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7호 장애없는
인터넷을 통해 표현된 장애여성의 몸 이해에 대한 우려

김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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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터넷 뉴스 사이트 <에이블 뉴스>가 몇 시간 동안 다운되는 일이 발생했다. 별로 주목받지도 못했던 장애인 전문 뉴스 사이트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되었으니, 한편 반갑기도 하다. 그런데 그 계기는 한 여성장애인이 자기 몸을 이야기하려는 몇 장의 사진들 때문이었다. 이 사진들은 포털 사이트인 ‘다음(daum.net)’을 비롯하여서 “여성장애인... 누드 ...”라는 제목이 붙여져서 나돌았다.

<에이블 뉴스>는 일상으로 보는 데여서 서버가 다운되기 전에 관련 칼럼를 읽을 수 있었다. 처음 사진과 칼럼을 읽고 난 소감은, 여성장애인의 몸에 대한 정체성을 표현하려면 렌즈의 초점에 대해 좀더 소통하고 고민해보았더라면 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몸이 비치는 하늘하늘한 천을 두르고 한쪽 팔을 뻗어 베개삼아, 약간 옆으로 누운 자세와 표정을 숨기려는 듯한 얼굴은 장애여성의 성 아카데미 기획 포스터로 삼기에는 더욱 오해의 소지를 담고 있었다.

우선 사진들은 단지 좀 말라보일 뿐 비장애인과 같은 균형이 있어 보여서 장애인의 몸으로 대변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뭔가 좀 빠진 듯 싶었다. “좀 부족하다?” 장애를 겪는 상태에 등급은 있지만 장애의 몸에 등급이 있나?

필자에게는 자신의 장애에 대한 주관적 표현 의지라는 면에서는 공감하지만, 사진 속의 인물보다 더한 신체적 굴곡과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을 많이 보아온 터라, 장애인의 몸에 대한 정체성을 이해시키기에는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여러 명의 장애여성 당사자들은 게재된 사진들을 보며 심정을 헤아릴 수 있고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만 내 몸은 저 몸과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내 몸을 표현할 수 없어. 낯설음과 기이함을 보고 사람들은 내 마음까지 기이하게 보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생각이 우선 든다’는 것이다.

주제의식이 명확하다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끌어내기 위한 결어가 사진 속에 담겨야 하는데 “장애여성이지만 이쁘다, 비장애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외에 독자는 내면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장애여성의 성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몸이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몸으로 보여지는 것을 통해서만 이야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사진속의 주인공도 역시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장애’를 입은 여성으로, “성숙해지면서 겪는 몸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인 자의식을 떨쳐버리기 위해 작업을 했다”고 한다. “‘누드’를 찍고자 함이 아니”라고 했다.

장애인의 몸을 이해하기 위한 공인된 기준은 없지만 장애인들 내부에서는 은연중에 신체의 형태와 움직임의 방식과 활동가능성을 복합적으로 판단하는 등급이 있다. 몸에 대한 자기인식은 이러한 신체적 차이들과 그로 인한 관계성에서 발생하고 형성되기도 한다. 이것을 장애인의 몸 정체성, 나아가서 성 정체성으로 이야기하고 사회적으로 끌어내려면 논의의 장이 좀더 필요하다. ‘어떻게 표현하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

이를 접하는 사람들은 좀더 솔직한 비평을 해야 한다. “아름답다, 괜찮다, 정신이 건강하다, 용기있다” 보다는, 모르겠으면 일단은 “왜?”하고 던졌으면 좋겠다. 인간의 가치로서의 주체적 감성이 인식되기를 바라는 것이지, 다른 나라 사람들로 인정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여성의 몸에 대한 기대는 남성의 환상에 의해 비롯되었든, 남성과는 관계없이 여성들 스스로 건강하고 아름답고 싶어서 가꾸는 것이든 간에 타자화된 시각으로 자기의 몸을 대상화시키는 경향 속에서, 장애인의 몸 이야기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인간화된 방식이 계발되고 사회적 작업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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