬성이 3명이었다. 나는 찬성 쪽의 3명에 속해 있었다. 토론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정확하게 판단 내릴 수는 없지만, 토론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한치의 쉴 틈도 없이 쏟아 냈다. 토론대회를 준비하느라 관련서적들을 읽고,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으면서 우리말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졌다. 그리고 실제 토론대회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언어에 관해 몰랐던 내용들이 속속히 나올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통신언어를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이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소속돼 있는 우리는 세계와 더불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문화가 바뀌고 그 일부인 언어 또한 많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글은 우리가 자라면서 배우고 늘 써왔던 언어다. 통신언어는 시대가 변하면서 그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새로운 언어이지만 한글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언어현상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우리들의 문화가 돼가고 있다. 인터넷소설, 핸드폰 문자 메시지, 메신저, 인터넷 게시판 뿐만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소설 중 특히 ‘귀여니소설’은 학생들의 이야기가 주제여서 그런지, 비속어가 등장하고, 이모티콘이나 다양한 통신언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청소년들이 이러한 인터넷 소설을 읽으며 즐기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문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약어의 실질적인 사용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건 역시 핸드폰 문자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버디버디’ ‘지니’ ‘MSN’같은 메신저에서의 약어사용도 무시 할 수 없다. 뿐만 약어의 실질적인 사용은 우리 실생활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약어는 말 그대로 언어를 줄여 쓰는 것인데, 그에 따른 언어의 훼손문제를 걱정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약어의 뜻은 한글에 의미를 두고 있으므로, 글자의 모양이 변한다고 해서 그것이 언어훼손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통신언어로 인한 세대차이, 미래의 한글유지 문제, 어린 세대들의 통신언어와 한글 문제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밀접하게 다가와 있는 통신언어를 배척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영국에서는 문자언어의 초보자들을 위해 발간한 영어사전 ‘wan2tlk’가 크리스마스 직전의 베스트셀러 경주에서 <해리포터>를 누르고 일등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미국과 영국에게 개정 증보판의 동시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영국 사람들은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는 물론이고, 좀 더 나은 표현, 색다른 표현을 찾기 위해서도 국어사전을 이용한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도 한글을 사용해야 된다는 고집만 부릴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인정하는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

우리의 소중한 한글도 계승시켜야지만, 이미 우리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통신언어 또한 새로운 언어문화로 인정해야 한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문화 현상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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