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7호 교육과
대한민국 그리고 학생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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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인간이 아닌 집단이 몇몇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 첫째, 둘째를 다투는 집단이 학생이라는 말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학생은 아직 자신의 기본적 권리라는 것을 잊어버려야 하는, 오로지 대학이라는 관문을, 그것도 줄을 서서 순서대로 바코드를 붙여가며 들어가는 것으로 의무를 다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있다. 물론, 10년 전이나 20년 전에 비하면 학생들의 인권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직 우리사회에서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비교적 많은 편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 얘기를 주로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인권침해의 기본적 원인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대체로 인권침해란 소수자, 약자에게 가해진다고 했을 때, 학생은 약간 특수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물론 학생이라는 신분이 학교나 가정, 사회 안에서 비교적 약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학생 인권이 침해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것에는 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입시전쟁이다. 입시전쟁 자체는 전 사회적인 인권 상황과 관계가 깊다. 경쟁이 우선시되고 기회균등이나 평등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다 낳은 조건을 위해서 나아가려는 개인의 욕구가 입시전쟁을 낳고 있으며, 왜곡된 학제와 학벌 세습주의가 이와 같은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 무조건 앞에 서야만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학생의 인권은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었다.

1987년 대항쟁 이후 민주화의 열기 속에 인권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게 된다. 학생인권에 대한 문제도 조금 늦었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사회적 반향을 타기 시작한다. 물론, 입시와 관련된 문제-주로 자살-들은 그 이전에도 있었지만, 일상 생활과 관련된 문제제기가 그 때부터 생기게 된다. 주로 일부 학생들과 청소년들의 문제제기였으나, ‘노컷운동’으로 대표되는 학생인권 운동은 학생생활규정의 제·개정 과정에 대해 학생이 참여하도록 하는 교육부의 지침까지 끌어내게 된다. 그러나 이런 운동에도 아직 학생 인권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응은 ‘어린것들이 공부나 하지’라는 수준이었다.

2003년 ‘학생인권’은 ‘정보인권’과 함께 전국적인 이슈가 된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시행여부에 대한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투쟁이 그것이다. 이 투쟁은 정보인권과 함께 학생인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생들의 정보-그것이 학생 본인의 고유한 정보이건, 학교에서 생산된 정보이건, 민감하고 개인적이건 아니건-를 정부에서 집적하고 관리하겠다는 문제에 대해 인권침해라는 문제제기가 된 것이다.

이 투쟁은 그 결과에 관계없이 두 가지 측면에서 중대한 성과가 있었다. 정보산업의 발전 속에 개인정보에 대한 중요함이 부각되었는데, 이를 정보인권의 차원으로 보호되어야 마땅한 기본적 권리로 인식하게끔 만들었으며, 그동안 교육계에서 애써 외면했던 학생 인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인권’이라는 말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인권의 올바른 역사적 의미를 알고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학생인권, 정보인권이라는 개념도 생소한 사람이 많다. 이 칼럼에서는 교육현장에서의 학생인권의 문제, 특히 정보인권의 문제를 다루어 볼 예정이다. 현재 학생들의 개인 정보는 거의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입시학원에서 대입시험을 치른 학생의 집으로 날아오는 전단지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이런 사례-학생이름과 주소의 유출-에서 보듯이 학생들의 개인정보는 전혀 보호받지 못했다.

다음 호부터는 2003년 NEIS에 대한 투쟁에서 촉발된 학생의 정보인권에 대한 문제를 학생인권 전반과 관련시켜 다루어 나가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흔히 관행이라고 여기며 넘어갔던 문제들의 인권침해 요소에 대해 알아보고, 이미 학부모거나 학부모가 될 독자로써 하나씩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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